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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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30(목) 야시장 완판 츄러스 할배 "3시간에 300개 팔아요"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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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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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경재 (푸드트럭 할아버지)



지난주부터 한강공원 일대에 밤도깨비들이 출몰하고 있답니다. 봄 마실 나온 사람들 홀리는 이 밤 도깨비들의 정체는요. 바로 야시장. 야시장인데요. 40여 대의 푸드트럭이 쭉 늘어서서 그야말로 한강공원 일대에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푸드트럭 하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죠. 그런데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힙합모자를 뒤집어쓰고 파는 추러스 트럭이 있어서 화제입니다. 명물 푸드트럭 할배 추러스의 이경재 사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경재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 이경재> 네, 안녕하셨어요?

◇ 김현정>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이경재> 만 65세입니다.

◇ 김현정> 65세? 아유, 그러면 그렇게 할아버지도 아니시네요.

◆ 이경재> 아니에요. (웃음)

◇ 김현정> 그 푸드트럭, 40여 대의 푸드트럭 가운데서는 제일 연세가 많으신 거죠?

◆ 이경재> 네. 그렇죠.

◇ 김현정> 맞아요. 푸드트럭 젊은이들이 주로 하는 그런 창업이기 때문에.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한강공원 야시장에서 가장 먼저 판매 매진을 기록하셨다면서요?

◆ 이경재> 저는 가장 먼저인지는 잘 몰랐는데, 일찍 매진이 됐어요.

◇ 김현정> 얼마 만에 몇 개 파셨어요?

◆ 이경재> 2시간 40분 만에 한 300개 팔았어요. 한 280개 팔았어요.

◇ 김현정> 아니, 저도 한강공원 야시장 가봤거든요. 그런데 가보면 정말 이제 막 홍보문구도 굉장히 독특한 게 많고 젊은이들이 굉장히 멋있게 옷 입고 호객행위하면서 이렇게 파는데, 그 틈에서 어떻게 그렇게 2시간 40분 만에 300개 완판을 하셨어요?

◆ 이경재> 제가 평생동안 오랫동안 식당에서 쉐프, 양식 요리사로 근무해가지고요. 튀기고 만드는 것은 아주 숙달이 됐습니다.

◇ 김현정> 일단 맛이 좋다?

◆ 이경재> 네.

◇ 김현정> 그래요. 맛이 좋고. 제가 사진을 보니까 인상적인 게 푸드 트럭 옆에다가 '할배의 약속', 이렇게 안내판을 하나 써놓으셨어요.

◆ 이경재> 네, 제가 제 나름대로 손님들한테 신뢰감을 얻기 위해서 썼는데요. 첫 번째가 제 손주가 먹는 마음으로 성심껏 만든다고 약속을 했고요. 두 번째가 주재료인 튀김 기름과 반죽인데요. 이 반죽을 식물성만 사용해요. 그러니까 우유나 달걀 같은 걸 안 넣고.

◇ 김현정> 식물성 기름만 사용하겠습니다, 두 번째 약속. 세 번째는요?

◆ 이경재> 주문 즉시 만든다! 그래서 시간은 조금 지체되어도 손님들이 따뜻하게 잡수실 수 있도록 하니까 좀 매상은 떨어지는데 손님들이 너무 좋아하시기 때문에 그 방법을 쓰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문구가 대단한 건 아니에요. 대단한 건 아닌데 뭔가 다 정성이 들어 있어요. 진정성이 묻어나요. 직접 쓰신 거예요, 할아버님?

◆ 이경재> 네네, 제가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할아버님이 명물로 통하는 이유가 스냅백이라 그러죠. 그러니까 왜 여러분, 힙합하는 젊은이들이 모자 챙을 돌려가지고 쓰는. 그런 걸 막 쓰고 이렇게 판매하시더라고요.

◆ 이경재> 나이가 먹으니까 아무래도 제 모습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웃음)

◇ 김현정> 젊어보이고 싶으셔서?

◆ 이경재>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할아버지가 힙합모자 같은 거 쓰고서는 추러스 만드는 거 보면 뭐라고들 해요, 젊은이들이?

◆ 이경재> 젊은이들도 좋아하고요. 특히나 연세 드신 분들이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요. 아기들이 와가지고 할아버지라고 좋아할 때가 제일 좋아요.

◇ 김현정> 그럴 경우에는 조금 더 길게 만들어주세요, 추러스를?

◆ 이경재> 아우, 그거는요. 애들 둘이 와서 저녁시간 같은 때 그럴 때는 둘이 하나씩 먹기가 그럴 것 같으면 제가 알아서 2개 시키지 말고 하나 시키라고 해요. 그럼 제가 많이 해 준다고, 크게 빼서 주고 그럽니다.

◇ 김현정> (웃음) 그게 길이가 왔다갔다 하는군요, 추러스 길이가?

◆ 이경재> 네네. 그럼요. 아이고, 어떨 때는 곱배로 커질 때도 있어요.

◇ 김현정> 2배로 커지기도 합니까? 이게 할아버지 마음이네요. 할아버지 마음. 그러면 뭐가 남아요, 그렇게 파시면.

◆ 이경재> 아이고, (웃음) 그래도 많이 남아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래도 많이 남아요? 지금 뵈면서 나이는 숫자일 뿐이구나, 이런 생각 드네요.

◆ 이경재> 아이고,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야 되겠다, 열심히 성심껏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자꾸 드세요.

◇ 김현정> 할아버님 끝으로 지금 나는 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까 좌절해 있는 젊은이들도 많고 나는 나이가 들어서 이제 할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을 거야. 이렇게 좌절해 있는 중년들도 많아요. 이분들에게 힘이 되는 한 말씀 해 주시겠어요?

◆ 이경재> 저는 한 가지 일밖에 못하기 때문에 어떤 경험담 같은 게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젊고 늙고를 떠나서 시작하기는 힘들어도 시작만 하면 최선을 다한다면 어디에도 길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현정> 어디에도 길은 있다? 갑자기 그 생각이 드는데 그 멋진 양식당의 셰프하시다가 요리사 하시다가 조그마한 푸드트럭을 직접 몰고 가서 거기서 힙합모자 쓰고서는 추러스 만들어 파는 게 조금 창피하고 좀 망설여지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이경재> 제가 외국 가니까 미국 사람들은 머리 하얀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푸드트럭을 하더라고요. 젊은이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더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 많다. 사람과 사람, 얼굴을 보고 직접 요리를 하고 사람과, 그 사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푸드트럭이기 때문에 나이 먹은 게 더 장점이 많으니까 한번 해 보라는 거예요.

◇ 김현정> 용기 가져라?

◆ 이경재> 네, 용기 가지고 하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까 실제로 나이 먹은 사람이 이런 푸드트럭 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고요. 제가 좀 더 잘해야지 다른 사람도 더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힘이 되는 말씀이네요. 저도 한번 야시장 구경하겠습니다. 할배 추러스 찾아갈게요?

◆ 이경재> 아이고, 오십시오. 환영하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이경재> 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밤도깨비야시장 잠깐 다녀왔습니다. 이경재 사장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