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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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해인 (수녀)

- 신문 속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사건들
- 새해엔 내 옆에서 '기다리는 행복' 찾길
-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 '내'가 먼저 나서 선한 영향력 끼쳤으면
1월 1일, 새해 아침 첫 번째 화제의 인터뷰로는 어떤 분을 모셔야 되나 저희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분과 함께라면 새해 첫날 아침을 정말 정갈하고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로 이해인 수녀님, 오늘 모셨습니다. 존경받는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하면서 그 따뜻한 감성으로 우리 사회를 품어온 분이죠. 마침 '기다리는 행복'이라는 신간 산문집을 내셨어요.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해인 수녀님, 안녕하세요?
◆ 이해인>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해인> 네. 앵커님께서도 또 청취자께서도 복 많이 받으시고요.
◇ 김현정> 네, 감사합니다. 참 사회적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 보내고 새해를 맞는 기분. 어떠세요?
◆ 이해인> 글쎄 좀 새해에는 좀 더 평화가 가득한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수녀원에서도 이렇게 일간신문을 봐도 너무 좀 힘들고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런 사건들도 많이 있었잖아요.
◇ 김현정> 많았습니다, 많았어요. 그런 거 좀 싹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오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말씀이세요. 신간을 가지고 오셨는데 마치 새해 선물처럼 가지고 오셨어요. 6년 만의 산문집. 제목이 '기다리는 행복' 누구를 그렇게 기다리셨어요, 수녀님?
◆ 이해인> 제가 그걸 묵상을 해 보니까 우리 모두가 다 행복이 나에게 오기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행복이라는 추상명사가 또 우리 인간들을 기다리는 게 아닌가,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 봤어요. 우리 엉뚱한 곳에서 행복을 막 찾으니까 행복이 가까이 있는데 왜 다른 데 가서 찾지?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닐까 기다리는 행복이 저를 묵상하게 만드는 그런 제목인 것 같아서요.
◇ 김현정> 굉장히 재미있네요.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행복을 찾아서 막 쫓아다녀요. 어디 있을까, 내 행복은. 그런데 실은 행복이 지금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빨리 오라고?
◆ 이해인> 그런 것 같아요. 행복의 파랑새를 죽는 날까지 저 먼 데서 찾다 보면 바로 집 앞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내 옆에 있을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갑자기.
◇ 김현정> 사실은 제가요. 수녀님의 이 책을 읽다가 그 행복의 비밀을 찾았거든요. 잠깐만 낭송을 해 봐도 될까요?
◆ 이해인> 되죠, 되죠.
◇ 김현정> 제목이 '애인 만들기'입니다.
애인 만들기
세상 사람들이
갈수록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
처음 보아도 낯설지 않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천사가 날마다 새롭게
부활하나보다
자기가
가장 못난 죄인이라고
우는 사람도 예쁘고
자기 혼자 의인인 듯
잘난 체하는 사람도
조금 어리석어 보이지만
밉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모습도 사연도 다양한
세상 사람 모두를
애인으로 삼기로 했다
갑자기 애인이 많아지니
황홀하다
아, 애인 만들기라는 시. 너무 좋아요.
◆ 이해인> 네. 바로 제 심정이거든요. 수도생활 반세기를 하고 나니까 진짜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저는 어떤 깨달음이었냐면 누구를 미워하면 사실 제일 괴로운 건 본인이거든요?
◆ 이해인> 그럼요, 그럼요.
◇ 김현정> 그렇죠?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인정해 버리면 그때부터는 심지어 예뻐 보일 수도 있구나, 미운 그 사람이?
◆ 이해인> 그런데 그게 잘 안 되죠. 또 애인이라는 말을 쓰는 걸 굉장히 좀 우리 같은 종교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함부로 쓰는 말이 아닌데 딱 한 번 시에 썼어요. (웃음)
◇ 김현정> 제가 그래서 '이해인 수녀님의 애인 만들기라는 시 너무 좋아' 이렇게 주변에 얘기했더니 '수녀님이 그런 시를 쓰셨어?' (웃음)
◆ 이해인> 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죠.
◇ 김현정> 그렇죠. 참 좋아요. 정말 좋습니다.
◆ 이해인>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 김현정> 이런 시들, 행복의 시들을 가지고 산문집을 가지고 오셨는데 그나저나 건강은 괜찮으신 거예요, 이해인 수녀님?
◆ 이해인> 수술한 지 9년 됐는데 그동안 항간에 2, 3년 동안 계속 죽었다는 가짜 뉴스가 나돌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 하는 데 큰 지장이 없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너무너무 다행입니다, 너무너무. 그 가짜 뉴스 떠돌아다닐 때는 진짜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셨을 것 같아요?
◆ 이해인> 아니, 그냥 또 많은 걸 묵상했죠. 아, 이렇게 그런 가짜 뉴스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이고 또 진짜 죽었을 때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하는구나 내지는 그런 것 좀 진짜 죽음에 대한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묵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 김현정> 수녀님 참 마음이 넓으세요. 그러니까 행복이 보이는 겁니다. 이런 분들한테 보이는 거예요.
◆ 이해인> 원래 저는 좁은 사람인데 넓어지려고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 김현정> 넓어지려고 노력하세요? 수녀님, 나오셨는데 우리 청취자들께 새해 아침에 시 한 편을 직접 좀 낭송해 주시기를 저희가 부탁 안 드릴 수가 없네요.
◆ 이해인> 제가 가끔 여기 수녀원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카드 연하장같이 만들어놓은 게 있거든요. '새해 마음'이라는 시가 있는데 그것을 제 덕담으로 읽어드릴까요?
◇ 김현정> 새해 마음?
◆ 이해인> 제목이 새해마음입니다.
◇ 김현정> 수녀님이 시작하시면 저희가 잔잔한 음악 깔아드리겠습니다.
◆ 이해인>
새해마음
이해인 수녀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 이 마음에
색동을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1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을 늘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 김현정>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지난 한 해 여러분, 마음이 좀 찜찜했던 모든 걸 털어버리세요. 이제부터는 새로운 길 가는 겁니다. 그런데 그 길이 좀 넓었으면 좋겠어요. 좁은 길로 스스로 만들지 말고 마음을 넓게 쓰면 그때부터는 가는 길이 넓어지고 편해지는 거죠.
◆ 이해인> 네, 사랑의 좁은 길을 넓은 사랑으로 달려가게 하소서. 광안리 바다처럼 이렇게... 라고 말하거든요. (웃음) 넓은 마음을 새롭게 갖는 이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에게 특히.
◇ 김현정> 그러네요. '기다리는 행복' 여러분, 바로 옆에 행복이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거 손 잡으시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수녀님, 오늘 참 말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훈훈해졌고요. 지금 참 고단한 인생 살고 계신 분들이 계세요. 여러 가지 처지로 몸 때문에, 자식 문제 때문에, 취업 문제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고단해하는 그분들께 덕담 한 말씀 해 주시죠.
◆ 이해인> 우리가 이 시대를 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 남이 나에게 해 주기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해야 되겠다는 용기. 그래서 내가 아니면 누가 하나? 지금 아니면 언제 하나? 이런 솔선수범의 마음을 지닌다면 우리가 모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멋있는 사람들 되지 않을까, 넓은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저 자신에게 해 봅니다.
◇ 김현정>'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제가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 이해인> 저도요.
◇ 김현정>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좋은 말씀. 제가 책 중에서 하나 좋은 덕담 있어서 뽑아봤어요. 역시 이해인 수녀님의 덕담인데 '언제 어디서나 서로 서로 복을 빌어주고 복을 짓고 복을 나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해인> 멋있네요. (웃음)
◇ 김현정> 새해 수녀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요.
◆ 이해인> 네, 복덕방이 되세요. 아름다운 복덕당. (웃음) 복을 줘서 덕을 담는 우리 복덕방이요.
◇ 김현정> 복덕방 되겠습니다. (웃음)
◆ 이해인>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이해인 수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