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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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4(화) 김원숙 "미국서 학대당해 숨진 현수, 이젠 나비처럼 날으렴"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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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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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원숙 (‘현수의 나비’ 조각상 在美 화가)



어제 서울 내곡동의 한 장애인 학교 교정에는 미국에서 날아온 나비 한 마리가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요. 마치 이 나비를 날려보내듯이 팔을 쭉 뻗은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현수, 현수와 나비의 조각상이 세워진 건데요. 그냥 보면 평범한 조각상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아주 아주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답니다. 현수는요, 미국에 입양이 됐지만 넉 달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을 거둔 네살배기 한국인 입양아입니다. 그 현수를 기리면서 한인 부부가 만든 조각상이 바로 이 조각상이었던 거죠. 대체 어떤 사연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조각상 현수의 나비의 작가 김원숙 씨 연결돼 있습니다. 김 작가님, 안녕하세요.

◆ 김원숙>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원래는 미국에 사시는 교민이신 거죠? 그런데 서울에 지금 조각상을 들고 방문하셔서 어제 서울 하늘 아래 내려놓으셨어요. 느낌이 어떠셨습니까?

◆ 김원숙> 아... 글쎄요. 여기 현수가 그냥 그대로 입양 안 되고 있었으면 이 조각상이 세워진 다니엘 장애 학교 같은 데 다니면서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요.

◇ 김현정> 그냥 딱 보기에는 특별할 건 없는 조각상이에요. 저는 뭐 그렇게까지 깊은 사연이 있는 건줄 몰랐는데. 현수가 어떤 아이인 거예요?

◆ 김원숙> 현수가 2014년에 미국으로 입양이 된 한국 아이인데, 네 살이었어요.

◇ 김현정> 네 살 때?

◆ 김원숙> 그리고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였는데 메릴랜드 주에 있는 오캘러핸 가족에게 입양이 됐고 그 오캘러핸은 미국 NSA의 대령이나 되는 아주 인텔리 가족이었어요.

◇ 김현정> 표면적으로 볼때는 아주 유복한 가정에 잘 입양된 것처럼 보이는데요?

◆ 김원숙>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분이, 그 남자분이 약간의 우울증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입양 당시) 서류상의 큰 하자가 될 만한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래서 학대에 의해서 숨졌다는 게 무슨 학대를 받았다는 겁니까?

◆ 김원숙> 병원에 한 번 가고... 또 약간의 멍이 들고 뭐 이런 것이 있었는데, 그다음에 또 조금 더 심한 구타를 당해서 죽은 거죠.

◇ 김현정> 세상에.

◆ 김원숙> 그래서 오캘러핸 대령은 금방 구속이 됐고요. 그런데 이런 재판 하고 이런 상황에서 그 선고를 받는 그 법정에 입양아들이 많이 모였어요. 현수를 대신해서. 그런데 생각보다 굉장히 가벼운 형을 받게 됐다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다 막 많이 울고 그랬거든요.

◇ 김현정> 어떻게 받아길래요, 형을, 그 양부모가?

◆ 김원숙> 그러니까 12년의 구형이지만 3년 있다가 보석을 받을 수 있는, 그러니까 3년이 지나면 나올 수 있는 그런 형을 받아서 그게 좀 많은 사람들을 좀 경악하게 했죠.

◇ 김현정> 그러면 이 일이 벌어진 지가 2014년이라고 하셨나요?

◆ 김원숙> 네. 그러니까 올해 아니면 내년쯤이면.

◇ 김현정> 보석으로 풀려날 수도 있는? 세상에.

◆ 김원숙> 그렇죠. 그런데 입양아들이 굉장히 이걸 마음 아파했어요. 사실 저희 남편이 토마스 클레멘트인데요. 그 양반은 전쟁 고아예요. 그래서 자기도 길에 버려졌었고 또 길에서 있다가 고아원에 데려다져서 1956년에 입양이 된 거의 첫 케이스죠, 한국전쟁 이후에.

◇ 김현정> 김원숙 작가님의 남편분도 입양아 출신이시군요?

◆ 김원숙> 네. 우리 남편도에요. 남편은 의료기구 발명가로서 살고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인데요. 갑자기 여름에, 지난 여름에 자기가 조각을 하나 만들어야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조각을 만들겠느냐고 물어보니까 4살짜리 남자아이가 나비를 날려보내고 있는 모습이래요.

◇ 김현정> 바로 그게 현수의 조각상? 그 아이디어였군요.

◆ 김원숙> 네, 처음엔 저는 현수인 줄 모르고. 저한테 얘기를 안 했기 때문에 ‘아, 이 사람이 자기의 옛날 네 살, 버려진 생각을 하는구나’하고 내가 도와줬는데 열심히 하는 동안에 이 현수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일이 있는데 입양아들이 이 조각을 그 현수가 잠깐 살았던 메릴랜드 그 동네 공원에다가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는데요. 사실 주민들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어요. 저도 그건 이해는 해요.

◇ 김현정> 왜요? 왜 주민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까? 공원에 예쁜 조각상 놓는 건데?

◆ 김원숙>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조금 처참하고 그리고 잠깐 살았던 어떤 한국 아이의 어두운 것들을 자꾸 봐야 되는 것이라.

◇ 김현정> 볼 때마다 아픈 거군요? 그게 싫은 거군요?

◆ 김원숙> 그렇죠. 이 조각상을 두 개를 만들었는데 이게 브론즈예요.

◇ 김현정> 동으로 된 것.

◆ 김원숙> 딱 네 살짜리 아이 키 만한 그리고 나비는 이렇게 어두운 누에고치같이 있다가 어느 세월에 확 나비가 돼서 화려하게 날아가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김원숙> 그런 상징으로 나비를 만든 거라서 그래서 서울에 다니엘 학원이라는 장애인 학교가 있어요. 현수가 한국에 있었으면 여기에 다녔을 수도 있는데라는 그런 느낌으로, 다니엘 학원에서 너무나 흔쾌히 좋다고 해주셔서 그래서 거기에 하나 갔고요. 그리고 두 번째 것은 메릴랜드 주지사 사무실의 주선으로 현수가 살았던 동네 가까운 데 있는 린우드 스쿨이라는 학교에 세워지게 됐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사연으로 만들어진 동상. 저는 나비가 궁금했는데 나비에도 그런 뜻이 포함이 된 거였군요.

◆ 김원숙> 네, 그렇죠. 상징이죠.

◇ 김현정> 그런데, 선생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요.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미국으로 입양가면 아이 입장에서는 차라리 나은 것 아니냐?

◆ 김원숙> 글쎄요. 주로는 그렇죠. 그런데 거기에 그림자가 있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입양아들이 대강은 좋은 가정에서 잘 교육받고 잘 자라지만 또 뭐 사람 일이 그런지라 또 이상한 사람도 많고 또 적응이 잘 안 돼서 여러 가지로 고생하는 중에 부모랑도 틀어지고 하는 그런 슬픈 얘기들도 많아요, 사실은.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현수 이야기 사실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현수의 조각상, 나비 조각상 통해서 이런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고 우리에게 뭔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 김원숙>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자그마치 16만 명입니다. 어떤 분들은 선진국 가서 더 편견 없이 살겠구나 하지만 기대만큼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현수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가 있네요. 제2의 현수는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든 조각상 현수의 나비의 작가 김원숙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