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0(목) 탁현민 "평창 뮤비가 B급문화? 그냥 못만든 것"
2016.10.20
조회 64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김현정 앵커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탁현민(성공회대 교수)



전세계에 평창올림픽을 알리는 홍보영상 중 하나로 공개된 아라리요 평창 뮤직비디오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아주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 좋아요는 엄청나게 많은데 싫어요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이렇게 되는군요. 제작비는 한 2억 넘게 들었다고 합니다. 공연 연출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의 탁현민 교수님을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탁현민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네, 오랜만입니다. 김현정 앵커가 일주일 휴가를 가서 제가 대신 진행하고 있습니다.

◆ 탁현민> 네, 말씀 들었습니다.

◇ 변상욱> 뮤직비디오 아라리요 평창 보시고 점수를 준다면 어떻습니까?

◆ 탁현민> 글쎄요, 점수를 줘야 하나 이런 생각이 좀 들고요. 여러 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 꽤 유명한 작곡가는 그런 말씀을 하더라고요. 음악적인 면에서는 아리랑의 재해석이라고 본인들은 얘기하던데 본인 생각에는 아마 아리랑을 정말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 변상욱> 그래요? 다시 한 번 설명드리면 아라리요 평창이라고 하는 것은 뮤직비디오인데 온라인 콘테스트를 홍보하기 위해서 만든 뮤직비디오입니다. 거기에 이제 평창올림픽의 비전과 콘셉트를 반영해서 담았다고 하는데 영 질이 떨어지는 클래스가 낮은 또는 퀄리티가 낮은 거라는 비난이 일고 있어서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어떤 장면들이 나오는지 좀 장면 묘사를 몇 개 해 주시겠습니까?

◆ 탁현민> 간단하게 얘기하면 일종의 어떤 춤 바이러스가 창궐한 평창에 남녀 주인공이 도착하고 평창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그 바이러스에 전염돼서 춤을 춘다, 이런 얘기인데 그 장면 일일이 하나하나가 사실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에요. 인상적이고 가장 한 장면만 꼽자면 코나 오브라이언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MC이자 개그맨이죠. 이분이 등장하는 첫 장면이 있는데 이 코난 오브라이언이, 코난 오브라이언으로 분장한 한국 배우죠, 개그맨이죠. 이 장면이 아마 이 뮤직비디오를 이런 위기로 몰아넣은 결정적 장면 아닌가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습니다.

◇ 변상욱> 춤 행복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온 사람들이 모두 춤을 추며 행복해한다 그런 것 같은데. 이거 부산행 영화에서 그대로 따온 것 같은 느낌이 확 드는데요.

◆ 탁현민> 그렇죠. 흐름이나 여러 가지 구성이나 이런 것을 봤을 때 분명히 그것을 의식해서 만든 거죠.

◇ 변상욱> 문화체육관광부는 논란이 이니까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공식홍보영상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 이번 아라리요 평창 동영상은 댄스 콘테스트가 있는데 그걸 홍보하려고 쉽고 유쾌하게 또 외국인들을 겨냥해서 만든 겁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이거 설득력이 있는 겁니까?

◆ 탁현민> 저는 그 해명이 일단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알아본 것으로는 이 뮤직비디오 나오기 전에 이런 식으로 제작을 할 것이다 하면서 본인들이 보도자료를 냈던 게 이렇게 썼어요. 2018평창동계올림픽 G500을 알리게 될 글로벌 프로젝트는 세계인들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아라리요 평창과 뮤직비디오 영상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본인들이 얘기했거든요. 그러고 나서는 이제 와서 이건 그냥 뮤직비디오 콘테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아주 뮤직비디오일 뿐이다, 자꾸 말을 바꾸고 있는 거죠. 처음에는 엄청난 작품이 나올 것처럼 얘기하다가 이제 반응들을 보고는 이게 아니다 싶어서 자기들이 했던 말을 번복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변상욱> 그런데 외국인 전용인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그럼 국내인 전용도 따로 하나 더 만들었다는 얘기인지 두 개를 같이 내놓고 보십시오라고 하면 몰라도 하나 가지고 이거는 외국인 전용입니다 하니까 조금 거기서 설득력이 떨어지게 돼요.

◆ 탁현민> 외국인 전용이라는 얘기는 국내 반응이 너무 안 좋고 그러니까 외국인들은 좋아한다, 이런 식으로 나름의 대응논리를 만들다 보니까 나온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그런데 가끔 그런 것도 있지 않습니까? 퀄리티를 아주 높여서 만드는 것보다는 괜히 좀 약간 날티가 난다고 흔히 시쳇말로 얘기합니다마는 B급으로 만들어가지고 더 재미있게 즐기면서 홍보가 될 수 있는 그런 것을 겨냥한 건가요? 아닌가요?

◆ 탁현민> 상당히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인데요. B급 정서라는 건 후져서 B급이라는 게 아니에요.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라 그 생각 자체가 틀린 거죠. B급 정도는 주류 정서와는 다른 걸 의미하는 거죠. 이를테면 오타쿠 문화라든지 혹은 인디 음악이나 독립영화 같은 것을 B급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B급은 나쁘고 수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거예요, 다른 거. 그런데 이 사람들은 B급이라는 이해조차도 없고 그다음에 B급을 만드는 이유는 어떤 실험성, 혹은 예술성. 주류 예술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실험이나 예술을 하기 위해서지 국가행사를 알리는 공식적인 영상물을 왜 B급 정서에 맞춥니까? 사실은 B급도 아니에요. 이건 그냥 잘 못 만든 거지.

◇ 변상욱> 잘 못 만든 것뿐이다. 그런데 문체부에 따르면 좋아요가 24만이나 되고 나빠요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 그렇게 얘기한단 말이죠. 그런데 또 어떤 자료에서는 무슨 소리냐. 싫어요가 2만 8000개고 좋아요는 600개밖에 안 된다. 어느 숫자를 보고서 서로 얘기한 건지 전혀 다른 숫자가 나왔습니다.

◆ 탁현민> 아마 문체부 얘기는 페이스북을 기준으로 얘기한 걸 테고요. 언론의 보도나 지금 저희들이 문제 삼고 있는 건 유튜브나 그 이후에 한국분들의 반응을 가지고 얘기하는 건데 이건 상당히 역시 잘못 반응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문체부가. 좋아요, 싫어요가 판단의 근거로 쓰일 수는 없죠, 그건 참고할 만한 거죠. 싫어요도 그렇고 좋아요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반응 역시 싫어요에 기반 하에 형성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본 사람들의 주관적인 판단 그리고 활동분야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중심으로 봐야죠. 그리고 더 웃긴 건 이들이 좋아요가 많이 붙었다는 이른바 페이스북 게시물들을 보면 이 게시물에 앞뒤에 있는 게시물들은 좋아요가 한 10건 이렇게밖에 없어요. 그런데 유독 이 작품에만 22만 건의 좋아요가 붙었다고 지금 주장하고 있는 거거든요. 실제로 그렇고요. 또는 누가 보더라도 이른바 바이럴마케팅 업체를 동원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 변상욱> 제가 보니까 그 페이스북 페이지의 독자 숫자가 1만 9000명? 2만 명이 좀 안 되던데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22만 명이라고 하면 하긴 합리적인 의심이 가기는 가네요.

◆ 탁현민> 그렇죠. 이게 만약에 그렇다면 정말 웃긴 건 바이럴마케팅을 위해서 만든 뮤직비디오를 바이럴마케팅 업체를 동원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죠. 앞뒤가 안 맞는 거고. 만약에 또 문체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냐면 그러면 우리 국민들의 정서와 감정은 세계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구나. 우리는 아주 특이한 이해구조를 갖고 있는 민족이구나, 이런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 변상욱>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게 뭐야 하고 넌더리를 내는데 외국인들은 엄청나게 반겼다.

◆ 탁현민> 세계와는 다른 정서를 갖고있는 특별한 민족이 된다라는 얘기죠.

◇ 변상욱> 그렇군요. 그러면 싫어요 또는 나쁜 평가가 많이 나오는 것은 유튜브에서 본 평가고 그렇게 되는군요?

◆ 탁현민>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탁 교수님 모셨으니까 사적인 얘기도 약간 궁금한 게 있어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셨던데. 짤막하게. 영광으로 생각하십니까?

◆ 탁현민> 네.

◇ 변상욱> 별로 놀랍지도 않으십니까?

◆ 탁현민> 왜냐하면 저는 꽤 오랫동안 나름 당해왔던 일이 있어서. 한 가지,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없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여태까지 제가 대관이 취소되거나 불허된 사례들이 상당히 많은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대관도 많이 하고 정치적인 공연도 하고 할 생각입니다.

◇ 변상욱> 정부의 말을 믿는다면 이렇게 되겠다, 그런 말씀이군요. 고맙습니다.

◆ 탁현민> 감사합니다.

◇ 변상욱> 성공회대의 탁현민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