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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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홍신 (소설가)

- 아이들은 노는 게 직업이어야
- 장난감 손수 만들면 창의력도 올라가
- 놀아야 선진국 도약도 가능
- 엄마들 '자기 욕심' 아이에 부려서야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이죠.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 씨가 동화책 작가로 변신했다 그럽니다. 그냥 동화책이 아니고요.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려주는 시리즈물이라는데 벌써 다섯 번째 책이 출간이 됐습니다. 이번 다섯 번째 책 제목은 ‘맷돌, 어이가 없네!’ 책 제목이 참 귀엽죠. 이 시대의 부조리한 곳을 파고들던 그 날카로운 작가가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 꽂힌 건지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소설가 김홍신 선생 연결을 해 보죠.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홍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동화작가로 변신을 하셨어요?
◆ 김홍신> (웃음) 인생은 늘 변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멀쩡하게 사는 것보다는 때때로 거기에 맞춰서 변하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어요.
{IMG:1} ◇ 김현정> 시작부터 멋진 말로 시작을 해 주시는데요. 사회 부조리를 파고드는, 그것도 장편소설로 길게 쓰시던 분이 짧은 호흡의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 쓸 생각을 하셨어요?
◆ 김홍신> 손자가 태어나니까 자식을 키울 때 하고 또 다른 뭔가가 있어요.
◇ 김현정> 뭐예요, 그게. 자식 볼 때랑 손자 볼 때랑 다른 게?
◆ 김홍신> 자식을 키울 때는 관조한다고 그럴까요. 더 애틋한 마음이 생기게 되고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아들에게는 이런 걸 읽혀주고 싶다 해서 이제 삼국지를 했고요. 손자에게는 그러면 뭐를 할까. 이거는 동화가 맞는데 우리 전통문화를 창작동화로 만들면 어른들의 삶, 할아버지의 삶, 과거의 삶을 나중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 김현정> 그럼 선생님,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여쭐게요. 동화가 더 어렵습니까? 시사고발 장편소설이 더 어렵습니까?
◆ 김홍신> 다 어려워요. (웃음)
◇ 김현정> 동화는 어쨌든 애들이 보는 거고 또 짧고 이러니까 그래도 좀 만만하지 않습니까?
◆ 김홍신> 네, 그렇지 않은 것이요, 일기 같으면 자기가 써서 자기만 보면 되잖아요. 그런데 글은 누군가 봐서 그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든지 아니면 뭐 이따위 것을 썼어. 이렇게 비판을 받든지 그러니까 늘 감독관이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것은 더군다나 부모가 읽어서 또 아이가 읽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쉽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보니까 2015년부터 지금까지 총 5권 내셨는데 책 제목이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 ‘물렀거라, 왕딱지 나가신다.’ ‘우리 옷 고운 옷 한복이 좋아요.’ ‘추석에도 세배할래요.’ 그리고 이번에 ‘맷돌, 어이가 없네!’ 이거는 무슨 내용이에요?
◆ 김홍신> 꼬맹이가 저를 아주 아껴주는 고모가 시집가니까 굉장히 속이 상해 있는데 전기가 나가버렸어요. 전기가 나갔으니까 시골에서 맷돌이니 뭐 이런 전통 도구를 가지고 잔치 준비를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얘가 그 어이를 갖다 감춰버린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그러는데 그야말로 어이가 상실된 거네요.

◆ 김홍신> 그렇죠.
◇ 김현정>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재미있어요.
◆ 김홍신> 그래서 꼬마를 설득을 하니까 얼른 그걸 찾아다줘서 다시 흥겨운 모습으로 전환이 되는 것이죠.
{IMG:2} ◇ 김현정> ‘물렀거라, 왕딱지 나가신다!’ 이건 딱지치기 얘기인가 봐요?
◆ 김홍신> 네, 딱지치기 이야기죠. 제가 어렸을 때 딱지치기 참 엄청 많이 했거든요.
◇ 김현정> 저도 많이 했어요, 사실. 여자인데도. (웃음)
◆ 김홍신> 그러셨구나. 달력을 접으면 제일 좋아요.
◇ 김현정> 맞아요, 튼튼하니.
◆ 김홍신> 찢어서는 안 될 공책이나 책을 좀 찢어서 쓰거나 이런 경우도 저희들이 있었거든요.
◇ 김현정> 네. 그러고 나서 꼭 혼나셨죠?
◆ 김홍신> 혼날 수밖에요. (웃음)
◇ 김현정> 그런 추억 있죠, 맞아요. (웃음)
◆ 김홍신> 그런 이야기들을 섞어서 책을 썼는데 요즘 아이들 딱지는 전부 문방구에서 사서 쓰더라고요.
◇ 김현정> 플라스틱, 맞아요.
◆ 김홍신> 만들어진 거. 그런데 저희들 때는 그게 아니고 손수 만들었기 때문에 그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냐면 그때 그 아이에게 창의력이 생기거든요. 그런 걸 길러주기 위해서 제목도 그렇고 그런 내용이죠.
◇ 김현정> 딱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아이들 플라스틱 딱지조차 할 시간도 없다 그래요. 많이 안타까우시죠, 보면?
◆ 김홍신> 안타까운 정도가 아니에요. 몇 년 전에 경찰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었다 그랬거든요. CCTV나 블랙박스 이런 덕도 있지만 어떤 젊은 엄마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우리 아이가 교통사고 날 시간이 어디 있냐. 그만큼 아이들 공부에, 학원에 매달려서 살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놀이가 없으면 창의적, 창조적 시각 그다음에 세상과 도전해 볼 마음으로의 도전 정신. 이런 것들이 상실돼요.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을 놀게 만들어주거든요. 그리고 아이라는 게 직업이 노는 게 직업이어야 되거든요.
◇ 김현정> 그 얘기를 놀이전문가도 똑같이 하시더라고요. 놀도록 만들어진 게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을 잡아다 닭장에 넣고 공부만 시키고 있다고.
◆ 김홍신>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한 바탕 뛰어올라가는 흥이 있어야 되는데 놀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음에 부모도 노는 걸 가르쳐주지 않고, 놀면 나쁜 인간까지 됐었어요, 저희들 때는.
◇ 김현정> 지금도 그래요.
◆ 김홍신> 노인이 되면 죽기전에 십수 년간 전부 병자로 사는 이유가 너무 애절하게 애타게 공부만 하고 직장만 다니고 돈벌이 하고 이렇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거든요.
◇ 김현정> 선진국으로 한 발짝 도약하지 못한다는 것도 저는 정말 공감하는 게 그저 책상에 앉아서 연필만 굴려가지고는 한 발짝 도약할 만한 창의력이 안 나오는 거죠?
◆ 김홍신> 그럼요. 그리고 국가가 어떻게 되냐면 아이가 태어나면 3살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순수하게 기를 수 있도록 육아정책을 바꿔줘야 되거든요.
◇ 김현정> 그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 김홍신> 3년 동안 소중한 역할을 하고 다시 제대로 취업이 되는 이런 걸 보장까지 만들어줘야만 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엄마들도 새겨들어야 될 것 같고 무엇보다 나라에서 이런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꼭 좀 새겨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끝으로 엄마들한테 한말씀 딱 해 주셔야겠네요.
◆ 김홍신> 자식에게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그 욕심은 내 욕심이지 그 아이가 이 세상을 정말 근사하게 살아나갈 수 있게 우리가 펼쳐주는 역할을 해야지 그 아이를 묶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가지 말라는 것이죠. 결국 그렇게 되면 그 아이는 부모를 결국은 미워하거나 배신하거나 싫어할 염려가 있습니다.
◇ 김현정> 저도 반성해야겠습니다, 선생님. 좋은 책 앞으로도 6호, 7호 계속 좀 내주시기를 기대하고요.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김홍신> 감사합니다.
◇ 김현정> 동화작가 다섯 번째 책을 냈습니다. 김홍신 선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