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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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3(수) "2,3호 분점까지.. 독수리 식당을 아시나요"
2016.02.03
조회 122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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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덕성 ('독수리 아빠' 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장)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덕성 ('독수리 아빠' 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장)

매년 겨울이 되면 공터에다가 돼지고기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독수리에게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서라는데요. 몽골 초원에서 태어나서 겨울이 되면 한반도를 찾아오는 겨울철새, 독수리. 커다란 두 날개를 펄럭이며 창공을 호령한다지만 사람들이 밥상을 챙겨주지 않으면 굶어 죽는 일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오늘 화제 인터뷰, 올해로 17년째 독수리들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계시는 독수리 아빠세요. 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장님이기도 하십니다. 김덕성 씨 연결을 해보죠. 김 선생님, 나와계세요?

◆ 김덕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먹이를 일주일에 한 번씩 주시는 겁니까?

◆ 김덕성> 월수금 주고 있습니다. 아침에 한 10시에 준비를 해서, 애들이 앉아서 먹는 시간은 11시에서 12시 사이 되죠.

◇ 김현정> 독수리들이 쭉 앉아서 먹어요? 몇 마리나 앉아서 먹습니까?

◆ 김덕성> 지금 한 500여 마리가 좀 안 되고 있어요. (웃음)

◇ 김현정> 그런데 어느 지역에 그런 넓은 공터가 있나요?

◆ 김덕성> 경남 고성에 철성중학교 앞에 논에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장관이겠네요.(웃음) 먹이로는 뭘 주세요?

◆ 김덕성> 소나 돼지, 소 같은 경우에는 도축장, 소를 잡는 곳에서 비계 종류죠. 하얀 기름종류하고. 돼지는 껍질 쪽, 지방분을 줍니다.

◇ 김현정> 그런데 곡식도 아니고 고기를 독수리 500여 마리에게 월수금 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조달을 하세요?

◆ 김덕성> 일주일에 한 1톤을 먹거든요. 이제 예전에는 좀 여러 가지 힘들었지만 지금은 고성군과 한국조류보호협회하고 지인들... 제가 학교에서 오래 근무를 했기 때문에 제자들, 이런 친구들이 먹이를 줘서 그래도 좀 괜찮은 편입니다.

◇ 김현정> 혹시 그 중학교의 선생님이셨어요?

◆ 김덕성> 저는 그 옆에 고등학교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35년 동안 근무를 하고 작년 2월에 이제 퇴임을 했죠.

◇ 김현정> 아, 무슨 과목 가르치셨어요?

◆ 김덕성> 저는 미술입니다.

◇ 김현정> 미술? 그러면 더더욱 미술하고 독수리하고는 연결이 안 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셨습니까?

◆ 김덕성> 아니죠, 자연적인 생태를 봐야 되니까. 우리가 밖에 나가서, 풍경을 보고 나무나 새나 이런 것을 그리는 것 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우리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이야기하고 하다 보니까 자연히 그렇게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죠.

◇ 김현정>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그러다가 독수리에도 관심을 가지시게 된 건데. 그런데 독수리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사냥 잘하는 맹수이고 하늘 위에 최상위의 포식자다, 표현을 하잖아요.

◆ 김덕성> 그렇죠. 우리가 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죠. 지금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아이들은 죽은 사체만 먹는 그런 아이들입니다.

◇ 김현정> 아, 그러니까 사냥을 해서 잡아먹는 게 아니라 죽어 있는 동물만 먹나요?

◆ 김덕성>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독수리한테 이렇게 일일이 밥상을 차려줘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 김덕성> 지금 우리나라에 오는 애들이 대부분이 어린애들입니다. 1살 내지 2살짜리들이 다 오거든요. 만약에 어린애들을 우리가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아마 다음에 우리 밑의 후손들은 이 동물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이런 걱정에서 먹이를 주는 거죠.

◇ 김현정> 김 선생님이 일주일에 1톤씩 고생해서 주지 않으면 얘네들은 언제 또 멸종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

◆ 김덕성> 네. 그런 일은 없어야 되겠죠. 그래서 한 곳에 너무 많이 모아두면 혹시나 만약에 집단적인 발병이라든지 또 독극물에 중독이 되면 완전히 그냥 떼죽음을 할 수가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럴 수도 있네요.

◆ 김덕성> 그래서 2,3년 전부터 분점을 내기 시작했죠. (웃음) 그래서 우리 우포습지 거기에도 한 150마리가 3년째 많이 가 있습니다. 그리고 김해 화포 쪽에도 한 200여 마리가 아주 안정적인 먹이를 먹고 월동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미술도 자연을 그리는 거라 자연 사랑이라는 면에서는 통한다라고 앞에서 설명은 하셨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이 정도 일이라면.

◆ 김덕성> 그렇죠. 예전에 우리 아이들하고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 먹이를 주다가 논에서 독극물에 중독된 독수리를 봤어요. 그 당시에 농약을 친 모양이에요. 그걸 주워 먹은 오리가 죽어있었는데, 이 독수리는 사체만 먹으니까 그걸 먹고 2차 중독이 된거죠. 그래서 독수리가 입에 거품을 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죠. 제가 독수리에게 반한 것이 뭐냐 하면, 우리가 간혹 사진관 앞에 지나다 보면, 아이들 첫돌 사진이 있잖아요. 그 아이들의 눈망울처럼 독수리의 눈이 참 예쁩니다, 아이들 눈처럼.

◇ 김현정> 좀 무섭지 않아요, 부리부리하니?

◆ 김덕성> 아니요, 아니요. 굉장히 순한 눈입니다. 굉장히 경계심도 많고. 그래서 먹이를 줘서 독수리들이 제 앞에서 받아먹는 데 딱 10년이 걸렸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앞에서 먹이는 먹는 게 10년이 걸렸다고요?

◆ 김덕성> 10년 동안 하다 보니까 제가 이젠 가까이 가죠, 먹이를 주러.

◇ 김현정> 그러면 독수리가 매년 날아오는 이제 선생님을 알아본다는 말씀이세요?

◆ 김덕성> 그런 아이들이 있죠. 왜냐하면 저희들이 날개에다가 번호를 붙여요. D8번이라는 친구는 벌써 올해 4년째 들어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먹이를 주는 김 선생님을 얘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네요?

◆ 김덕성> 그래서, 몇 년 전에 덴버 동물원에서 미국 학자가 왔는데, 저도 머리가 흰색인데 그 친구도 머리가 흰색이에요. 그 친구한테는 안 가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점퍼를 줘봤습니다, 제가 입고 다니는 점퍼를. 그런데 그래도 안 가더라고요, 걔들이. 그런 걸 보고 많이 웃었어요. (웃음)

◇ 김현정> 그러니까 독수리하고 교감을 느끼는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17년을 독수리 매력에 푹 빠져 지내신건데요. 독수리 아빠로는 100점 만점이 분명하신 것 같은데. 가족들한테도 100점 만점이세요? (웃음)

◆ 김덕성> 아니요, 그래서 보통 이제 많은 원망이 있었죠. 그래서 독수리 가고 나면 또 잘해 주죠. (웃음) 그러다 보니까 그래도 100점이 아니라 50점... 더 따야 되겠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17년째 독수리 식당을 열고 계시는 독수리 아빠세요. 김덕성 선생님, 앞으로도 계속 고생해 주시고요. 독수리를 다시 한 번 오늘 말씀 듣고 나서부터는 좀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 같아요. (웃음) 오늘 고맙습니다.

◆ 김덕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조류보호협회 경남고성지회장이세요. 김덕성 씨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