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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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9(월) "자사고 탓에 붕괴된 일반고" vs "그게 왜 우리탓?"
2016.02.29
조회 87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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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태호(신서고 교사), 오세목(중동고 교장, 자사고교장협의회장)




<윤태호 신서고등학교 교사 - 자사고 폐지>
-자사고,특목고로 상위권 모두 이탈
-일반고, 열패감 속 중하위권 위주
-롤모델 없는 반, 진학의지 더 약해져
-다양성 교육 흐름에 역행하는 체계

<오세목 중동고등학교 교장, 자사고교장협의회장 - 자사고 존치>
-자사고는 평준화 보완 위한 국가적 대안
-다시 과거로 회귀? 하향평준화 반복
-자사고가 입시 위주? 그건 일부의 사례
-지금도 잘 하는 일반고 많아.. 하기 나름
-한국형 이튼스쿨로 세계적 인재 키워야


“일반고등학교의 정상화를 위해서 현행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반고로 통폐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로 고교 체제 개편을 연구해 온 연구팀이 있는데요. 최근에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니까 중학교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이 자사고나 특목고에 먼저 진학을 하고 그 후에 중하위권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을 하면서, 사실상 고교 평준화 제도는 붕괴가 됐고 일반고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는데요. 물론 이 통합론에 대해서 특목고와 자사고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늘 양측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죠. 먼저 일반고로 통폐합돼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신서고등학교 윤태호 교사 연결을 해보죠. 윤태호 선생님 안녕하세요.

◆ 윤태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반고등학교에는 몇 년간 근무하셨어요?

◆ 윤태호> 제가 신서고등학교에 근무한 지 한 9년째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9년. 일반고등학교가 ‘붕괴’됐다고 하면, 지금의 중고등학교 상황을 잘 모르는 장년층의 청취자라면 그게 무슨 말인가 하실 거예요. 왜냐하면 과거엔 ‘일반고’라면 한 반 아이들 대부분이 진학하는 곳이었는데, 지금 고등학교 체제는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진 거죠?

◆ 윤태호> 옛날에는 인문계 고등학교라고 했죠. 그런데 이제는 정식으로는 후기 일반계 고등학교, 이렇게 저희가 부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기에 먼저 다양한 학교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주고요. 후기에...

◇ 김현정> 거기에 특목고, 자율고, 이런 것들이 들어가는 거. 마이스터고 이런 게 들어가는 거예요.

◆ 윤태호> 맞습니다. 그리고 후기에 나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옛날에 말했던 인문계 고등학교, 일반계 고등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그런 방법으로 지금 고등학교 입시제도가 정리돼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윤태호> 여기서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학생들한테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일반고, 지금의 일반고가 어려워진 중요한 이유가 된 것은 분명한 것 같고요. 특히 자율형 사립고 같은 경우는 실제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지역에도 몇 개의 자사고가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특목고와 자사고 합쳐서, 중학교 한 반에 몇 명 정도가 그리로 빠져나가요?

◆ 윤태호> 실제로 저희가 지금 받는 입장에서 보면, 내신 성적 비율상 상위권이 거의 많지 않고 중하위권 학생들이 많은 것이 지금 현실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특목고뿐 아니라 이제 자사고까지 숫자가 더해지면서, 잘하는 상위권 아이들은 다 빠져나가고 중하위권 아이들이 일반고로 오게 된 이 상황. 도대체 수업 분위기가 어느 정도길래 ‘붕괴됐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가요?

◆ 윤태호> 중하위권 친구들이 많이 온다는 건, 진학에 대한 관심이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자기가 진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수업에 대해서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들이 많이 없는 것 같고요. 무기력한 부분들이 보일 때가 많고요. 그런 친구들이 소수일 때는 교사들이 어떻게 의지를 심어준다든지 동기부여를 해서 그걸 살려보려고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쓸 수 있지만, 그런 친구들이 다수가 돼버리면 그룹의 문제가 되다 보니까 거기에 에너지를 쓰다 보면 교육에 집중하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까 학교가 점점 어려워지고 하는 현실들이 점점 더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예전 저희 때 생각해 보면, 중학교 때 공부 안 하던 아이들도 고등학교 가서 갑자기 자극 받아서 성적 쭉 올라가는 경우 굉장히 많거든요.

◆ 윤태호> 그렇죠. 그게 저희들의 기쁨이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지금은 중학교 때부터 자사고, 특목고를 목표로 서열화가 쫙 돼버리고 거기에 못 들어간 학생들만 모여 있다 보니까, 서로 상위권, 하위권이 자극을 주면서 서로 성적이 이렇게 쭉쭉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단 말씀이에요.

◆ 윤태호> 네 그것이 현실이고, 또 롤모델도 많이 보기 힘들어졌구요.

◇ 김현정> 잘하는 아이들.

◆ 윤태호> 그리고 요즘 같은 경우는 옛날과는 다르게 강의식으로만 수업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서로 설명해 주고 설명을 듣고 하면서 지식을 재구조화하는 것들이 수업에 많이 이루어져야 되는데, 다양한 집단이 이질적으로 섞여 있을 때 그런 효과가 좋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려운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김현정> 아이들도 기본적으로 열패감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이 있습니까? 전보다?

◆ 윤태호> 예.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 교육활동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기라기보다는 주어진 구조에 의해서 아이들이 이미 결정되어진다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 김현정> 들어올 때부터 그 생각을 하고 들어와요?

◆ 윤태호> 네. 그러니까 이것이 학교의 교육 활동으로 내가 개선되어지고 성장하고 교육활동이 나한테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느끼기에는 구조가 주는 무게가 좀 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결국 다시 하나로 통합하자. 일반고, 특목고, 자사고 하나로 통합하자는 데 찬성하시는 거예요, 선생님은?

◆ 윤태호> 예, 지금은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통폐합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뭐라고 얘기를 하냐면, “제대로 된 인재를 키우려면 수준별 교육이 중요하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모아서 가르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 주장을 핵심적으로 하시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윤태호> 갈라놓고 그 동질집단으로만 하는 것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하는 것에 저는 의문이 있고요. 왜냐하면 지금 요구하는 인재가 다양한 상황을 볼 줄 아는 통찰을 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거기에서 재구조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단순히 수준별로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얘기도 해요. “그나마 일반고 학생들에서 비슷한 아이들끼리 모아놨기 때문에 일반고 아이들이 내신 따기가 훨씬 전보다 쉬워졌다. 대학 진학에는 더 유리하다. 통폐합해서 내신까지 안 좋아지면 그 아이들은 대학 가기 더 어려워질 거다”, 이런 주장은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 윤태호> 내신의 실제 반영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학교에서 등급을 매기잖아요. 등급간의 격차를, 편차를. 여기서 그 등급 격차별 점수차를 많이 둔다면 실제 반영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내신 반영의 총점은 되게 높은데, 즉 내신 성적으로 대학 가는 점수의 총점에서 1000점 만점에 400점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실제 내신 등급 격차는 작게 돼 있습니다. 1등급간의 격차를 0.5점이나 1점으로 주면 별 차이가 없어져서 실제 반영비율이 작아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1등급과 4, 5등급과의 격차가 크면 그게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실제로 그 격차가 거의 없으면 일반고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별 차이가 안 나도록 대학이 조정을 해 놨다, 이미. 그러면 내신 따기가 일반고가 더 쉽기 때문에 대입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 윤태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현장의 목소리 들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 윤태호> 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 신서고등학교 교사 윤태호 선생님을 먼저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통폐합에 반대하는 입장 만나보죠. 자립형사립고교장협의회장이세요. 중동고등학교 오세목 교장 선생님, 연결을 해 보죠. 오세목 선생님, 안녕하세요.

◆ 오세목>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자사고를 일반고로 통폐합하자는 게 무슨 말이냐. 반대하는 입장이시라고요.

◆ 오세목> 그렇습니다.

◇ 김현정> 왜 반대하실까요?

◆ 오세목> 모두 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이제 입시가 과열됐다면서 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1974년에 고교 평준화 제도를 도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교실 붕괴가 심해지고 획일화된 하향평준화로 인해서 부작용이 속출하게 됐죠.

◇ 김현정> 하향평준화.

◆ 오세목>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계와 경쟁하기 위한 우수한 인재를 기르는 데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 이렇게 보고 중앙정부가 나서서 수년간 논의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도출한 제도가 자율형 사립고다, 그래서 자사고는 건전한 재정 자립이 가능하고 자율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학교를 지정해서 질 높은 수월성 교육을 실시하게 해서 국가적 인재를 길러보자, 이런 차원에서 국가시책으로 도입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제 와서 없애자니 그게 무슨 말이냐 이런 말씀이시군요.

◆ 오세목>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하향평준화가 문제가 되니 수월성 교육을 하자, 아이들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하자, 이렇게 만들어놓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요약하자면 그런 말씀이세요.

◆ 오세목> 네.

◇ 김현정> 그런데 전처럼 통합하자고 하는 분들의 반론을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중학교 한 반에 1, 2, 3등 정도 뽑아가는 건 모르겠는데, 지금은 한 반의 3분의 1 정도가 다 특목고, 자사고로 빠져나가고 나머지가 일반고에 모이는 식이다, 그러니까 잘하는 애들이 빠져나가고 스스로를 나머지라고 생각하는 어떻게 보면 열패감에 빠진 사람들이 모여서 교실 분위기가 망가지고 점점 슬럼화가 돼가고 있다’. 이렇게들 말씀을 하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오세목> 일반고의 어려움을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평준화 때도 그런 문제는 있었구요. 그리고 지금 잘 되는 일반고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아하구요. 저는 우리나라에도 이튼스쿨 같은 세계적 명문사학 만들어서 세계 인재들이 유학 오고 싶어 하는 그런 학교를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려면 사립학교에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고 재정 자립을 시켜서 투자를 유치하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이튼스쿨 같은 학교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자율형 사립고한테 자율성을 계속 지금처럼 줘서 다양한 교육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 달라, 그 말씀이신데. 그런데 자사고 문제점 지적하시는 분들 중에 어떤 부분 지적하시냐면 ‘다양한 인재 키우겠다고 뽑아놓고 결국은 입시교육만 시키더라.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이 대학 잘 가기 위해서 자사고로 진학을 하고 결국 입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일반고는 더 망가진다’ 이런 얘기들 하시더라고요.

◆ 오세목>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자사고들이 지금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정말 다양한 교육을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로서 대학을 일반고에 비해서 좀 더 갈 수 있다는 부분은 있겠지만, 이게 일부분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다고 일부 지역 교육감이 나서서 이렇게 폐지 운운하는 것은 혼란을 부추기고 학생, 학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저는 옳지 않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런데 앞서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 통합해야 된다고 하는 교사분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꼭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서 그들 수준에 맞게 수업을 하는 게 우수한 인쟁 키우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더 나은 길일 수 있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오세목> 상호작용에 대해서 일부 저도 이해를 합니다. 그렇지만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서 거기에 걸맞는 교육을 해 줌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올려서 더욱더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우수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고 보고요.

◇ 김현정> 그런데 롤모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앞서 선생님께서는. 결국 그 반에 공부 잘하는 롤모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많은 아이들, 중하위권의 아이들이 자극을 받게 되는데, 지금은 그 롤모델들이 다 사라져서 어떤 자극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같이 아이들이 다 누워 있고 선생님들 가르치는 것도 정말 힘들다는 얘기도 하시는데.

◆ 오세목> 그런데 그 문제는 이미 평준화 체제 안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평준화를 해도 마찬가지.

◆ 오세목> 왜냐하면 일반고 안에서도 자사고 못지않은 일반고도 있고. 또 이건 일반고에 대한 내실화. 여러 가지 중점학교, 자율형 공립고, 거점학교, 이런 걸 통해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실질적인 지원 강화, 이런 방법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안에서 대안을 찾아야지 지금 통폐합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 오세목> 오히려 한 반에 너무 갭이 큰 학생들을 모아놓고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가면, 어디에다 초점을 맞춰서 수업할지 몰라서 결국 평준화는 필연적으로 하향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어쨌든 양쪽의 의견 이렇게 듣기로 하고요. 아마 들으시는 청취자들이 나름대로 판단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교장선생님,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오세목> 네.

◇ 김현정> 자사고교장협의회의 회장이세요. 중동고등학교 교장 오세목 선생님까지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