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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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원미경 (배우)

1980년대 이보희, 이미숙과 함께 3대 트로이카로 불렸던 배우 원미경 씨를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영화 <청춘의 덫>, 드라마 <사랑과 진실>, <은실이> 이런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신드롬급의 인기를 누리던 스타였죠. 그런데 지난 2002년에 드라마 <고백>을 끝으로 사실상 연예계를 은퇴했습니다. 그랬던 원미경 씨가 무려 14년 만에, 14년만에 주말드라마로 브라운관에 복귀를 한다고 합니다. 화제의 인터뷰에서 지나칠 수 없죠. 우리 곁에 돌아온 배우 원미경 씨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원미경 씨.
◆ 원미경>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아... 맞네요. 이 목소리 들으니까 진짜 원미경 씨 딱 맞네요. 잘 지내셨어요?
◆ 원미경>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아니, 그동안 어디서 뭐 하셨던 거예요?
◆ 원미경> 그동안 미국에 있었어요.
◇ 김현정> 그러면 미국에서 뭐 하셨어요?
◆ 원미경> 뭐했겠어요. (웃음) 아이들 키우고 집에서 뱅뱅 청소하고 빨래하고. 완전 주부로서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들하고.
◇ 김현정> 그 대스타 원미경 씨가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이러면서 14년을 보내셨어요?
◆ 원미경> 네. 그래서 주부가 얼마나 힘든지를 제가 아주 실감을 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아니 물론 집안일 하는 것도 보람 있고 아이들 키우는 것도 보람은 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잘 나가던 활발하게 활동하던 배우인데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으셨어요?
◆ 원미경> 아니요, 저는 또 거기에 빠져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어요.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아이가 몇 살이에요?
◆ 원미경> 큰 아이가 27세. 한국 나이로는 28살이겠죠. 그리고 둘째가 24세, 이제 막내가 대학을 갔어요.
◇ 김현정> 아니, 첫째가 28세? 장가 보내셔야 돼요? (웃음)
◆ 원미경> 딸이에요. (웃음) 첫째가 딸이고 딸 둘에 막내 아들 하나.
◇ 김현정> 그러시구나. 그 당시에 라이벌이던 배우 이미숙 씨 같은 경우는 지금도 계속 활발하게 활동 중이시잖아요. 영화며 드라마며 CF며. 이것을 안 보려고 해도 다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 원미경> 그렇죠. 그것은... 우리는 서로 길이 다르다, 이렇게 생각을 했죠. 박수쳐주고 또 내 동기가 그렇게 잘 되고 있으니까 꼭 내가 그렇게 된 것 같잖아요.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웃음) 그래서 ‘잘돼라. 잘돼라. 멋지게 해라.’ 그랬죠, 뒤에서.
◇ 김현정> 그 얘기는, 대리만족을 했다는 얘기는... 저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때가 나도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셨다는 거네요?
◆ 원미경> 그렇죠. 사람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안 하겠어요. 진짜 그런 생각이 들죠. 들지만, 지금 현실이 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일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그것을 넘어갈 수가 있는 거겠죠.
◇ 김현정> 문득문득 ‘무대가 그립다, 촬영장 그립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 원미경> 미국에도 한국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러면 마켓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왜 요즘 안 나와요? 왜 활동 안 해요? 왜 여기 있어요?’ (물어들 보세요)
◇ 김현정> ‘원미경 씨 무슨 일 있어요? 여기 도망왔어요?’ 이런 분도 계시지 않아요?
◆ 원미경> (웃음) 아니요. 또 같이 오래 살다보면 서로 나중에는 다 친구가 되고 서로 알게 되고 그랬죠.
◇ 김현정> 어쨌든 14년 동안 이쪽으로, 연예계로는 한번도 눈을 돌리지 않고 쭉 살아오신 건데 그러다가 어떻게 이번에 출연을 결심하신 거예요, 그것도 주말 긴 드라마에?
◆ 원미경> 글쎄말이에요. 몇 번의... 여러 편의 드라마 제의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다 전화를 받으면 '그냥 저는 못 하겠습니다'하고 그냥 끊었거든요.
◇ 김현정> 일언지하에 거절?
◆ 원미경> 네, 그랬는데. 이번에 아이들이, 제 아이들이... 막내까지도 ‘엄마, 이번에는 일을 하세요.’ 그러더라고요. ‘이제는 엄마 일을 하세요. 그동안 여기서 저희 키워주고 그랬는데 이제는 엄마 날개를 달고 날아가세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너무 섭섭했어요.
◇ 김현정> (웃음) 아니, 왜요?
◆ 원미경> '아니, 이제는 내가 필요 없다는 거야? 뭐야?' 싶었거든요. (웃음) 그리고 '얘네들 왜 그래? 아이들 셋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가 고민을 하느라고 3일 동안 밥을 못 먹고 누워서, 나 이거 어떡해 하다가... 굉장히 제가 지금 많이 늙었잖아요, 변해 있고. 그런데 이 작품 <가화만사성이> 제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 김현정> 가족들 이야기인 거죠.
◆ 원미경> 그렇죠. 손주가 있는 할머니이고. 그래서 얼굴에 손을 좀 대야 되나 싶었어요. 이런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거라. 저는 그런 게 좀 그래서요.
◇ 김현정> 보톡스 맞고, 피부관리 받고 이런 거 신경 안 써도 되겠구나 생각이 드셨던거예요?
◆ 원미경> 네,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나와도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마음이 편했고요. 그리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라서 하게 됐습니다. (웃음)
◇ 김현정> 사실은 제가 그 질문을 드리려고 했어요. 14년 만에 컴백이다 보니까 예전에 아름다웠던, 젊었을 적의 원미경 씨를 기억하는 팬들한테는... 말하자면 첫사랑의 모습만 기억하는 남자한테, 갑자기 14년 후에 나이든 모습의 여성이 나타나는 거거든요. 그게 좀 여배우로서는 망설여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걱정, 고민 안 되셨어요?
◆ 원미경> 그런데 저는 14년 동안 제가 열심히 살았고 나는 이 주름이 그렇게 부끄럽지 않아요. 내 주름에 나의 삶이 그대로 담겨져 있거든요. 동시대 사람들, 같이 늙어가는 그런 어떤... 동지애라고 할까요? (웃음)
◇ 김현정> 저는 오래전에 헤어졌던 친구를 이제 다시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예요. 이제 주말이면 얼굴 볼 수 있구나 설렙니다.
◆ 원미경> 저도 그래요. 옛날 오래된 친구 만나는 그런 기분이예요.
◇ 김현정> 원미경 씨, 원숙미라고 하잖아요. 깊이 있는 사골 같은 연기를 우리가 원미경 씨한테 볼 수 있겠구나 이런 기대가 들어요.
◆ 원미경> 이번 작품에는 내가 어떻게, 무슨 플랜을 짜서 이렇게 연기하겠다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냥 이렇게 만난다, 그런 느낌으로 하려고 해요.
◇ 김현정> 그게 사골 같은 연기입니다. 그게 진짜 연기예요. (웃음) 계획 짜는 것보다 그게 더 좋습니다. 하여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 원미경>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 김현정> 주말 연속극으로 14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배우입니다. 원미경 씨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