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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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10(금) 옥희살롱 김영옥 "아름다움은 자존감, 주름살 두려워말라"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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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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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영옥(옥희살롱 공동대표)

나이보다 젊어보인다, 동안이시다. 이런 말 들으면 하루 종일 기분 좋으시죠. 그리고 또 기분 좋으라고 덕담 비슷하게 먼저 건네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어려보인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다. 하지 말자, 이렇게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주름살, 쳐진 뱃살, 검버섯도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사람. 책 <노년은 아름다워>의 저자이시고요.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 대표,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김 대표님, 안녕하세요.

◆ 김영옥> 안녕하세요.

◇ 김현정> 연구소 이름부터 특이하네요. 옥희살롱?

◆ 김영옥> 네, 저희 연구소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나이 들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하며 연대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연구자들의 모임입니다.

◇ 김현정> 생애문화연구소, 그래서 나온 것이. 그런데 대표님, 어려보인다는 말, 이거 칭찬인데 들으면 기분 좋으시잖아요, 대표님도?

◆ 김영옥> 별로 좋지 않아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이건 누가 봐도 좋은 의도에서 하는 칭찬 아닙니까, 그런데. 동안이다 이 얘기?

◆ 김영옥> 누가 봐도 칭찬인 것처럼 인식이 되곤 하죠.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한국 사회같이 어린 사람, 특히 어린 여자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 과연 나이 든 여성이 어려 보인다라는 말을 듣는 게 온전히 칭찬일 수만 있는가. 그 말 자체가 100% 당신을 나의 진정한 어떤 대화 상대로 인정한다, 혹은 당신의 인격을 100% 내가 존중한다라는 말이기보다는, 당신은 어리고 만만해 보인다, 이런 뜻도 포함돼 있어요.

◇ 김현정> 포함돼 있다? 아니면 그럼 지금 말씀하신 대로, ‘동안이시네요, 어려 보이세요’라는 말이 좋은 말이 아니라면 왜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그렇게 동안이다, 젊어 보인다라는 말이 보편적인 칭찬으로 통하게 됐을까요. 왜?

◆ 김영옥> 그게 옛날부터 그렇지는 않았잖아요. 예전에는 나잇값을 해라라는 말도 있고. 그렇죠? 나잇값을 하라는 말은 당신이 지금 몇 살인지 그 나이에 걸맞는 어떤 행동을 보여라, 책임을 보여라, 의무를 져라, 그러면 당신 멋있게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였거든요. 그리고 저는 누가 저한테 ‘아유, 어려 보이세요, 동안이세요’ 하면, 동안도 아니지만요. (웃음)
그게 좋게만 들릴 것 같지 않은 게 내가 그동안 살아온 삶이 있는데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어떤 일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나의 몸에 혹은 나의 얼굴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는 건가. 내가 그동안 깨달은 여러 가지 인식들도 꽤 많을 텐데 그런 것들이 내 얼굴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니, 그러면 나는 도대체 뭘 어떻게 살았다는 건가. 그리고 가끔 만나면 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세요, 이런 말 하거든요.

◇ 김현정> 그것도 엄청난 칭찬으로 우리 하는 거잖아요? (웃음)

◆ 김영옥> 그러니까 칭찬으로 하는 건데. (웃음) 저는 그걸 한 번만 더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그러면 20년 동안 나는 뭘 산 거지, 20년 동안 산 내 삶은, 내게 그러면 아무런 어떤 자국을 남기지 않았다는 건가, 이렇게 되는 거죠.

◇ 김현정> 내 삶의 어떤 깊이는 저 분이 안 느껴지는가, 오히려 서운함을 느낀다는 말씀. 물론 말하는 분들이 나쁜 의도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밑에는 그런 게 깔려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영옥> 그렇죠. 그러니까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이 사람이 그동안 무슨 일을 겪으면서 살았는지,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을 별로 갖지 않게 되는 거죠. 이 인사말 하나로. 그리고 우리가 다 알다시피 어려 보이십니다, 동안이십니다. 이 인사말은 그냥 립서비스잖아요.

◇ 김현정> (웃음) 그런 말 하면 다 좋아하는 문화니까요.

◆ 김영옥> 그러니까 그 좋아하는 어떤 문화, 이것이 왜 생겼는가.

◇ 김현정> 그걸 타파해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영옥>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이렇게 한번 질문드리죠. 대표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아름다움? 진짜 아름다운 건 뭡니까?

◆ 김영옥>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얼굴인 거죠. 그러니까 뭔가 골똘히 보게 만드는 것. 바라보면서 ‘아유, 저건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거.

◇ 김현정> 생각하게 만드는 것?

◆ 김영옥> 그렇죠.

◇ 김현정> ‘3초 만에 이야, 잘생겼어, 이야 예뻐’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 김영옥> 네. 뭔가 묘하다, 뭔가 묘하다.

◇ 김현정> 묘하다?

◆ 김영옥> 저건 뭘까.

◇ 김현정> 그러면 그 묘하게 아름답다라는 묘하게 매력적이다라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어떤 사람이 그런 사람이에요?

◆ 김영옥> 자신감 얘기 많이들 하지 않습니까. 성형 수술하고 보톡스 맞고 그래서 사람들이 ‘어려 보입니다, 어머, 얼굴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것 같아’라고 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요. 왜 자신감을 다른 곳에서는 얻지 못할까. 그리고 그 자신감이라는 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와 더불어 어떻게 사는가’ 질문을 하는 데서 나오는 진정한 자존감일 때.

◇ 김현정> 자존감?

◆ 김영옥> 그렇죠, 네. 표피적인 자신감이 아니라 깊이에서 나오는 어떤 자존감일 때 이게 빛나고 아름다운 거예요. 우리는 누군가를 빛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될 때 그 사람을 자꾸 여러 번 더 쳐다보고 싶어집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자존감 가지려면 그건 나를 아껴야 되는 거고 더 많이 생각해야 되는 거고.

◆ 김영옥> 그렇죠.

◇ 김현정> 남을 또 배려해야 되고. 이런 데서 다 나오는 거잖아요?

◆ 김영옥> 네. 바로 그겁니다.

◇ 김현정>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우리 생애문화연구소 김영옥 대표 만나고 있는데. <노년은 아름다워>라는 책도 발간을 하셨더라고요. 같은 맥락에서 그러면 나이 든다는 것, 검버섯 생긴다는 것, 주름살 깊어진다는 것 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영옥> 그렇죠. (제가 노년에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이분이 아름답다하는 느낌은 그분이 동안이기 때문에 받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어떤 웃음을 짓는가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는가, 그다음에 그분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가. 거기서 그분들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거예요. 어떤 한 분은 주름살이 너무너무 많아서 정말로 잔물결이 얼굴 전체에서 일렁이는 것 같았어요.

◇ 김현정>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글자글한 주름살? (웃음)

◆ 김영옥> 그렇죠. 정말 자글자글한. 그리고 피부도 까무잡잡하고. 그런데 그 웃을 때 눈빛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거예요.

◇ 김현정> 반달눈처럼 되면서 주름이 자글자글.

◆ 김영옥> 그렇죠. 그리고 그분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한 5분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이분은 정말, 두 팔을 쫙 뻗어서 큰 나무 한 그루를 안을 수 있는 이런 분이구나. 우리나라의 그 아름답다라는 말의 어원을 두고 국문학자들이 이런 저런 설을 많이 펼쳤는데 요. 그중에 하나가 ‘두 팔을 벌려서 안을 수 있을 만큼의’ 이런 뜻이 있어요.

◇ 김현정> 아름드리 나무를 안는다? 이런 아름다움?

◆ 김영옥> 그렇죠. 아름드리의 그 아름드리와 아름답다가 어원상 같다는 설도 있거든요.

◇ 김현정> 그렇군요. 저는 몰랐거든요.

◆ 김영옥> 아름답다는 건 결코 우리가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그런 의미만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니까 아름답다는 그 말의 의미 자체가 시대적으로 바뀐다는 거예요.

◇ 김현정> 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 그러니까 지금 아마 여러분도 내 주변에 다시 보고 싶어질 만큼 아름다웠던 사람은 누구지, 하고 떠올려 보시면 아마 한 명씩 떠오를 겁니다. 오늘 하루 진짜 아름다움,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한번 마음속으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기회 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영옥>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 대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