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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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천재영 (제물포고등학교 선생님)

인천의 한 고등학교가 60년이 넘도록 무감독 시험을 이어와서 화제입니다. 무감독 시험이라... 그러니까 시험을 보는데 감독관이 없이 학생들만 시험을 본다는 겁니다. 시험을 보기 전에 학생들 모두 꼭 선서를 한다는데요. 그런데 아무리 선서를 한다고 한들 정말 컨닝의 유혹을 아이들이 떨쳐낼 수 있을까요. 대단하죠. 이 시험제도는 지금 문화재로 등록도 추진 중이라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의 천재영 선생님 연결이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천 선생님.
◆ 천재영>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선생님도 이 학교 출신이시라면서요?
◆ 천재영>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몇 년도에 다니셨어요?
◆ 천재영> 제가 90년도 초반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 김현정> 그때도 그러면 무감독 시험?
◆ 천재영> 네, 있었습니다, 계속.
◇ 김현정> 아니, 어떻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무감독 시험을 보는 거예요?
◆ 천재영> 선생님들이 시험볼때 들어와서 시험지를 나눠준 다음에, 시험 문제 상태라든가 복사 상태가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한 다음에, 이상이 없으면 나가셔가지고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시험을 보는 겁니다.
◇ 김현정> 와, 진짜 창문 너머에서도 한 분도 안 계세요?
◆ 천재영> 복도에는 한 분이 계시는데. (웃음) 혹시 모를 위급상황이라든가 질문할 수 있을 때 그때 그냥 계신 분입니다. 긴급 상황으로.
◇ 김현정> 그 시험을 치기 전에 전교 학생들이 먼저 선서를 한다면서요?
◆ 천재영> 네. '무감독 고사는 양심을 키우는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무감독 고사의 정신을 생명으로 합니다. 양심은 나를 성장시키는 영혼의 소리입니다. 때문에 양심을 버리고서는 우리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런 멘트입니다.
◇ 김현정> 멋있네요.
◆ 천재영> 저도 지금 졸업한 지 꽤 됐지만 아직까지도 외우고 있는 걸 보니까...
◇ 김현정> 어머, 선생님. (웃음) 이거 지금 뭐 보고 하신 게 아니라 외워서 하신 거예요?
◆ 천재영> 예. 저도 3년 동안 외웠었고 또 학생들 시험 감독할 때 선서를 받고 하니까, 저도 자연적으로 그냥 애국가 외우듯이 이렇게 외우게 된 것 같습니다. (웃음)
◇ 김현정> 그런데 그렇더라도 모든 아이들이 다 하나같이 천사는 아닐 텐데. 유혹에 빠지는 아이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천재영> 요 근래엔 딱 한 명 정도... 제가 적발을 했었는데. 이 학생도 굉장히 반성을 많이 하기는 했는데 쪽지에다가 어떤 문제가 나올 것 같다라고 간단히 적어놓은거였는데 그래도 이건 부정행위로 되는 거니까. 적발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최근에 한 명 있었고, 60년 역사 통틀어서는 몇 명이나 적발됐습니까?
◆ 천재영> 손가락에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감독관이 없으면 커닝하는 거, 부정행위하는 건 어떻게 잡아내요?
◆ 천재영> 학생들이 시험이 다 끝나고 나서 그날에 있었던 일을 반성문을 쓰거든요. 그래서 그런 반성문을 쓰면서 혹시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는지, 본인이나 또는 다른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했는지에 대해서 본인의 양심에 어긋나는... 자수라고 해야 되나요,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자수를 한 것도 참 착하네요, 어떻게 보면?
◆ 천재영> 마음에 걸리니까. 아무래도 양심에 죄책감을 느끼니까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60년 전에 이 무감독 시험이라는 걸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제물포고는?
◆ 천재영> 저희 초대 교장선생님인 길영희 교장선생님께서, 1954년도에 부임하셔서 양심적으로 학생들이 행동을 하다 보면 나라가 발전하고 되지않을까 싶단 취지에, 1956년에 아마 처음 시행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학교 제가 사립인 줄 알고 찾아봤더니 공립이에요.
◆ 천재영> 네, 공립입니다.
◇ 김현정> 공립이면 교장선생님도 계속 바뀌고 선생님들도 다 바뀌시는 거잖아요?
◆ 천재영> 그렇죠.
◇ 김현정> 이 제도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60년을 계속 이어온 거예요?
◆ 천재영> 우리들 선배들 또는 후배들이 역사와 전통을 꼭 이어가자고 외치고 있고 그런 것들을 저희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학교 동창들끼리 만나면, 졸업생들끼리 만나면 옛날에 재미있었던 일화 얘기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는데요?
◆ 천재영> 그렇죠. 제 이야기 위주로 말씀드리면,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동문 선배들하고 술을 한잔 먹고서 길을 가는데... 후배죠. 후배 한 명이 '형님, 그냥 무단횡단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니까 선배님이 '어디 양심 제물포고 학생이 누가 본다고, 보지 않는다고 그런 어긋난 행동을 하면 되겠느냐. 우리는 제물포고 학생이다. 힘들어도 우리는 갈 수 있다'해서 지하차도로 가서 그렇게 한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우리는 양심 제물포고! 양심제고 학생인데! 졸업생인데 어떻게 우리가 비양심적으로 무단횡단을 할 수 있느냐.'
◆ 천재영> 네. (웃음) 남이 봐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지킬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되지 않겠느냐. 선배가 그렇게 하는 바람에 후배로서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멋있네요. 양심제고. 양심 제물포고. 이 시험 제도를 아예 문화재로 등록하려고 지금 추진 중이라면서요?
◆ 천재영> 예, 그 얘기 들었습니다. 양심 교육이라는 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굉장히 동문 입장에서도 추천을 하고 꼭 됐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저도 꼭 됐으면 좋겠고요. 선생님, 이제 4월이면 중간고사 오잖아요. 우리 제물포고 학생들한테, 혹은 제고 학생 아니더라도 커닝의 유혹 앞에서 흔들리는 학생들에게 양심의 소리 하나 들려주시죠.
◆ 천재영> 무감독 고사, 아까 말씀드린 선서를 하면서도 마지막에는 또 구호를 외칩니다.
◇ 김현정> 어떤 거요?
◆ 천재영> 구호의 내용이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고 외칩니다.
◇ 김현정> 아... 양심적으로 받은 1점이 부정으로 받은 100점보다 명예롭다.
◆ 천재영> 힘들더라도 정도의 길을 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참으로 각박해져가기만 하는 세상에 양심이라는 게, 믿음이라는 게 아직도 살아 있구나 느끼게 해 준 우리 제물포고등학교 학생들한테 고맙다고 꼭 좀 전해 주세요, 선생님.
◆ 천재영> 네, 알겠습니다. (웃음) 꼭 전하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천재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60년 동안 무감독 시험 제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곧 문화재 등록도 추진한다는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천재영 선생님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