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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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10(목) 정재승 "웨이터부터 광고인까지 로봇이 대체"
2016.03.10
조회 106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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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재승(카이스트 교수)



-이성적으론 이해되지만 역시나 헛헛해
-5개월 만에 빅데이터 축적해 실력 급상승
-인공지능, 이젠 직관의 영역까지...
-정보 서비스 업계, 이미 인공지능 전쟁중

괴물, 괴물이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알파고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세돌 9단이 사실 승리를 자신했었죠. 굉장히 자신했습니다. 그랬던 이유는 뭐냐하면 바둑은 직관이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직관 영역까지는 따라올 수 없다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자신을 했던 겁니다. 그런데 알파고가 이겼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이제 직관 수준까지 따라온 걸까요. 그러고 보면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견인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게 중요한 화두였고요. 구글이니 IBM 이런 회사들 모두 지금 인공지능 개발 전쟁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대체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온 건지, 얼마나 더 갈 건지 짚어보죠.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의 정재승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재승>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저는 솔직히 기분이 언짢았어요. 일류가 기계에 진 것 같은 느낌. (웃음) 교수님은 어떠셨어요?

◆ 정재승> 저는 이성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경기가 되리라 예상은 했습니다. 그런데 고전하면서 겨우 이세돌 9단이 이기지 않을까 예측했는데 지니까 이성적으로는 이해는 되지만 마음은 헛헛하네요.

◇ 김현정> (웃음) 정확한 표현이에요.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헛헛했다. 그 사실 중간쯤에 알파고가 한번 큰 실수를 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역시 인간이 창의적으로 흔드니까 기계가 실수를 하는구나. 기계는 기계야, 이랬는데. 후반부에서 그걸 뒤집는 걸 보면서 이거 뭐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알파고의 승리 요인은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 정재승> 크게 두 가지가 작동한 것 같은데요. 하나는 그간 모르는 사이에 알파고 실력이 월등히 향상됐다는 거.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초반에 포석을 둘 때 알파고의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앞부분이 이른바 딥러닝이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정책망이라는 것이 엉뚱한 곳에 두지 않고 적절한 착수 위치를 잘 찾게 하는. 그런데 그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예전에 학습한 걸 바탕으로 뭔가 추상화된 법칙을 이용해서 직관을 활용해서 적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기능이 다 공개되지도 않았고 어느 수준인지도 가늠할 수 없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해서 초반부터 일단 밀어붙이는 일들, 이세돌 선수가 흔들어도 잘 방어도 했고요.

또 한편으로는 두번째 알파고 승리 요인은 이세돌 9단의 감정적 요동, 이런 걸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이세돌 9단이 컴퓨터와의 바둑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평소에 보이던 모습과 좀 다른 모습을 보였고. 말씀하신 것처럼 중반 알파고가 좀 실수를 몇 번 했을 때 그걸 잘 포착해서 만회할 수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좀 놓쳤고. 또 마지막에는 이세돌 선수도 실수가 좀 있었고 그러니까 감정적 요동, 긴장, 마지막에 또 지나친 이완 이런 것들이 패착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은데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의 대표이자 알파고 개발자가 알파고의 장점으로 두려움, 피곤함 이런 게 알파고는 없다 이런 얘기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얘기 들을 때 진짜 실력은 감추고 그냥 정치적 발언을 하는구나 했는데 정말로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났던 경기였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세돌 9단은 나는 흔들거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 알파고는 이게 자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몰라요. (웃음) 심지어 자기가 바둑을 두고 있다는 것도 몰라요. 그러니까 흔들어도 흔들리지가 않는. 이게 결국은 알파고가 이세돌의 감정선을 넘을 수 있었던 건데. 지금 말씀하시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빨리 발전했다고 하셨어요?

◆ 정재승> 네.

◇ 김현정> 정말로 불과 5개월 만에 그렇게 실력이 성장한 겁니까?

◆ 정재승> 그렇죠. 그러니까 5개월 전에 판후이와 대결했던 수준 또 그 내용들이 올해 1월에 네이처라는 과학저널에 상세히 소개가 됐는데 그 논문을 읽어보면,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세돌 선수의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어요. 다만 변수는 지난 5개월간 알파고가 얼마나 학습했느냐 하는 건데 결국은 딥러닝의 향상 능력은 빅데이터가 얼마나 많이 갖춰졌느냐에 의해서 결정되거든요.

그런데 지난 5개월 동안 얼마나 갖춰졌을지가 감이 안 왔던 거죠.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많은 대국을 두었다는 것이 유용했고 그다음에 인간을 흉내낸 수준이기는 하지만 나름 그래도 직관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데 이런 녀석이 빅데이터까지 제공되니까 굉장히 빠르게 실력이 성장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준 그런 사건이죠.

◇ 김현정> 교수님, 지금 직관 얘기하셨는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 영역까지 간 겁니까?

◆ 정재승>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 수준의 직관이나 추론은 아니고요. 그렇지만 그 이전까지는 그걸 전혀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공지능은 가르쳐준 것 이상의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 이세돌과 맞선 알파고는 수많은 하수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바둑의 원리를 마치 이해한 것처럼, 이세돌 고수를 이긴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과정이 인간이 학습하는 능력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사람들이 비유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 김현정> 가르쳐준 것까지만 딱딱 하는 게 아니라, 가르쳐준 걸 바탕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차원까지 갔다. 뭔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차원까지 갔다, 이 부분이 충격적인 건데. 그럼 말입니다. 이제 바둑 얘기를 넘어서서 그동안 인간의 직관으로만 할 수 있었던 어떤 그런 영역의 분야를 컴퓨터가 하게 되는 날도 오는 건가요?

◆ 정재승> 물론입니다. 그런 날이 올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남자 얼굴, 여자 얼굴 어떻게 구별하세요?

◇ 김현정> 어떻게 구분하냐고요? (웃음)

◆ 정재승> (웃음) 사람 얼굴을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우리는 어떻게 알죠?

◇ 김현정> 감으로 알죠.

◆ 정재승> 감으로 알죠. 그러니까 남자 얼굴은 여자 얼굴과 이렇게 다르다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잖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굉장히 높은 정확도로 남녀 얼굴을 잘 구별하죠.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면 어렸을 때 이 사람은 남자야, 이 사람은 여자야. 이거를 이제 여러 번 학습하고 나면 남자들끼리 갖고 있는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특징들, 또 여자의 얼굴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걸 학습하고 나면 다른 인종의 남녀를 봐도, 남녀를 구별할 수가 있잖아요. 데이터에 없는 건데도. 이런 거와 비슷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빅데이터를 가지고 학습을 열심히 시켜주면 인간의 행동을 파악해서 좀더 추상화된 개념을 갖고 있는 것처럼 얘가 행동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런 걸 어떤 분야에 쓸 수 있습니까, 예를 들면, 지금.

◆ 정재승> 그러면 예를 들면 사람의 행동들이 잘 담겨 있는 그런 결과를 바탕으로 레스토랑에서 사람이 하는 행동만 보고도 바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고요. 그다음에 마트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행동을 잘 관찰하는 것만으로 우리 물건을 어떤 방식으로 홍보하고 어디에 놓아야 될지. 그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일지 알아서 제공하는.

◇ 김현정> 홍보기획자도 될 수 있고?

◆ 정재승> 예. 사람이 말하지 않은 숨겨진 욕망을 얘가 읽어내서 서비스를 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저는 사실 이번에 이세돌, 알파고 경기에 구글이라는 회사가 쏟는 정성을 보고 상당히 놀랐거든요. 구글 본사 회장이 날아오고 다큐멘터리를 따라다니면서 찍고 경기의 대전료도 어마어마하게 지불하고. 이렇게 인공지능 홍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는 거네요,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 정재승> 맞습니다. 약간 구글이 생각하기에 검색의 다음 단계는 인공지능이라고 판단을 한 거죠. 그리고 구글은 이제 그 부분에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이 대회가 각별히 의미가 있었을 거고요. 또 특히나 사람들이 지금처럼 인공지능이 그냥 무참히 인간을 이겨버리면 인공지능과 구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이 또한 모두 인간의 작품입니다라는 걸 강조하면서.

◇ 김현정> (웃음) 자꾸 그걸 얘기해요. 맞아요. 이겨도 져도 인간이 이긴 겁니다. 그 얘기 계속하잖아요.

◆ 정재승>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칠 긍정적 가능성, 이런 것들을 많이 설파하려고 하죠. 그런데 사실 다른 기업이 이세돌에게 도전했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졌겠습니까? 한편으로는 구글에 대한 신뢰가 좀 있었던 거고요. 또 이 마케팅 효과를 생각하면 이세돌 9단의 대전료가 너무 낮죠.

◇ 김현정> 오히려. 그러네요, 그러네요. 지금 구글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기업 바이두 이런 곳들 다 대규모 투자하면서 인공지능 기술 전쟁에 뛰어든 상황 맞습니까?

◆ 정재승>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전 시대가 이른바 정보화시대인데 정보를 얼마나 빨리 찾아서 검색해서 원하는 곳에 제공해 주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그 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이 미리 원하지 않아도 잘 처리해서 제공해 주는. 그 정보들 위에 있는 지식이나 의미를 찾는 일이 다음 시대가 할 일인 거죠. 그러면 모든 IT회사, 다시 말하면 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습니다.

◇ 김현정>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짧게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혹시 이렇게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우리 영화 중에 보면 매트릭스라든지 아이로봇 이런 거,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 영화 많잖아요. 진짜 그런 세상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정재승> 그런 세상이 안 올거라고 낙관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알파고의 수준을 보면서 그 얘기를 하는 건 좀 지나치고요. (웃음) 그런데 저는 이번 경기가 대한민국에서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의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나는 인공지능과 뭐가 다른지, 나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회적 가치 또 지적능력을 인공지능과는 다르게 발휘하는지를 모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거죠.

저 개인적으로는 좀 삶을 돌아볼 수도 있고. 또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 또 어떤 부분에서는 좀 적용하지만 또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적용하면 안 된다 같은 사회적 공론의 자리가 빨리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죠.

◇ 김현정> 좋습니다.

◆ 정재승> 그런 면에서 각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지금 3807님 외에 여러 분들이 정치에도 인공지능 도입하자 이러셨는데. (웃음) 이건 좀 무섭네요, 이 문자는. 여기까지 보죠.

◆ 정재승> 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재승 교수님, 고맙습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