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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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목) "게무로사 못 살리카, 스페인어 아닙니다"
2016.01.21
조회 201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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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양전형 (제주어 시집 낸 시인)



혜은이 씨의 노래 ‘감수광’. 여러분 다들 아시죠? 제주어로 ‘감수광’이라는 말은 ‘가십니까? 가세요?’ 이런 뜻이랍니다. 재미있죠? 그러고 보면 제주도 말은 분명 같은 한국말이고 우리 말인데도, 낯선 표현들이 많다 보니까 실제로 쓰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답니다. 지난해 2010년 유네스코가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을 했다는데요. 그런데 이 사라져 가는 제주어로만 오로지 시를 쓰는 시인이 있어서 화제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최근 신작 ‘게무로사 못 살리카’를 펴낸 시인 양전형 씨 직접 만나보죠. 양 선생님, 안녕하세요.

◆ 양전형> 안녕하시우꽈. 반갑수다예.

◇ 김현정> (웃음) 안녕하세요. 시작하자마자 질문이 들어오는데요. 앞에서 잠깐 틀어드렸던 혜은이 씨의 ‘감수광’. 그 내용이 뭐냐 이런 질문이에요.

◆ 양전형> (웃음) 그러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가사가 ‘감수광, 감수광, 설릉사랑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조옵서예’ 이거였거든요.

◆ 양전형> 그게 ‘서러운 사람이 보내드리니까, 가시거든 빨리 돌아오세요.’ 라는 이런 뜻이에요.

◇ 김현정> ‘혼조옵서예’가 혼자 와라 이게 아니에요?

◆ 양전형> ‘혼자서 빨리 오세요’라는 말입니다. (웃음)

◇ 김현정> 저는 지금까지 이 노래 들을 때마다 혼조옵서예가 혼자 오라는 건 줄 알았는데, 빨리 오라는 뜻. 그런데, 제주도 가보면 아무리 토박이라고 해도 거의 표준어 쓰시던데요. 제주말 안 쓰시던데요?

◆ 양전형> 50세 이상 되신 분들은 제주어를 많이 활용하고 사용도 하는데. 젊은 세대들은, 모든 매체가 다 표준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 거의 안 쓰고 있죠.

◇ 김현정> 그렇게 제주어가 점점점 사라져 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

◆ 양전형> 아이,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제주어로만 시를 쓰기 시작하신 거예요? 이번이 두번째 시집을 내신 거죠?

◆ 양전형> 제주어로만은 두번째 시집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시집 제목이 ‘게무로사 못 살리카’. 저는 이게 제목 딱 보고 무슨 스페인어, 라틴어인 줄 알았어요.

◆ 양전형> 아, 그렇죠. (웃음)

◇ 김현정> ‘게무로사 못 살리카’. (웃음) 무슨 뜻이에요? ‘게무로사 못 살리카’가?

◆ 양전형> 이게 직역을 하면 ‘게무로사 못 살리카’는, ‘그렇다 한들 못 살리랴.’

◇ 김현정> ‘게무로사’가 ‘그렇다 한들’. ‘못 살리카’가 ‘못 살리랴.’

◆ 양전형> 네 맞아요. 제주어가 유네스코에 사라질 위기에 있는 언어로 등재되어 있고 그래서. 이게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 시대에 살려야 된다. 그런 자조 섞인 말로, ‘그렇다 한들 못 살리겠느냐, 살려보자.’ 그래서 붙여본 것입니다.

◇ 김현정> 우리 청취자들은 이렇게 설명 들어서는 잘 모르실 테니까, 구구절절 설명을 할 게 아니라 시인께서 시 한편을 직접 좀 낭독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 양전형> 시 한편 낭독이요. (웃음) 그러면 한 연만 해볼게요. ‘북부기 뒈싸져도 궤양 ᄀᆞᆯ으라 / 아으도 금칠락 나도 추물락 / 시상도 춤막춤막 헴셰’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시죠?

◇ 김현정> (웃음) 저는 지금 제목을 못 읽었어요. 제목을 소개해 드려야 되는데. ‘‘북부기 뒈싸져도 궤양..’ 이 다음에 읽지 못할 정도로.

◆ 양전형> 바꿔 말하면, ‘북부기 뒈싸져도 궤양 ᄀᆞᆯ으라’는 ‘아무리 화가 솟구쳐도 부드럽게 이야기하라’ 이런 뜻이예요.

◇ 김현정> ‘북부기 뒈싸져도’가 ‘화가 나도’, ‘궤양 ᄀᆞᆯ으라’ 가 ‘부드럽게 얘기해라.’ 이 소리군요?

◆ 양전형> 그 말입니다. 전혀 거리가 멀죠? (웃음)

◇ 김현정> 전혀 모르겠습니다. (웃음) ‘아으도 금칠락 나도 추물락’ 이건 뭐예요?

◆ 양전형> ‘아우도’는 ‘아이들도’, ‘금칠락하다’는 ‘깜짝 놀라다.’ ‘나도 추믈락.’ ‘추믈락’은 멈칫한다는 겁니다. ‘시상도 춤막춤막 헴셰’는, ‘세상도 무서워서 겁나서 몸을 떨어야 한다.’ 그런 뜻입니다.

◇ 김현정> 지금 이 한 면을 제가 들었는데 이중에 제가 아는 단어는 ‘나도’ 이거 하나 있어요.

◆ 양전형> (웃음) 그렇죠.

◇ 김현정> 신기하네요. 재미있어요. 이게 정말 우리나라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흥미로운데. 여러 개의 제주 단어들 중에 개인적으로 이 단어가 가장 예쁘다, 제일 말맛이 산다 하는 단어가 있다면?

◆ 양전형> 예쁜 것은... ‘와랑와랑.’

◇ 김현정> 와랑와랑. 어디 오라는 거예요?

◆ 양전형> 와랑와랑. (웃음) 그게 의태어인데요. 힘차게 달리는 모양을 와랑와랑이라고 해요.

◇ 김현정> 예쁘네요. ‘저기에서부터 와랑와랑 달려온다.’ 이런 뜻이에요?

◆ 양전형> 와랑와랑 단어로 행동이 눈에 바로 보이겠죠? 그렇게 예쁩니다. 또 ‘과랑과랑’이라고 하면, 과랑과랑은 햇빛에 쨍쨍 내리쬐는 모양을 말하는 건데. 동적인 느낌이...

◇ 김현정> 그냥 나네요. 서울에서는 ‘지글지글’ 끓어오른다, 태양이. 이런 표현을 쓰는데.

◆ 양전형> 지글지글도 부사라 눈에 보이는 것 같긴 하지만, 제주어로 과랑과랑, 와랑와랑 이런 단어들은 행동으로 눈에 바로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 김현정> 과랑과랑이 더 나아요. 듣고 보니까 과랑과랑이.

◆ 양전형> 그렇죠. (웃음) 그런 식으로 상당히 의태어들이나 이런 부사나 형용을 상당히 감칠맛이 나는 게 상당히 많습니다.

◇ 김현정> 양전형 시인, 제주어 보존회에서도 일하시면서 제주어 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는 분이에요. 오늘 전국에 계신 모든 분들이 잠깐이지만, 제주말이 말이 얼마나 말맛이 있는가 제대로 느끼셨을 것 같고요. 우리 끝인사는 좀 제주말로 해볼까요?

◆ 양전형> 아, 그럴까요? ‘고맙수다. 편안하십서예.’

◇ 김현정> 어색하네요. ‘안녕히 계세요’가 제주말로 뭐예요?

◆ 양전형> ‘편안하십시서예.’ 이렇게 합니다. (웃음)

◇ 김현정>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인사 건네 보세요. 제대로 한번 해 보겠습니다.

◆ 양전형> 고맙수다예. 편안하십수다예.

◇ 김현정> 선생님~ ‘편안하십수다예.’ (웃음) 오늘 고맙습니다.

◆ 양전형>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제주말 살리기에 앞장서며, 제주어로 시를 쓰는 시인, 양전형 시인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