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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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경순 (1960년 동계올림픽 최초의 스키 선수)

여러분 혹시 스키 탈 줄 아세요? 저는 타보기는 했는데, 잘은 못 탑니다. 어려워요. 중심 잡기도 어렵고 무섭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올해 나이 86세의 스키 마니아가 있어서 화제입니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인데도 여전히 매년 겨울이 되면 백발 휘날리면서 스키장을 누비시는 분입니다. 알고 보니까 이분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대표 스키선수로 1960년에는 미국 동계올림픽까지 출전하셨던 분이랍니다. 1960년에 스키라, 상상이 되십니까. 오늘 화제의 인터뷰 대한민국 1세대 스키선수, 스키 원로 임경순 씨 연결을 해보죠.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 임경순>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연세가 여든여섯 맞으세요?
◆ 임경순> 맞습니다. 30년생이니까.
◇ 김현정> 1930년생. 세상에, 도대체 스키를 몇 년부터 타신 겁니까?
◆ 임경순> 중학교 1학년. 일제 때 만주 통화라는 데서 살았어요.
◇ 김현정> 만주에서.
◆ 임경순> 그 남산스키장이라고 있는데, 거기에 가면 일본 사람들만 들어와서 타고 또 군인들 스키 훈련을 겨울에는 하니까. 그것을 보고서 배웠어요.
◇ 김현정> 보고 혼자서 체득하신 거예요?
◆ 임정순> 그렇죠. 어깨 너머로 배운 거죠.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그러면 그때 스키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그때 스키는?
◆ 임정순> 전부 나무로 만든 스키죠. 일본 사람들은 벚나무 가지고서 스키를 많이 만들어서 탔어요.
◇ 김현정> 지금은 스키 타러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라면 리프트 타고 쭉 올라가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거 있었나요?
◆ 임경순> 없어서 걸어서 올라가죠.
◇ 김현정> 걸어서, 스키 들고. (웃음) 그 스키를 들고 1960년 미국 동계올림픽에 우리나라 대한민국 스키 선수로 출전을 하신 거예요.
◆ 임경순> 그래요. (웃음) 사실은 우리나라는 내가 올림픽 갔다와가지고 15년 있다가 용평스키장이 생길 때, 그때 처음으로 앉아서 올라가는 리프트가 생겼어요.
◇ 김현정> 저는 선생님이 60년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셨는데. 우리나라에 스키장이 생기기 시작한 게 1975년이니까. 정말로 전설 같은 분이시네요, 우리나라 스키계의. (웃음) 아니, 그런데 미국에 가려면, 1960년에 미국 가려면 지금도 비행기 값이 엄청 비싸요, 미국은. 60년에 어떻게 가셨어요?
◆ 임정순> 그때 대표선수단은 국가에서 여비를 주죠. 그런데 (사정 상) 점보비행기를 타게 되니까 비용이 엄청 비싸져가지고 가지고 가는 여비, 잡비 가지고 가던 걸로 전부 다 청산이 됐으니까 선수단 재정은... (웃음)
◇ 김현정> (웃음) 가서는 그야말로 빈털터리로 버텨야 되는 상황? (웃음)
◆ 임정순> 그렇습니다. 그런데 스키가 한국에서 타던 건 전부 다 고물이니까. 그걸 가져가면 오히려 국가 망신시키는 거니까, 그런 스키는 갖고 갈 수 없었어요. 전쟁 가는 놈이 총도 안 가지고 전쟁 나간 거나 같았죠.
◇ 김현정> 그러니까 스키 선수가 동계올림픽을 나가는데 스키 없이 나간 거예요? (웃음) 어떻게 하셨어요, 그래서?
◆ 임정순> 그런데 마침 미국 총감독이 측은히 여겨서, ‘임 선수한테 스키 한 대 줘라.’
◇ 김현정> 선물받으셨어요?
◆ 임정순> 네.
◇ 김현정> 그래서 알파인 스키종목에 출전을 하신 건데. 최종 성적을 여쭤도 될까요?
◆ 임경순> 성적은 70명 선수가 출전했는데, 활강경기에서는 60위로 들어왔고.
◇ 김현정> (웃음) 잘 하셨네요, 60등이면 잘 하셨네요.
◆ 임경순> 회전 경기는, 선수들이 많이 나가 넘어지고 파울을 당하고 그러는 통에, 40위로 올라갔어요. (웃음) 저는 천천히 가니까 파울도 안 당하고. (웃음)
◇ 김현정> (웃음) 잘하셨어요. 잘하셨습니다.
◆ 임정순> 그래서 등수로는 놀랄만한 등수가 됐죠.
◇ 김현정> 아니, 스키장도 없는 나라, 리프트 한번 구경을 못해 본 국가대표 선수가?
◆ 임경순> 그렇죠. 타보지도 못하고.
◇ 김현정> 세상에, 그런데 출전을 할 생각을 했다는 그 자체가 벌써 금메달감입니다. 정말 잘하신 거예요.
◆ 임경순> 그리고 다른 나라 선수들은 연습을 하고들 왔는데, 우리는 스키 신어보지도 못하고 출발했어요, 그 해는.
◇ 김현정> 참 감동이 밀려오는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다녀와서는 우리 후배들한테 기술도 알려주시고 그러신 거죠?
◆ 임정순> 그렇죠, 전부 다 어깨너머로 그 고급 기술을 올림픽 가서 전부 다 배워왔죠.
◇ 김현정> 습득을 해서 후배들한테 알려주셨고요.
◆ 임경순> 네. 선수, 감독, 코치 이걸 전부 다 혼자서 감당하고 왔죠.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임 선생님, 잘하셨어요. 우리나라 스키의 개척자. 그런데 우리 임 선생님은 신나게 스키 타시고 하고 싶은 모든 걸 도전하셨지만 사모님은 별로 안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요?
◆ 임경순> 그럼요. 집의 현재 형편도 좋지 않은데 통상 집을 비우니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어요.
◇ 김현정> 사모님도 스키 잘 타십니까?
◆ 임정순> 잘 안 돼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몇 세까지 스키 타실 생각이세요?
◆ 임경순> 조금 무리를 해서 하자면, 한 10년은 하지 않겠어요?
◇ 김현정> 10년 아니고요. 그냥 14년 더 채워서, 100세 채우시죠. (웃음)
◆ 임경순> (웃음)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 노력해 주십시오. 희망의 모습을 오늘 보는 것 같아서, 월요일 아침에 제가 더 신이 납니다. 건강하시고요. 오래오래 스키 멋지게 타는 모습 보여주십시오.
◆ 임경순>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스키선수 올해 나이 여든 여섯의 임경순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