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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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종탁(전 홍진패션 대표)
- 폐쇄 사실 당일날 방송 보고 알아
- 협력업체 피해 대책 전혀 없어
- 비선실세가 폐쇄했나 의심들어
- 재가동돼도 어느 정부 믿고 하겠나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딱 1년 되는 날입니다. 여러분 뭐 기억하시겠지만 하루아침에 공장부터 원자재, 완제품까지 모든 걸 남겨놓고 이분들 혈혈단신 나온 거 기억하시죠? 입주기업이 124개였습니다. 협력 업체는 5000개. 거기에 관련자는 10만여 명에 이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한계 상황에 부딪힌 분들이 꽤 많다는데요. 그중에 한 사례자를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홍진패션이라는 기업을 개성공단에서 운영하셨던 분이세요. 정종탁 대표 연결을 해 보죠. 정 대표님 나와계세요?
◆ 정종탁> 여보세요?
◇ 김현정> 네, 정 대표님 안녕하세요.
◆ 정종탁>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여러분, 조금 이 대답과 제 질문 사이에 공백이 느껴지실 거예요. 그 이유는 한국에 계신 게 아니죠?
◆ 정종탁> 네, 베트남 하노이에 있습니다.
◇ 김현정> 베트남 하노이에? 제가 지금 소개를 하면서 홍진패션이라는 기업을 운영하셨던 이랬단 말입니다. 그러면 베트남에 지금 홍진패션 공장을 운영하러 가신 거는 아니라는 얘기예요?
◆ 정종탁> 네, 그 회사는 지금 폐업도 아니고 휴업도 아니고 그냥 유야무야 하는 상태로 운영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 김현정> 그러면 선생님은 베트남에 왜 가셨어요?
◆ 정종탁> 제가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개성공단 협력업체들 어떻게든지 보상을 받고 대출이라도 받고 운영을 하려고 계속 그 일을 하다가 저도 수입이 없으니까 일시적으로 와서 일 좀 해 달라고 해서 한 서너 달 와서 지금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남의 회사, 남의 공장에 가서 종업원으로 일하시는, 직원으로 일하시는 거예요?
◆ 정종탁> 네.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그렇군요. 홍진패션은 원래 뭘 만드는 회사였습니까? 이름으로는 의류 쪽 같은데.
◆ 정종탁> 남성복 바지 생산을 했었습니다. OEM으로 남성복 오더를 받아서 개성공단에 임가공 줘서 브랜드 납품하는 그런 사업을 했었죠.
◇ 김현정> 그런 일을 하셨어요? 개성공단이 문 닫던 날 기억을 잠깐만 더듬어 보죠. 그때 문 닫는다, 폐쇄한다, 이 결정은 정확히 언제 들으셨어요?
◆ 정종탁> 2016년 2월 10일날 오후 5시 방송 보고 알았죠.
◇ 김현정> 방송 보고? 방송 보고 아셨다고요? 대표님. 정 대표님? 전화가 끊어졌나요?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베트남에 연결한 거여서 전화가 조금씩 베트남 사정상 쉽지가 않네요. 그러니까. 오늘이 여러분, 2월 10일입니다. 정확히 1년 전 2월 10일 오후 5시에. 5시 뉴스를 보고 알았다. 아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이. 직원도 아니고 사장이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 여기서부터가 비극이죠. 여기서부터 비극은 시작이 된 겁니다. 지금 이분은 홍진패션이라는 기업체는 문을 닫은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다 말씀하셨지만 사실상은 닫은 거죠. 개성공단에 모든 걸 놓고 그냥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당장 먹고살아야 하니까 다른 사람의 베트남 공장에 종업원으로 일을 해 주고 있다 이 말씀이세요. 선생님, 나와 계세요?
◆ 정종탁> 네네.
◇ 김현정> 참, 전화 연결하는 것도 개성공단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문 닫은 개성공단만큼이나 어렵네요. 그러니까 그날 5시에 TV 보고.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막 전화 돌려보셨겠어요, 여기저기에다가.
◆ 정종탁> 그렇죠. 내일 11일부터는 개성공단을 못 간다고 그러니까. 트럭 한 대하고 물건 실을 사람만 간다고 이렇게 방송에 그렇게 나왔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정종탁> 그러니까 뭐, 그때부터 어떻게 된 거냐. 또 그때도 자세하게 나온 건 아니고 통일부 장관이 전면 중단한다, 뭐 이렇게 나왔으니까 그리고 후속대책이나 나온 것은 없었으니까요.
◇ 김현정> 그렇죠. 그래서 통일부 쪽, 관련된 정부 관계당국에 전화해 보니까 뭐라고 하던가요?
◆ 정종탁> 개성공단 북핵 문제로 해서 개성공단에서 임금이나 이런 것이 전부 다 핵 문제로 만드는 데 쓰인다, 그래서 부득이 정부 입장에서는 닫을 수밖에 없다, 이런 내용이었었죠.
◇ 김현정> 부득이하게 북한이 핵 갖고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 부득이하게 닫는다? 그런데 그걸 TV 보고 알게끔 했단 말이에요?
◆ 정종탁> 네네.
◇ 김현정> 그러면 따져보시죠. 아니, 이게 무슨 말이냐? 그럼 우리 어떻게 하란 말이냐, 따지셨을 거 아니에요?
◆ 정종탁> 많이 따졌죠.
◇ 김현정> 뭐라 그래요, 그러면 그쪽에서?
◆ 정종탁> 북핵 문제기 때문에 이거는 정부가 어떠한 이런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 내용이었었죠.
◇ 김현정> 이해해 달라, 그냥?
◆ 정종탁> 네네.
◇ 김현정> 그러면 그날로 그냥 짐 싸서 나오신 거였죠. 저도 그날 생생히 기억합니다마는.
◆ 정종탁> 네네.
◇ 김현정> 그랬어요.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애원이라도. 닫긴 닫더라도 며칠만 더 달라, 이런 것도 안 통하던가요?
◆ 정종탁> 12시 반인가 12시인가 입주기업 대표들을 통일부로 초청해서 얘기를 했대요.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대표님 같은 경우에는 거기도 못 가고 TV 보고 아셨는데 5시에. 12시에는... 협력업체니까, 개성공단 중에서도.
◆ 정종탁> 입주기업 대표들을 모아다가 상황 설명을 했대요.
◇ 김현정> 대표자들 모아서? 네네. 12시에.
◆ 정종탁> 그래서 그 대표자들께서 일주일 말미를 달라고 사정사정 통사정을 했대요. 그런데 정부에서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다. 5시에 보도를 할 테니까 그때 방송들을 봐라.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정 선생님 같은 경우 며칠만 더 있었으면 그래도 좀 완제품이라도 들고 나올 수 있었다. 며칠이 아쉬우세요, 최소한?
◆ 정종탁> 일주일만 했으면 제가 피해는 한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었죠.
◇ 김현정> 절반은 줄일 수 있는 상황? 그런데 할 수 없이 그날 짐 싸서 나오는. 그 짐 싸서 나오면서 정말 심정이 기가 막히셨겠어요, 정부 믿고 들어간 건데.
◆ 정종탁> 그렇죠. 정부 믿고 들어간 것이고 또 작년 1월 6일날 북핵 문제가 있었을 때 개성공단에다가 오더를 넣을까 말까 고민들을 많이 했었죠. 그런데 그런 일이 없다. 또 여태까지 우리 측에서, 남한에서 우리 정부에서 닫은 예는 없었으니까 북측에서 자기들이 며칠 안 들어오게 하고 6개월 잠정 중단하고 뭐 이런 일은 있어도 우리 정부에서 그럴 줄은 정말 몰랐죠.
◇ 김현정> 그런 상상 못하셨죠. 그렇게 해서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에서 쫓겨나다시피하고 나서 살려고, 어떻게든지 좀 회사 살려보려고 애 많이 쓰셨을 거 아니에요. 안 되던가요?
◆ 정종탁> 많이 노력했죠. 제가 통일부 5번은 찾아갔고 국회도 여러 가지 청원도 넣고 중소기업청도 찾아가고 서울시청도 찾아가고 뭐 중소기업중앙회도 찾아가고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찾아가고 협력업체 대표들끼리 해서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우리 다만 한 2, 3억만 대출해 달라.
◇ 김현정> 그 정도는 해 주지 않았습니까? 그 당시에 지원금 보상, 대출 이런 거 계획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 정종탁> 입주기업은 대출을 해 줬죠. 저리 대출을 해 줬는데 협력업체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해서 그 어느 부서를 찾아가도 우리의 억울함이나 이런 거를 들어주는 업체는 한 군데도 없었어요.
◇ 김현정> 아니, 협력업체도 분명히 개성공단 안에서 일을 했던 건데 거기다 다 놓고 나왔던 거고. 그런데 입주기업하고 협력기업하고 다릅니까?
◆ 정종탁> 입주기업은 개성공단에 등록이 된 업체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거기는 뭐 지원을 해 주겠다. 그런데 협력업체는 등록이 안 된 업체기 때문에 통일부에서는 자기들이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 김현정> 아니, 서류상 입주기업이다, 등록된 입주기업이다, 협력업체다 갈라졌을 뿐이지 지금 개성공단에다 공장 차려놓고 피해 입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누구는 대출이 되고 누구는 지원이 되고 누구는 안 되고 그나마에서도 차별이 있었단 말씀이세요?
◆ 정종탁> 제가 그걸 가지고 정부에, 정부 부처를 다 찾아다니면서 제가 상당히 하소연을 많이 했죠. 그런데 한 군데도 들어주는 데는 없었어요.
◇ 김현정> 없었습니까? 그러면 그럼 결국 대출길 막히고 나서 제가 듣기로는 무슨 아내분의 암 진단 보험금까지 털어가지고 그걸 다 쏟아부으셨다면서요?
◆ 정종탁> 암 진단금이 한 5000만 원 정도 나온 게 있었는데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오는데 통관비가 없어서 제가 좀 썼죠. 지금도 그게 가장 마음이 아프죠.
◇ 김현정> 아내분 건강은 괜찮으세요, 지금은?
◆ 정종탁>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 김현정> 그나마 다행입니다. 저희가 이제 우리 정 대표님 말고도 많은 분들을 접촉했습니다. 상황이 다들 어려우세요. 다 이런 절절한 사연들을 가지고 1년을 버티셨더군요. 10만 명에 이릅니다. 간접적,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이제 와서 곰곰이 돌이켜보면 말입니다, 정 대표님. 대체 이런 중대한 결정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내렸을까. 이제 복기해 보면 왜라고 생각하세요. 뭔가 짚이는 게 있으십니까?
◆ 정종탁> 글쎄, 이거는 지금도 뭐 방송 보도에도 나오지만 비선실세다 이런 내용들은 저도 듣고 있지만 자꾸 그런 쪽으로 생각이 들어가는 거예요. 이거는 정부에서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가고.
◇ 김현정> 이런 무리한 결정을?
◆ 정종탁> 네. 그리고 우리 정부에서 한 거라면 입주기업도 생각하고 자기들도 5000개 협력업체가 있다는 것도 알 것이고 그런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가 있나. 참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에요.
◇ 김현정> 황당한 일이다? 결국 이것도 최순실 비선실세의 뭔가 입김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루아침에 이렇게 뚝딱 뭐가 내려질 수 있는가 이런 이야기들을 입주기업들은 하신단 말씀이세요?
◆ 정종탁> 그렇죠. 우리 입장에서는 자꾸 그쪽으로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 김현정> 그렇게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
◆ 정종탁> 네. 그래서 더 억울한 생각이 들어가고.
◇ 김현정> 지금 청취자 문자 들어오는 걸 보면요. 오연수 님 이건 비극 정도가 아니라 코미디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일을 TV 보고 알 수가 있느냐. 개성공단은 반드시 다시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금 높아지고 있습니다. 혹시 재개가 되면 다시 재가동 되면 다시 들어갈 생각이세요, 어떠세요?
◆ 정종탁> 개성공단에 제가 가지고 있는 걸 거기다 놓고 온 게 많으니까. 거기에 또 애착이 있죠. 다시 또 한다고 그러면 또 5년, 10년 고생을 해야 하니까 이제 그만한 여력들이 있겠나 이런 생각들이 들어가죠. 입주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 이후로 크게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별로 없어요, 다.
◇ 김현정> 그러니까 문이 열린다고 해도 들어가기는 들어가고 가져올 건 가져오겠지만 다시 거기서 기업하실 생각은 자신없으세요?
◆ 정종탁> 글쎄요, 하여튼 우리 민족이 손재주가 있으니까 품질이나 이런 건 상당히 좋거든요. 가격도 싸고. 그런 매력은 있는데. 어느 정부를 믿고 합니까.
◇ 김현정> 어느 정부를 믿고 하겠느냐? 정부 믿고 전 재산 털어넣을 그런 강심장이 또 있겠느냐? 이건 뭐... 경험이 있으신 분의 얘기네요.
◆ 정종탁> 그렇죠. 입주기업도 대출을 받았는데 개성공단이 열리면 상환하는 조건이거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충분히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갑니다. 선생님, 힘내시고요. 힘내라는 위로밖에 드릴 게 없어서 죄송합니다.
◆ 정종탁> 그런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허탈한 웃음으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네요. 오늘 고맙습니다.
◆ 정종탁> 네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결국 회사 문 닫고 말았습니다. 정종탁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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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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