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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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28(월) K-9 폭발 부상자 "목숨 건졌지만 배우의 꿈은 사망했습니다"
2018.05.28
조회 48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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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찬호(예비역 병장)



K-9 사고로 전신 55% 화상 이찬호씨 전역
목숨 건졌지만 화상치료는 '또다른 지옥'
5번 대수술 받고도 도움없이 생활 불가능
평생 해야하는 화상치료, 지원비로 될지 막막
배우 꿈은 이미 사망, 가정, 가계도 무너져
보훈 제도 있지만 미비, 개선 원해


작년 8월 18일 철원의 한 육군부대에서 K-9자주포 폭발사고가 났습니다. K-9 자주포는 쉽게 말하면 탱크라고 여러분 보면 되는데요. 이 사고로 군인 3명이 숨지고 4명이 큰 부상을 당했었죠. 그 당시 크게 보도가 됐었습니다마는 그 후로는 우리 기억에서 잊혀져 갔죠. 당시 몸 55%에 화상을 입었던 이찬호 씨, 배우를 꿈꾸던 청년 이찬호 씨는 여전히 혼자서는 병뚜껑도 따지 못할 정도의 그런 상황이라고 합니다. 지난주에 병상에서 군생활을 마쳤어요. 이찬호 씨.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오늘 직접 연결을 해 보려고 합니다. 이찬호 씨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이찬호> 안녕하세요. 이찬호입니다.

◇ 김현정> 아직도 병원에 계시는 거죠?

◆ 이찬호> 네, 사고 이후로 9개월째 계속 병원에 입원해서 5번의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김현정> 상병일 때 사고를 당하셨는데 병장 시절을 다 병상에서 보내고 지난주에 전역을 하셨어요.

◆ 이찬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4월 전역이던 걸 한 달 미뤄서 지금 5월에 이렇게 전역을 하게 됐어요. 보통 전역하면 축하인사를 건네야 정상인 건데 우리 이찬호 씨는 몸 상태를 생각하면 전혀 지금 그럴 상태가 아닌 거죠?

◆ 이찬호> 네. 지금은 후유장해 진단을 받은 상태고 전역하고 나서도 병원에 계속 있으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지난 8월에 K9 자주포 사격 훈련을 하다가 그게 폭발을 한 건데 온몸에 55% 화상 외에도 안와분쇄골절, 코와 광대뼈 골절, 시력 저하, 안구 함몰 복시 현상. 지금 제가 쭉 자료 조사한 것만 해도 이렇더라고요. 이게 어느 정도 상황이었던 거예요?

◆ 이찬호> 그때 압력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원래는 40kg짜리 탄을 40km을 내보내기 위해서 쓰는 그 화약을 저희가 다 오로지 몸으로 견뎌낸 거죠. 3개가 터졌어요, 그게.

◇ 김현정> 3개가?

◆ 이찬호> 네, 3개의 화약.

◇ 김현정> 40kg짜리 탄약을 40km를 보낼 정도의 그런 압력을 받으신 거예요?

◆ 이찬호> 그렇죠. 그러니 몸이 남아나질 않았죠.

◇ 김현정> 그러니까 그때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4명이 부상을 당한. 그러니까 목숨만 건진 것도 그 당시로서는 다행이다 할 정도였네요.

◆ 이찬호> 네, 목숨만 건진 것도 다행이죠.

◇ 김현정> 그런데 그 뒤로 따라오는 고통이라는 것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들었어요. 특히 화상 치료라는 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면서요.

◆ 이찬호> 그렇죠. 눈 떠보니까 또 다른 지옥이 펼쳐지더라고요. 화상 치료는 온몸에 상처 난 부위를 쇠수세미로 긁는 고통이었어요.

◇ 김현정> 상처가 이미 나 있는데 거기에 쇠수세미를 긁는 기분?

◆ 이찬호> 그런 고통이라고들 말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말에 되게 공감을 많이 하고 눈물과 신음으로 버텼죠, 그냥.

◇ 김현정> 그런데 사실은 화상이 몸의 10%만 돼도 엄청 고통스럽다고 들었는데 55%면 반이 넘는 거잖아요, 전신의.

◆ 이찬호> 그렇죠. 온몸이 붕대였고요. 팔, 다리, 배, 등, 엉덩이까지 심지어. 화상 부위가 넓었죠.

◇ 김현정> 눈물 없이는 지새울 수 있는 밤이 없었겠어요.

◆ 이찬호> 그렇죠. 어떻게 버텼는지도 지금은 상상이 안 가요.

◇ 김현정> 상상이 안 갈 정도로. 8개월간 그렇게 5번 수술을, 대수술을 하고 매일 치료를 하고 그런데도 여전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합니까?

◆ 이찬호> 현재 밥 먹는 것도 그렇고 자는 것도 그렇고 저 혼자서는 불편함이 있죠.

◇ 김현정> 그럼 누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어요, 지금?

◆ 이찬호> 어머니와 형이 간호 중이십니다.

◇ 김현정> 그러면 몸과 마음의 고생도 고생이지만 지금 경제적으로는 어떡하나 이 걱정이 되네요.

◆ 이찬호> 사실 그 부분을 배제할 수 없는 게 2년 이상 꾸준한 치료를 제가 받아야 되고 어떻게 보면 평생이라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의사 선생님이. 제가 (상이) 등급을 받아도 지원을 받아도 그 돈이 턱없이 부족해서 개인 사비가 계속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군에 있을 때까지는 치료비 전액을 다 군에서 지원을 해 준 건데 그렇죠? 지금 전역 후에도 6개월은 전액 지원, 국방부에서 해 주는 거 맞죠.

◆ 이찬호> 맞습니다.

◇ 김현정> 그 안에 치료가 말끔히 돼서 회복이 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마는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이게 걱정이 되는 거예요.

◆ 이찬호> 맞아요. 전역 후 6개월이면 아마 이번 연도까지인데 일단 수술을 하는 게 제 살을 떼서 하는 거기 때문에 제가 (화상)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까 뗄 곳이 없어요. 그러니까 뗀 데를 또 떼야 되는 상황이 되는데 그 뗀 곳이 상처도 아물고 이제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 시간을 기다려야 되고.

◇ 김현정> 그러니 올해 안에 이 치료가 끝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이 걱정을 하시는 거네요.

◆ 이찬호>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국방부의 지원은 끝납니다마는 군에서 이렇게 사고 당한 분들에게는 보훈처의 지원이 있지 않아요?

◆ 이찬호> 보훈처의 지원이 어떻게 될지 제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모험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 김현정> 그런데 상이등급 심의 판정을 일단 받으면 그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보상금 나오고 치료비 나오고 또 학비, 취업 지원 이런 것도 다 되는 거 아닙니까?

◆ 이찬호> 일단 지원금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전신 55%이기 때문에 3등급 정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보상금 3등급이면 200만원 초반대이기 때문에 많이 걱정을 하고 있죠, 집에서도.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과연 보상금으로 충분한가. 국가를 위해서 군에 갔다가 이런 상황이 돼서 나왔는데 월 보상금 200만원 정도가 충분한가. 이것에 대해 일단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말씀이시고. 게다가 화상 전문 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화상 전문 치료에 대해서는 이게 지원이 되는가. 이것도 아직 아리송한 건가요?

◆ 이찬호> 그렇죠. 아무래도 화상 전문 치료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상태고 저희 집안도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충당하기는 부족한 게 있죠.

◇ 김현정> 학교를 다니다가 지금 군에 간 거잖아요.

◆ 이찬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복학은 또 언제 해야 되나. 이런 막연함도 좀 앞의 미래에 대한 막연함도 좀 있겠어요.

◆ 이찬호> 일단 제가 대학교를 연극영화과를 나왔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예술고등학교 가고 예술대학교에 진학을 하게 됐는데 학교도 다닐지 말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사실상 이게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문제가 많이 되죠.

◇ 김현정> 그렇죠. 배우라면 사실 외모가 중요한 부분인데 일상으로는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화상 흉터라는 게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으면 꿈에는 큰 장애가 생긴 셈이네요.

◆ 이찬호> 이미 꿈은 접었죠, 어쩔 수 없이. 흉터는 평생 간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죠.

◇ 김현정> 그런 데서 오는 두려움과 울분과... 솔직히 그런 게 있을 것 같아요.

◆ 이찬호> 꿈이 사망한 거니까 상실감이 너무 크죠, 아무래도. 다시 꿈꾸기도 힘들고.

◇ 김현정> 지금 경제적인 것도 고민이 되고 또 몸의 고통도 문제지만 정신적으로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 이게 다 겹쳐 있는 상황으로 그냥 군에서 덜렁 전역을 한 거예요.

◆ 이찬호> 그렇죠.

◇ 김현정> 나라 지키러 갔다가 결국은 나라가 운명을 바꿔버린, 한 청년의 운명을 바꿔버린 셈인데 전역을 한 지금 이 순간 제일 힘들고 제일 걱정되는 건 개인적으로 뭔가요?

◆ 이찬호> 이 사고는 제 사고이기는 하지만 온 국민의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다시 이런 피해자가 생길 수 있고 누군가의 오빠, 누군가의 형, 누군가의 애인이 될 수 있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제도 개선이 많이 돼야 될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국가가 보상을 해 주지 않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 보훈처에서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어떤 보상 조치를 지금 취하고는 있지만 이찬호 씨가 보기에는 그게 굉장히 듬성듬성하다. 아니, 뭐 나라를 위해서 갔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되지 않느냐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당해야 하는 개인으로서는 화나는 일이다. 이건 뭔가 불합리하다. 이런 생각을 하신단 말씀이에요.

◆ 이찬호> 그렇죠. 아무래도 한 가정이 무너졌다고 생각해 보시면 적당한가, 부족한가를 생각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가정이 무너졌다고 하셨는데 간병을 어머니하고 형이 하면서 어떤 상황이 된 거예요?

◆ 이찬호> 부모님이랑 형은 원래 하시던 일이 있었는데 저 때문에 다 포기를 하시고 간병을 계속해 주고 있습니다. 중간에 패혈증이 와서 사망할 수도 있었던 위험한 순간도 있었는데 다행히 부모님이 밤을 꼴딱 새시면서 같이 옆에서.

◇ 김현정> 눈물의 간호를 하신 거죠.

◆ 이찬호> 그렇죠.

◇ 김현정> 군에 아들을 보냈다가 사고를 당하고 아들의 인생뿐만 아니라 지금 온 가정이 무너져 있는 상황. 국가에서 보상을 해 준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적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든다는 말씀이세요. 지금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이찬호 씨, 이찬호 병장에 대한 청원이 올라가 있는 상태더라고요. 우리가 이번 기회에 국가 보훈에 대한 제도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찬호 씨 힘내시고요. 하루빨리 회복돼서 아까 흉터 때문에 배우의 꿈은 지금 사망시킨 상태입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꿈 저는 다시 살리셨으면 좋겠어요.

◆ 이찬호> 그랬으면 좋겠죠.

◇ 김현정> 꼭 그렇게 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 이찬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이찬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난 주에 결국 전역을 했습니다.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몸 55%의 화상을 입었던 이찬호 씨. 지금의 상황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