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6(화) "수하물 통로, 호텔 담.. 개구멍 널린 인천공항"
2016.01.26
조회 119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제보자 (공항경비요원)



-드라이버에 뚫린 인천공항 출국장
-비밀통로 알려달란 은밀한 제안도
-직원 100명이 도둑 1명 못잡는 곳
-외부 용역화가 직원 사명감 저하시켜


공교롭게도 공항 얘기를 또 하게 됐네요. 이번에는 인천공항 얘기입니다. 공항 서비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이 뚫린 건데요. 중국인 남녀 2명이 비행기를 타고 입국을 했는데 입국장이 아니라 공항 3층 출국장 출입문을 뜯어내고 밀입국을 했다는 뉴스, 많이들 놀라셨죠?

그나마 이번 사건은 뒤늦게라도 밝혀져서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은 보안상의 문제들이 상당히 많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직접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경비요원 한 분을 연결해서 인천공항의 보안 실태를 들어보도록 하죠. 인터뷰 대상의 신원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음성 변조를 해서 들려드린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제보자>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경비업무를 지금도 하고 계시는 거죠?

◆ 제보자>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번 사건을 딱 듣고는 첫 느낌이 어떠셨어요?

◆ 제보자> 저뿐만이 아니라 일단 공항에 계신 모든 직원분들이 이 상황에 대해서 전부 다 상당히 의아하다. 정말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해서 다른 곳도 아닌 출국장으로 나갈 수 있었느냐?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있습니다. 저 또한 이해가 조금 하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 중국인들이 도주한 곳이 환승처였다고요?

◆ 제보자> 네. 이분들은 호놀룰루를 출발해서 그다음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그 다음날 중국으로 가는 정상적인 환승객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2층 입국장으로 들어왔을 텐데요. 어떻게 3층으로 올라간 거죠, 출국장으로요?

◆ 제보자> 정상적으로 올라가게 된 겁니다. 이분들은 몰래 올라간 게 아니고 환승 티켓을 소지한 정상적인 승객이었기 때문에 환승 티켓을 발권해서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한 출국장 3층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거죠.

◇ 김현정> 그런데 3층에서 대기 중에 출국장의 문을 완전히 뜯고 도주했다는 거잖아요.

◆ 제보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굳게 닫힌 출입문, 그것도 최신식의 출입문을 도대체 이 중국인들이 어떻게 뜯을 수 있었다는 거죠?

◆ 제보자> 일단 1차 적으로 법무부쪽 스크린도어가 열린 게 있었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 출국장에 중국 승객분들이 들어오시는 그 문을 뜯고 나간 것인데요. 일반 건물에 있는 유리 자동문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새벽 시간에는 바닥에 있는 열쇠고리에 문 열쇠를 걸어서 출입을 막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걸쇠 부분을 어떠한 도구로 풀었든지 그것을 뜯고 나간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뜯고 나갔다는 것 자체도 저희가 상당히 이해가 안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자면 출국장의 출입문이 닫혀져 있는 곳. 그러니까 유리자동문이 있었는데 거기를 어떤 연장을 통해서 열었다는 거군요.

◆ 제보자>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출입문을 드라이버로 딸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건가요?

◆ 제보자> 해당 보안요원은 인지를 했다고 합니다. 인지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단순한 유지보수작업이겠거니 하고 확인이라든가 보고를 생략하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드라이버를 가지고서 열쇠를 따는 걸 봤는데. ‘무슨 수리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한 거군요?

◆ 제보자> 지금 저희는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보안요원이 못 보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었고요. 인지를 하고 있었는데 보수작업이 있겠거니 하고 개인이 판단을 해 버린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일단 거기에서 실수가 있었던 거군요. 이번에는 알려져서 우리가 알게 됐습니다마는 그동안 경비업무 하시는 동안 이렇게 공항보안이 뚫린 경우, 목격하신 게 있습니까?

◆ 제보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은 경우는 4층 일반 구역인데요, 4층 호텔 식당가에 있는 외벽이 있습니다. 그 외벽을 넘어 간 몽골인이 있었고요.

◇ 김현정> 밀입국을 그런 식으로 했어요?

◆ 제보자> 그렇죠. 그리고 예전에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투입할 수 있는 구멍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또 정신이상자 한 명이 들어가서 잡힌 적도 있고요.

◇ 김현정> 수하물, 그러니까 짐이 들어가는 그 벨트에 사람이 들어갔어요?

◆ 제보자> 네. 그리고 이건 참 재미있는 상황입니다만 어떤 특정 국가라고 할까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사람들이 저희 보안요원들을 회유를 하려고 시도한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아예 대놓고 회유를 해요?

◆ 제보자> ‘돈을 얼마를 주겠으니 나를 좀 너희들이 갈 수 있는 구멍으로 빼달라’ 이렇게 요구를 한 적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적도요? 그러면 직원들 사이에 흔히 말하는 어떤 이른바 개구멍 같은 비밀통로가 존재하는 건가요?

◆ 제보자> 저희도 물론 그런 게 없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한 번씩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참 황당한 경우가 많고 직원들도 모르는 위치를 이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잡고 보면 정신이 좀 온전치 않으신 분들이나 노숙자 분들일 수도 있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개구멍이 존재한다는 얘기. 그렇다면 좀 섬뜩한 생각입니다마는 최악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IS 같은 테러리스트들도 밀입국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거네요?

◆ 제보자> 그렇죠. 정말 공항을 잘 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도를 한다면 글쎄요... 막아낼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듭니다.

◇ 김현정> 세계 최고의 공항이고 최신식 시설을 갖춘 공항에서 왜 이렇게 구멍이 뚫리는 일이 발생하는가 싶은데요. 보안요원이 생각하시기에 이 보안의 구멍이 생기는 근본 원인,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제보자> 일단 보안의 주체 자체가 국가에서 정한 법으로 하고 있는데, 현장의 보안요원들은 전부 민간용역업체 직원들이고...

◇ 김현정> 전부가 민간용역업체의 비정규직들이세요? 전부가 몇 분이나 되시는데요?

◆ 제보자> 지금 인천국제공항의 보안검색요원, 특수경비요원이 약 2000명 이상 됩니다. 2000명 이상이 되고 저희 여객터미널을 맡고 있는 2개의 업체만 하더라도 인원이 500명이 넘는데 여기에 정규직은 한 명도 없습니다.

◇ 김현정> 왜 그렇습니까? 다른 공항은 청원경찰이라고 해서 정규직, 비정규직 섞여 있기도 하고 이런데요?

◆ 제보자> 쉽게 말해서 가장 큰 부분의 인력에 대한 비용. 비용절감을 위해서죠. 그동안 유지해 오던 청원경찰제도 같은 것을 특수경비업법이라는 것으로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그 법을 만들어서 전부 용역화를 시켜버린 거죠.

◇ 김현정>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을 안 하고 비정규직으로요?

◆ 제보자> 네.

◇ 김현정> 그렇게 되면서 생긴 문제가 뭐라고 보세요?

◆ 제보자>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사명감이랄까? 자기 직무에 대한 의무감? 그런 게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체적으로 10년을 넘게 근무를 하더라도 200여 만원밖에 안 되는 급여를 갖고 생활을 하는 직원도 있거든요. 쉽게 말씀드려서 공항 보안요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용역업체 직원으로서는 너무 단순하다는 거죠. 그냥 나와있는 매뉴얼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현실입니다.

◇ 김현정> 이직도 잦습니까?

◆ 제보자> 물론 이직도 잦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요즘 많은 재원들이 오는데. 실질적으로 근무를 하게 되면 주야간 근무를 하고 자기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느끼게 돼 버리면 또 다른 데로 가버리고요. 정말 공항보안요원으로 베테랑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직률도 높고 그러면서 전문성은 당연히 떨어지게 되는 거고요. 사명감도 확실히 정규직만 못하다라고 스스로 느끼신다는 거예요.

◆ 제보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무리 최신식 시설이 있어도 결국은 사람이 운용하는 건데. 이러한 사람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흔들린다라는 것을 보안요원들께서 한 목소리로 얘기를 하시는 거네요?

◆ 제보자> 맞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보나마나 관계기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뭔가 대책을 세울 겁니다. ‘문을 이렇게 걸어놨던 걸 저렇게 잠가라, 아니면 근무자가 이렇게 있던 걸 위치를 바꿔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실제적으로 저희가 요구한 게 이번 출국장 사건도 그렇습니다. 출국장에 보안요원이 2명이라도 근무를 했다면 과연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저희가 농담 삼아 항상 그런 얘기를 합니다. 100명의 보안요원이 도둑 1명을 못잡는 것도 인천공항이라면 가능한 곳이라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번 보안요원, 드라이버로 문 여는 것을 보고서 그냥 지나친 것 분명히 잘못한 겁니다마는.

◆ 제보자> 네, 잘못한 겁니다.

◇ 김현정> 그 한 사람의 문제라고 넘기기에는 구조적으로 엄청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걸 말씀하고 싶다는 그 말씀이세요.

◆ 제보자> 네.

◇ 김현정> 오늘 어려운 제보인데. 이렇게 용기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번 일이 그냥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네?’라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제보자>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인천공항에서 현직경비요원으로 일하고 계신 분이세요. 익명으로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