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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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차지연 (뮤지컬 배우)

아무리 꼭꼭 숨은 진주라도 그 아름다움은 언젠가 빛을 발하는 법이죠. 지난 석 달간 닉네임 ‘캣츠걸’의 정체가 단연 화제였습니다. 가면 뒤에 정체를 숨기고 노래하는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석 달 동안 가왕의 자리를 지켜왔죠.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거냐? 대중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었는데요.
알고 보니까 바로 뮤지컬계의 디바 차지연 씨였습니다. 명성황후, 서편제, 카르멘 이런 뮤지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아왔던 그녀, 뮤지컬 배우 차지연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차지연 씨, 안녕하세요.
◆ 차지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이제 ‘캣츠걸’ 이렇게 불러야 될 것 같아요. (웃음)
◆ 차지연> (웃음) 그게 익숙하실 것 같아요.
◇ 김현정> 차지연 씨도 익숙해지셨죠? ‘캣츠걸’이라는 이름이?
◆ 차지연> 네. (웃음)
◇ 김현정> 5연승?
◆ 차지연> 그러니까요. 제가 5연승 최초로 이렇게 달성을 하게 됐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노래 잘한다는 김연우 씨, 거미 씨, 이런 분들도 4연승에서 좌절했는데. 차지연 씨가 최초 5연승이시네요?
◆ 차지연> 그건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감히 그분들보다는... 저는 많이 부족하죠. 정말 운이 정말 막 좋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겸손하기까지. 물론 차지연 씨가 큰 무대에 서봤으니까 박수를 많이 받아왔잖아요. 관객들이 가면을 쓴 나한테 큰 박수를 쳐줄 때, 나인지 누군지 모르는 나에게 박수를 쳐줄 때는 어때요?
◆ 차지연> 좀 묘했어요. 어렸을 때 꿈이었기 때문에 이런 박수를 항상 늘 꿈꿔왔었는데요.
◇ 김현정> 아, 그러니까 원래 꿈이 배우가 아니에요?
◆ 차지연> 네, 가수였어요. 그래서 긴 세월 정말 떠돌아다녔었는데. 이렇게 막상 뮤지컬 작품이 아닌 다른 데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을 때 받는 박수는 거의 살면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았죠, 사실 그런 박수에는요. 그런데 울컥하더라고요. 꿈꿨던 그런 시간들이나 겪었던 일들이 막 스쳐지나가면서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랬던 거군요. 연기가 아닌 오로지 노래로만 승부했는데 사람들이 열광해 줄 때, 그때 기분. 사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10년 된 대들보 같은 디바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스타 차지연 씨인데요.
◆ 차지연> 감사합니다. 뮤지컬을 하기 전까지, 뮤지컬을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들은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아요. 나이에 비해서 너무 많은 상처와 아픔들이 있었다 보니까, 사실 제 이면에 다른 질감의 고충들 이런 게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 김현정> 사실은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는 얘기, 제가 이 이야기는 들었어요. 어떻게 된 이야기예요?
◆ 차지연> 네, 가수가 꿈이다 보니까 여기저기 기획사 문도 두드리고 오디션도 막 보고. 사기도 당하고 그랬는데요.
◇ 김현정> 사기도 당했어요?
◆ 차지연> 네, 돈도 많이... 별로 있지도 않았는데 돈을 많이 가져가시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음반이 내주겠다하고 음반은 안나오고요?
◆ 차지연> 네. (웃음)
◇ 김현정> 세상에,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소녀에게 그런 사기를 칩니까?
◆ 차지연> 줄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빽도 없고 돈을 다 드렸거든요. 제가 갖고 있던 아르바이트한 돈을요. 그러다가 우연치 않은 기회로 딱 뮤지컬을 하게 된 거예요. 사실 뭐 전혀 계획에도, 꿈도 아니었던 장르였죠.
◇ 김현정> 뮤지컬배우로 타고 난 분이었네요. 하늘이 맺어준 운명이네요, 이제 보니까.
◆ 차지연> 운명적이었나 봐요.
◇ 김현정> (웃음) 그래서 돌고 돌아서. 사기도 당하고 여러 가지 좌절도 하다가 뮤지컬에 입문하게 된 게 10년 전?
◆ 차지연> 네.
◇ 김현정> 그러다가 처음의 꿈은 가수였는데. 잘 안 풀려서 뮤지컬로 온거네요?
◆ 차지연> 네. 맞아요.
◇ 김현정> 처음부터 뮤지컬이 너무 좋았던 것은 아닐 것 같아요?
◆ 차지연> 네. 전혀 모르고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욕을 정말 많이 먹었어요. 같이 출연하시는 선배님, 동료들한테 ‘쟤는 대체 어디서 나온 애가 연기의 기본도 모르냐.’ 정말 서러움도 많이 당하고 욕도 많이 먹고.
◇ 김현정> 예를 들어서, 언제 가장 지금 서러우셨어요?
◆ 차지연> 심바라는 아기사자가 어느 정도 청년이 되었을 때. 그때 아빠의 기억을 되살려주면서 너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주는 연기가 들어가있는 신이었는데요.
◇ 김현정> 뮤지컬 라이온킹에서?
◆ 차지연> 네. 심바 연기하는 선배님이 저보다 선배님이셨고, 나이도 많으신 대선배님이셨어요. 그런데 저는 완전 초짜니까 막 조언을 하는 어른스러운 연기도 못하겠고. 이런 조언을 해 볼 나이도 아니고. 24살, 25살이었으니까요.
◇ 김현정> 한참 하늘 같은 선배에게 조언을 해야 되는 역할이에요. (웃음)
◆ 차지연> 제가 300살 먹은 원숭이 역할이었는데. 300살을 먹은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지. 주술사가 뭔지도 몰랐으니까. 정말 그때 너무 힘들었어요. 조언을 잘 못해 줘가지고.
◇ 김현정> (웃음) 그때 혼 많이 나셨어요? 아기 심바한테?
◆ 차지연> 많이 혼났어요. 아기 심바는 아니고 기타 다른 분들한테. 왜 연기를 그렇게 하냐고. 정말 욕 많이 먹고. (웃음) 그런데 그런 세월이 다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싶죠.
◇ 김현정> 그때는 정말 집에 가서 불 꺼놓고 이불 뒤집어쓰고 펑펑 울기도...
◆ 차지연> 많이 울었어요. 매일 무대에 서는 게 두려울 만큼 정말 많이 울었어요.
◇ 김현정> 세상에, 복면가왕 5연승에 빛나는 차지연 씨가. (웃음) 노래, 연기 때문에 혼이 나서 이불 뒤집어쓰고 운 적이 있다?
◆ 차지연> 지금도 그렇지만 자신이 없었어요, 항상. 늘 부족해 보이고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지, 왜 이것밖에 못하지라는 자책을 늘 자학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정말 심각하게.
◇ 김현정> 아주 카리스마를 뿜으면서 연기를 하던 그런 분인데. 그때 항상 긴장하고 떨고 이랬단 말이에요?
◆ 차지연> 심각해요, 그 떠는 게. 무대공포증이 정말 심각해요. 덜덜덜 떠느라고 제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 이후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 김현정> 저는 지금 차지연 씨의 이 스토리를 들으면서 좀 위로가 돼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뮤지컬 배우,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뮤지컬 배우도 속으로는 속된 말로 이렇게 긴장하고, 쫄 수도 있군요.
◆ 차지연> 정말 격하게 쫄아요. (웃음)
◇ 김현정> 그래요. 그렇군요. 복면가왕을 하면서 노래로 순수하게 인정받으면서부터 자신감을 찾게 됐다는. 차지연 씨, 새댁이에요?
◆ 차지연> 네.
◇ 김현정> 복면가왕 출연 중에 결혼을 하셨어요.
◆ 차지연> 네, 맞아요.
◇ 김현정> (웃음) 내일부터는 설 명절인데 새댁으로서 첫 명절 맞는 거네요.
◆ 차지연> 네. 막 기대되고 좋아요, 너무. 어떤 선물을 해 드려야 하나. 벌써 고민되고 세배는 어떻게 예쁘게 드려야 하나. 그러고 있어요.
◇ 김현정> 아직은 그럴 때인데... 한번 보내보십시오.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 (웃음) 열심히 전 부치시고 설거지 열심히 하시고.
◆ 차지연> 네. 해야죠. 해야죠. (웃음)
◇ 김현정> 차지연 씨,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웃음)
◆ 차지연> 너무 감사합니다.
◇ 김현정> 더 좋은 뮤지컬로, 더 좋은 음악으로 대중 곁에 남아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차지연>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차지연> 감사합니다.
◇ 김현정> 대세 뮤지컬 배우입니다. 차지연 씨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