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성우 교수(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가요 속 많이 나오는 계절,직업,단어는?
'동백꽃'은 저물고 '벚꽃'의 시대
명사 '사랑' 일상어 102위 노랫말 1위
한글 창제 원리까지 담긴 '도로남'
"노래란 내가 너에게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김현정의 뉴스쇼 설 특집으로 함께하고 계십니다. 오늘 2부에서는 노래를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좀 풀어가는 편안한 시간을 꾸미려고 하는데요. 우리 대중가요 역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뭘까. 계절은 뭘까요? 제 느낌에는 가을일 거 같은데 맞을까요? 대충 뭔가 여러분 떠오르는 답변들은 있으실 텐데 그거를 실제로 연구한 분이 계십니다. 노래방 가사들을 뒤지면서 2만 6천여 곡의 노랫말을 분석한 분이 계세요. 책 <노래의 언어>의 저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세요. 한성우 교수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
◆ 한성우>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한성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현정> 새해에는 어떤 편안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하다가 저희가 찾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어요. <노래의 언어> 국어학자신데 왜…
◆ 한성우> 그렇죠. 평소에는 그냥 말소리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 사람인데 말소리를 연구하다 보면 변방의 언어들을 수집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정통 국어학적 연구도 하지만 그 주변의 것들을 좀 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좀 가까이에 있는 노래의 언어로 분석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민중의 언어인 거잖아요, 노래 가사 속에 나오는 언어라는 게.
◆ 한성우> 그렇죠. 우리 삶과 가장 가까이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죠.
◇ 김현정> 그렇죠. 가장 정제되지 않은 그냥 살아있는 팔딱팔딱하는 언어들. 그걸 연구하신 거예요. 실례지만 연배가 어떻게 되세요?
◆ 한성우> 제가 60년대 후반에 태어났으니까 지금 나이로는 50대 초반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은 우리 가요계 역사를 쭉 따진다면 어느 정도 가수 세대가 되는 것이죠?
◆ 한성우>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 나훈아부터 시작해가지고 지금 방탄소년들까지 다 그냥 듣고 노래가 좋으면 다 좋아 하기 때문에.
◇ 김현정> 방탄소년단 노래도 들으세요?
◆ 한성우> 이번 책을 쓰다가도 듣게 되고 또 노래가 좋아서 듣게 되고 그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멋쟁이 교수님이시네요. (웃음)
◆ 한성우>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그래요. 교수님의 책 <노래의 언어> 제가 아까 노래방에서 가사를 다 모으셨다. 이렇게 설명을 드렸는데 맞아요? 어떻게 공부하신 거예요?
◆ 한성우> 이 노랫말을 연구를 하려면 자료가 있어야 되는데 안타깝게도 어디에도 완벽한 자료가 없어요.
◇ 김현정> 되게 흔하게 만나는 게 노래고 흔하게 보는 게 가사인데 그게 모아져 있는 데이터는 없어요?
◆ 한성우> 정제된 자료가 있어야 되는데 다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료고 그다음에 시대별로 정리가 되어 있어야 되고 그다음에 작곡가별로, 가수별로 정리가 되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어느 날 제자들하고 노래방에 끌려갔다가 노래방 책을 뒤적거리는데 갑자기 떠오른 거예요. 그래서 그날 밤으로 돌아와서 노래방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더니 아주 고맙게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으셨더라고요.
◇ 김현정> 생각해 보니까 노래방 책에는 진짜 모든 곡이 가나다 순서대로 다 있는데 가사는 거기는 없잖아요, 책에는 제목만 있고. 그래서 노래방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셨어요. 그렇게 해서 총 몇 곡이나 분석을 하신 거예요?
◆ 한성우> 처음에 (다운) 받았더니 한 4만 6000곡, 5만 곡 가까이 되더라고요. 그 이유가 외국 곡도 들어 있고 행사곡도 들어 있고 또 이제 부른 사람이 달라지면 다른 버전으로 올라가 있어요. 그래서 그걸 정리했더니 2만 6000곡 정도가 되더라고요.
◇ 김현정> 2만 6000여 곡. 그럼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곡이 우리 가요입니까?
◆ 한성우> 1923년에 ‘희망가’가 나오기 시작을 했으니까요. 그 이후부터 2016년까지.
◇ 김현정> 1923년부터 지금 2019년까지의 우리 가요 한 2만 6000여 곡. 이런 연구가 흔치 않은 연구예요. 그래서 더 지금 흥미가 가는 건데 그 결과 간단히 맛보기로 짚어보죠. 우선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우리 대중가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계절, 어떤 계절일까. 여러분 어떤 계절일 것 같아요? 저는 아까 가을이라 그랬거든요. 아마 가을이 계절 중에 제일 많이 등장할 것 같다. 떠오르는 게 ‘가을이 오면’ 이문세 노래라든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 이건 거 윤도현 씨, 김현성 씨가 원래 불렀던 이런 노래라든지 엄청 많잖아요.
◆ 한성우>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분석을 해 보니까 결과가 좀 놀랍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건 계량적인 분석이니까 진짜 숫자만 센 거였어요. 그런데 오히려 가을이 꼴찌인 거예요.
◇ 김현정> 그래요?
◆ 한성우> 예.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러면 노래 제목만 보신 거예요? 아니면 제목과 가사 속에 등장하는 단어 다 보신 거예요?
◆ 한성우> 제목 따로 보고 가사 다 따로 봤습니다.
◇ 김현정> 제목 따로 보고 가사 따로 보고. 그러면 제목만 봤을 때도 가을이 꼴찌?
◆ 한성우> 예,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가을이 제일 숫자는 적어요.
◇ 김현정> 가사로 봤을 때도 꼴찌?
◆ 한성우> 네.
◇ 김현정> 정말 의외인데요.
◆ 한성우> 그러니까 그게 가을 노래는 제일 많이 기억하고 또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숫자 자체보다는 좋아하는 정도의 차이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야말로 히트곡이 많은 거군요.
◆ 한성우> 그리고 기억에 남는 노래가 많은 거고요. 또 가을에 만들어진 노래가 듣기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또 가을에 노래를 듣다 보니까 가을에는 가을 노래 찾다 보니까 그런 생각들을 가지게 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좀 결과가 다릅니다.
◇ 김현정> 그러면 1등은 어떤 계절이에요?
◆ 한성우> 1등은 제일 많이 나오는 계절은 제목에서는 겨울이 많이 나오고요. 가사에서는 봄이 제일 많이 나옵니다.
◇ 김현정> 제목에서는 1등이 겨울, 가사에서는 봄.
◆ 한성우> 봄은 또 워낙 봄이라는 단어 자체도 많이 나오지만요. 또 이제 뭐 봄바람이니 봄향기니 봄꽃이니 이런 다른 단어하고 합성돼서 나오는 것들이 많아서 통계적으로 그렇게 잡힙니다.
◇ 김현정> 그럴 수 있겠네요. 제목은 겨울. 제목만으로 순수하게 봤을 때는 떠오르는 거 여러분, 지금 ‘겨울바다’ 떠오르실 거고 뭐 떠오르세요, 교수님?
◆ 한성우> ‘그 겨울의 찻집’이 있죠.
◇ 김현정> 그 겨울의 찻집. 나이가 나옵니다. (웃음)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요. 겨울 노래 많아요. 계절 그렇고 제일 많이 나오는 직업은 뭡니까, 우리 가요에서.
◆ 한성우> 사실 노랫말에서 직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일은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많이 나오는 직업이 하나는 예측이 가능한데 ‘선생님’이고요.
◇ 김현정> 아, 선생님. ‘선생님 사랑해요,’ 이런 거. ‘섬마을 선생님.’
◆ 한성우> 또 하나는 ‘마도로스’입니다. 그런데 이거는 선생님이든 마도로스든 직업 자체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요. 선생님은 연모의 대상, 흠모의 대상으로 주로 나오게 되고 그다음 마도로스 같은 경우는 이제 그 당시에는 외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역시 동경의 대상이어서 노랫말 속에 많이 나오게 된 거죠.
◇ 김현정> 요즘은 마도로스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노래를 통 못 본 거 같은데 예전에는 많았던가요?
◆ 한성우> 요즘 친구들은 아마 그 단어조차 잘 모를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예전 곡에 뭐가 있었죠, 마도로스라는 가사가 들어갈 만한 게?
◆ 한성우> ‘마도로스 사랑’부터 시작해서 하여튼 직업명으로는 압도적입니다.
◇ 김현정> 그럼 많이 나오는 도시는 단연 서울 아니에요?
◆ 한성우> 예, 그거는 조용필 씨가 기여를 많이 했는데요. ‘서울 서울 서울’. 계속 반복해서 하다 보니까 그 이유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수도니까 제일 많이 나올 수밖에 없죠.
◇ 김현정> 제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고 하니까.
◆ 한성우> 실제로 나라 이름은 나올 일이 거의 없고요. 도시는 역시 서울이 제일 많이 나옵니다.
◇ 김현정> 서울 나오는 거 ‘서울 서울 서울’이 있고 또 뭐 떠오르세요?
◆ 한성우> ‘서울의 찬가’ 있고요.
◇ 김현정> 서울의 찬가. 그냥 제목이 ‘서울’인 것도 되게 많고요. 이용 씨 노래라든지. 이효리의 서울도 있네요, 여러분. 김건모의 ‘서울의 달도’ 있군요. 가사에 들어가는 걸로 따지자면 훨씬 더 많고. 좋습니다, 서울. 가장 많이 나오는 음식은 뭐냐 하는 질문도 들어왔어요?
◆ 한성우> 먹는 거에 대해서 많이 안 나와요. 대신 마시는 것. 그리고 그 마시는 건 술 자체를 찬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술로 통해서 맺어지는 관계 그다음에 술로 통해서 토로되는 어떤 감정. 이런 얘기들을 하기 위해서 많이 나오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술, 역시 그러네요. 술 한잔 마시고 어쩌고 저쩌고 이런 노래들. 특히 사랑 노래가 많다 보니까 사랑 하면 또 술, 외로워서 술 마시고 슬퍼서 마시고 좋아서 마시고 이래저래 술이 압도적으로. 재미있네요. 또 교수님 혹시 기억에 남는 분석들 또 있습니까?
◆ 한성우> 네, 꽃에 대한 분석은 책에는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 다른 기회가 있어서 한번 해 봤어요.
◇ 김현정> 꽃 이름 중에 우리 가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꽃.
◆ 한성우> 압도적으로 장미입니다.
◇ 김현정> 당신에게선 꽃내음, 이런 거.
◆ 한성우> 우리나라 꽃도 아닌데 장미가 꽤나 늦게 들어온 꽃이거든요. 그런데 아주 이른 시간부터 많이 나와서 아주 많이 발견할 수 있고 그 뒤를 잇는 꽃이 참 재미있어요.
◇ 김현정> 장미가 압도적으로 1위고 2위는?
◆ 한성우> 진달래니 개나리니 옛날에는 그랬는데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동백꽃이 그렇게 많이 나옵니다.
◇ 김현정> 동백꽃.
◆ 한성우> 그래서 한 70년대, 80년대까지 나오는데 그런데 재미있는 게 그 뒤로는 완전히 동백꽃이 사라지게 돼요.
◇ 김현정> 하긴 요즘 노래 떠올려보면 90년대부터 저는 동백꽃 들어가는 가사는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요.
◆ 한성우> 그러니까 그게 아주 오래된 옛날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라면 요새는 90년대 갑자기 등장하기 시작한 꽃이 벚꽃입니다.
◇ 김현정> ‘벚꽃 엔딩’
◆ 한성우> 과거에 벚꽃은 꽃은 예쁘지만 노랫말 속에 넣기는 좀 꺼려지는 요소가 있었거든요.
◇ 김현정> 일본의 꽃 같은 느낌이니까.
◆ 한성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거는 벚꽃은 이제 일본의 꽃이라기보다는 봄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생각들이 반영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어떻게 보면 분리시킨 거군요. 일본에 대한 감정은 감정이고 꽃은 꽃인데 합쳐서 미워하지는 않는, 이렇게 젊은 사람들은요.
◆ 한성우> 그래서 앞으로 동백꽃 노래 들을 기회는 없을 것 같은데 벚꽃은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재미있네요, 이런 분석. 그럼 여기서 노래나 한 곡 듣고 가죠. 요사이에 부쩍 많이 등장하는 꽃 벛꽃. 이 노래 버스커 버스커 부른 다음엔 벚꽃 연금이라고까지 불리더라고요. (웃음) 그 시기만 되면 어김없이 나온다고 해서요. 그 노래 듣고 오겠습니다. 벚꽃 엔딩, 버스커 버스커.
(벛꽃 엔딩 - 버스커 버스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까지 듣고 오셨습니다. 설 특집 <노래의 언어> 우리 대중가요 가사 속에 담긴 의미들 분석하고 있는데요. 한성우 교수님. 이제 계절 중에 1등, 음식 중에 1등, 도시 중에 1등. 이렇게는 살펴봤고 다 통틀어서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는 뭘까.
◆ 한성우> 라고 한다면 역시 ‘나’하고 ‘너’입니다.
◇ 김현정> 나와 너. 저는 좀 의외인 게 단연 사랑이란 단어가 1위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 한성우> 그게 이제 학문적으로 얘기하자면 나와 너는 대명사고 사랑은 명사고.
◇ 김현정> 그러니까 대명사까지 다 포함해서 조사를 하면 단연 나와 너가 많지만 그럼 대명사 빼고 명사 중에서만 골라라 하면?
◆ 한성우> ‘사랑’이고 동사만 뽑자면 ‘사랑하다’가 뭐 당연히 그렇게 많아지게 됩니다.
◇ 김현정> 단어 1위 하면 사랑. 이럴 줄 알았어요. 얼마나 압도적입니까?
◆ 한성우> 당연히 1위인데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모든 말들을 조사한 걸 ‘말뭉치’라고 하는데 거기에서는 102위인가 그래요. 완전히 순위권 밖이에요, 사랑이.
◇ 김현정>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용어들, 그냥 문장. 선생님하고 저하고 지금 얘기하는 이런 문장들 분석하면 사랑이란 단어가 102위.
◆ 한성우> 일상에서는 사랑과 받침 하나 다른, ‘사람’이 1위고요. 그다음에 이제 ‘돈’ 같은 것들이 나오게 되는데 노랫말에서는 사랑을 이길 수가 없죠.
◇ 김현정> 되게 재미있다. 그러니까 일상에서는 사랑이, 저도 그래요. ‘사랑하다’ 라는 말을 누구한테 속으로야 할지언정 누구한테 ‘사랑해’. 이런 말을 별로 안 쓰고 쓸 일이 거의 없거든요. 왜 우리는 그토록 노래 가사에서는 사랑, 사랑, 사랑, 사랑 타령일까요?
◆ 한성우> 제가 그래서 노랫말을 한마디로 정의했을 때 ‘내가 너에게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방금 진행자께서도 말씀하셨는데 일상에서는 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고 할 기회가 별로 없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이제 마음에서는 늘 끓어오르는 게 그거인데 얘기할 기회가 없으니까 노래를 통해서라도 들어보고 노래를 통해서 또 간접적으로 고백하고 싶고. 하다 보니까 노랫말을 만드는 사람이 또는 부르는 사람들이 늘 사랑 얘기를 하게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 분석 재미있네요. 그러니까 마음속으로는 늘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친구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사랑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데 입 밖으로는 내지를 못하니까 노래를 통해서 사랑을 얘기한다.
◆ 한성우> 그리고 이제 세대가 좀 달라진 게 과거 나이 든 세대들은 입 밖으로 내지를 못했는데 요즘 친구들도 또 너무 많이 내죠.
◇ 김현정> 그래요?
◆ 한성우> 노랫말 자체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나오기 시작을 하고 일상에서도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젊은 친구들은.
◇ 김현정> 그럼 지금 전체 노래에서 사랑이란 단어가 차지하는 비중. 이런 것도 조사해 보셨어요?
◆ 한성우> 비율이 2000년 이후에는 11.3%까지 오르게 됩니다.
◇ 김현정> 명사 10개를 쓰면 그 중에 1개가 ‘사랑’일 정도로.
◆ 한성우> 거기 이제 ‘러브’까지 포함하게 되면 압도적으로 높아지게 되고.
◇ 김현정> 영어 러브를 포함하면. 어느 정도까지 높아져요?
◆ 한성우> 그게 65%를 차지하게 되는 거죠. 명사 중 65%.
◇ 김현정> 세상에. 거의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가요 중에 한 60%가량은 다 사랑 노래다. 이렇게 보면 쉬운 거예요.
◆ 한성우> 그러니까 결국 사랑 타령이 될 수밖에 없고.
◇ 김현정> 이게 우리나라만 이런 거예요, 다른 나라도 이래요?
◆ 한성우> 그래서 외국 문학을 전공하는 분한테 다 여쭤봤는데 그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반응입니다. 당연히 영어 노래도 프랑스 노래도 다 그렇고 그런데 이제 좀 다른 게 일본 같은 경우 그래도 우리만큼 비중이 높지는 않대요. 그러니까 일본 사람들이 아마도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적어서 노래에서도 아마 그게 반영되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우리는 겉으로 일상에서는 못 쓰니까 노래로라도 표현을 하는데 일본은 그것도 숨기는…
◆ 한성우> 그렇게 감추면서 계속 말을 하고 노래도 부르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재미있네요. 그러면 사랑 앞뒤로 오는 단어들도 분석해 보셨어요? 제가 이거를 질문 드리는 이유는 뭐냐면 그러니까 사랑이란 단어를 쓰면서 어떤 긍정의 노래가 많은지 사랑이란 단어를 쓰면서 부정적인 슬픈 노래가 많은지. 이게 궁금해서요.
◆ 한성우> 이거는 참 대답을 하기 전에도 벌써 슬퍼지는데요. 예를 들면 나훈아 씨가 부른 ‘사랑은 눈물의 씨앗’. 이런 식으로 해서 ‘눈물’이 나오고 ‘이별’이 나오고 ‘슬픔’이 나오고 그다음에 ‘독한 사랑’, ‘아픈 사랑’, ‘사랑만은 않겠어요.’
◇ 김현정>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한성우> 다 그런 식으로 사랑은 다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워야 되는데 그렇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부정적인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 거예요. 이거에 대해서 좀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왜 그럴까, 도대체?
◇ 김현정> 왜 사랑은 항상 슬프고 백지영의 ‘사랑 안 해’. 왜 슬픈 거지?
◆ 한성우> 그게 사랑 자체가 슬프다기보다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어떤 마음 상태가 그래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사실 노래를 듣지 않습니다. 사랑이 너무 행복하게 때문에 둘이 즐기느라고 바빠서 노래를 안 듣는데 사랑을 찾지 못하든가 해어지든가. 그럼 이제 집에 혼자 들어가서 이제 라디오를 켜고 또는 음반을 걸어놓고 노래를 듣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이렇게 슬프고 괴로운 노래들이 그래서 위로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짝이 필요하거나 혹은 짝을 잃었거나 이런 사람들인데 거기서 나오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딱 틀었는데 예를 들어,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기 100m 전’. 이런 기쁜 노래가 나온다면 ‘이게 뭐야. 나는 지금 슬퍼 죽겠는데’ 하면서 금방 돌리죠. 이러다 보니까 슬픈 사랑 노래가 더 많다?
◆ 한성우> 당연히 찾게 되는 순간이 슬픈 순간이니까 노래도 슬픈 노래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재미있네요. 압도적으로 많은 명사 ‘사랑’ 요것도 저는 하나 재미있게 봤는데, 책에서. ‘그’보다는 ‘그녀’가 압도적으로 많더라. 맞습니까?
◆ 한성우> 이걸 좀 더 확대하면 이제 ‘그’와 ‘그녀’뿐만 아니라 남자냐 여자냐. 여기까지 확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 여자의 숫자를 따져보면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이건 노래 속에서는 결국은 남자들은 별로 대접을 못 받고 ‘소녀’부터 시작해서 ‘어머니’까지 쭉 여자들이 많이 나오고 남편 나오는 일은 드물고 아내는 많이 나오고. 어머니 많이 나오지만 아빠는 거의 안 나오고. 이런 식이거든요, 노랫말에서는.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고 보니까 갑자기 생각해 보니까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이문세의 ‘소녀’ 또 뭐 있습니까? god의 ‘어머님께’ 이런 건 다 떠오르는데 아버지는.
◆ 한성우> (웃음) 아버지들이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아빠 힘내세요’ 하고 그냥 60대 환갑이 되어갖고 ‘아빠의 청춘’ 두 곡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하나 더 추가하자면 싸이의 '아버지' 정도. 되게 드물어요. 그러네요. 압도적으로 그보다 그녀가 많고 남자보다 여자가 많이 등장한다. 그거 왜 그런 거예요?
◆ 한성우>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을 할 수 있는데 제가 판단한 건 이 노래의 주소비층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노래를 과연 누가 듣고 그다음에 누가 불러주는 걸 좋아하는가. 또는 이제 누구에게 불러 주는 걸 좋아하는가. 이런 것들을 생각을 해 보면 사실 남자들도 노래를 열심히 듣는 편이지만 정말 음반을 사서 소중하게 듣고 그다음에 콘서트 같은 데 찾아가고 이런 일들이 상대적으로 적거든요.
◆ 한성우> 그러니까 노래의 주소비층이 여성이다 보니까 당연히 그 소비층들을 향한 노래를 만들다 보니까 당연히 여자들이 그렇게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아이돌을 한번 생각해 보죠. 아이돌을 좋아하는 소녀 팬, 여성 팬들이 남성 팬보다 많죠. 그러면 소녀 팬이 좋아하는 건 남성 아이돌일 가능성이 더 크고 남성 아이돌이 사랑 노래를 부르면 여성, 소녀에게, 그녀에게 이런 게 많을 수밖에 없다. 바로 그녀와 소녀가 팬이 되는 것이다.
◆ 한성우> 그렇죠. 그런 노래들이 만들어지는 거죠.
◇ 김현정> 최근 아이돌 노래 중에는 '누난 너무 예뻐‘. 이런 거. 누나도 진짜 그러고 보니까 다 여자네요.
◆ 한성우> 그건 이제 나중에 오빠랑 누나와 또 관련시켜보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한성우> 노랫말에서 ‘형’은 정말 인기가 없습니다. 형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고요. 손위로는 누나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보다 더 압도적인 건 사실 ‘오빠’거든요.
◇ 김현정> 그러네요.
◆ 한성우> 현실에서 오빠를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오빠가 많이 등장할까. 이것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당연히 남자가 여자가 사귈 때 꼭 결혼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남자가 나이가 많아야지. 그게 이제 통념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가정에서 부르던 어떤 친족 호칭이 확대되면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오빠라고 부르고.
◇ 김현정> 남자친구인데 오빠라고 부르는 거죠.
◆ 한성우> 그래서 노랫말 속에 등장하는 오빠는 진짜 오빠가 아니라 나중에 ‘여보, 당신’ 하게 될 그런 오빠가 되는 거죠.
◇ 김현정> 재미있어요. 한성우 교수와 함께 우리 대중가요의 가사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한 곡 들어야 되는데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2만 6000여 곡의 노래를 분석하시면서 나는 이 가사가 진짜 좋더라. 한 문장, 어떤 가사가 제일 좋았습니까?
◆ 한성우> 노랫말은 어쩔 수 없이 노래와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다음에 그걸 부르는 분과도 또 관련을 지어야 되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최백호 씨의 ‘낭만에 대하여’의 한 구절이 떠오르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낭만에 대하여. 이 노래 진짜들 좋아하시는데. 어느 구절이 그렇게 꽂히셨어요?
◆ 한성우> 그 구절 모두가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이 구절이 있어요. 이거는 듣는 사람들한테 여러 가지 회한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구절이기도 하지만 내가 20년 전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지금 내가 그 노래를 듣는 건 과거의 노래가 아니라 젊었을 때 그 시절로 돌아가서 그때의 노래를 듣는 거거든요.
◇ 김현정> 중학교 때 내가 좋아했던 노래를 지금 30년이 흘러서 들으면 트는 순간 나는 중학생으로 돌아가요.
◆ 한성우> 그 느낌을 ‘낭만에 대하여’ 이 구절이 되살리게 해 줘서 저는 정말 이게 가슴에 남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첫사랑이 떠오르시는 거군요, 교수님 이거 들을 때. (웃음)
◆ 한성우> 그때는 이제 노래에 대한 첫사랑이라고 돌려서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웃음)
◇ 김현정> 노래 듣고 오겠습니다. 한성우 교수가 추천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사. 바로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 최백호).
좋습니다.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오늘 설 특집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요 속의 언어들, 가요 속의 가사를 분석한 한성우 교수님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교수님 괜찮으셨어요? 좋으셨어요?
◆ 한성우> 아주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금지곡 얘기를 좀 해 볼게요. 우리 가요에 금지곡들 그 예전에 진짜 많았어요.
◆ 한성우> 금지곡은 생각해보면 참 가슴 아픈 얘기인데요. 또 암울한 시대의 반영이기 때문에 가슴 아파야 되는데 요즘은 사실은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 한성우> 왜 그러냐면 워낙 그 이유가 황당해서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금지곡이라고 할 수 있는 송창식 ‘왜 불러’ 거기 심의서에 쓰인 이유가 ‘반말이 들어가 있다.’ 뭐 이런 식인데 사실 반말이 아닌 노래가 별로 없거든요.
◇ 김현정> 요즘은 다 반말이죠, 사실.
◆ 한성우> 그렇죠. 그러니까 그거는 영화 속의 그 경찰로부터 도망가면서 나온 삽입곡이 노래였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공권력에 대한 저항, 도전’ 이런 것들 때문에 금지곡으로 지정을 했던 거였죠.
◇ 김현정> 신중현의 ‘미인’ 있잖아요.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이거는 왜 금지곡이었던 거예요?
◆ 한성우> 이거는 퇴폐 풍조를 조장한다는데. 아니, 보고 싶어서 또 보는 게 왜 퇴폐 풍조인지 지금으로써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갖다가 끼워 맞춘 느낌이네요.
◆ 한성우> 그리고 김추자 씨가 부른 ‘거짓말이야’ 같은 경우도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계속 반복돼서 사회에 불신 풍조를 조장한다는 거였는데 사실 불신 풍조를 조장하는 것들은 당시 정권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럼요.
◆ 한성우> 그런데 그거를 오히려 노래 속에 돌려서 금지를 시켜버렸던 거죠.
◇ 김현정> 또 떠오르는 게 ‘아침이슬’이 대표적인 금지곡 아닙니까? 1975년 곡인데.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아침 이슬처럼.’ 이게 도대체 왜 금지곡있던 거예요?
◆ 한성우> 가사에서는 전혀 그럴 만한 소지가 없는데 그게 시위 현장에서 불려지던 노래다 보니까 다른 이유로 금지를 시켰던 거겠죠. 그 이전에 김민규 씨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황이기도 했었고요.
◇ 김현정> 보통 그 당시에는 노래 자체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가수가 미운털이 밝히면, 뭔가 저항적인 가수면 그 사람 노래 안 돼. 이런 치하였으니까요. 그 시절을 지나고 나서 금지됐던 곡 중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 한성우> 그다음부터는 음란이니 퇴폐니 그다음에 미풍양속을 저해하니 이런 등등의 얘기가 있는데. 그런데 그것도 참 웃긴 게 최근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노래인데 자우림의 ‘일탈’이라는 노래를 보면 거기에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한다.’
◇ 김현정> 맞아요.
◆ 한성우> 이게 뭔가 이상하다 하는 건데 그 가사를 들여다보면 맥락 속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또 임창정 씨의 ‘소주 한잔.’
◇ 김현정> 소주 한잔.
◆ 한성우> 그게 가사 속에 소주 한잔이 들어가 있어서 청소년들한테 악영향을 끼친다는 건데 정말 이 노래를 듣고 청소년들이 몰래 슈퍼에 가서 소주를 한잔 사서 마실까.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 김현정> 아, 이 소주 한잔도 금지곡 됐었어요?
◆ 한성우> 그랬었죠. 그런데 황당한 사실이죠, 사실은.
◇ 김현정> 그러면 ‘소주 한잔’ 같은 곡들은 그냥 개인이 음원으로는 들을 수 있지만 방송 금지곡이라는 거죠. 방송에서 못 듣는다는 거죠.
◆ 한성우>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상황이 좀 그때는 그랬었죠.
◇ 김현정> 노랫말 분석하시면서 교수님 제일 충격적이었던 가사, 노래 어떤 게 있을까요?
◆ 한성우> 이게 노랫말을 분석을 하다 보면 그 가사 자체만을 볼 수는 없거든요. 노래와 관련시켜서 봐야 되고 또 그것을 부르는 가수와 관련시켜서 봐야 되고. 이 세 가지를 다 조합에서 봤을 때 정말 제가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노래가 손담비 씨가 부른 ‘미쳤어’라는 노래였습니다.
◇ 김현정> ‘미쳤어 내가 미쳤어’ 굉장히 히트한 노래잖아요.
◆ 한성우> 정말 히트한 노래인데 처음 들었을 때는 기억에 남는 가사는 ‘미쳤어’라는 것 하나밖에 없고요.
◇ 김현정> 계속 ‘미쳤어, 미쳤어’네요. 그러고 보니까.
◆ 한성우> 그다음에 또 하나는 그 아주 충격적인 의자춤. 그런데 의자춤 때문에 기억을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미쳤어’라는 그 반복적인 가사 때문에 그렇거든요.
◇ 김현정> 몇 번이나 나와요, 이 단어가?
◆ 한성우> 세어보니까 열여섯 번이나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미친’까지 하게 되면 열여덟 번이 되고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 머릿속에는 훨씬 더 많이 맴돌게 돼서 더 많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 가사 제가 잠깐 읽어드릴게요, 여러분.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너무 미워서 떠나버렸어. 너무 쉽게 끝난 사랑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미쳤어 내가 미쳤어. 그때 미처 널 잡지 못했어. 나를 떠떠떠떠 떠나 버버버버 버려.’ 그러니까 이게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후크송. 그래서 그런 거 아니에요?
◆ 한성우> 제가 후크송들을 분석을 하면서 처음에는 좀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봤어요. 나이 든 세대들은 별로 좋아하는 가사 스타일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런데 묘하기도 이걸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다들 고등학교 때 고려가요를 배우셨을 텐데 우리 아이돌들이 고려가요를 부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가시리’라든지 그런 노래들이 있는데 그다음에 ‘청산별곡’이라든지.
◇ 김현정> ‘청산에 청산에 살어리랏다’ 이런 청산별곡?
◆ 한성우> 네. 그런데 앞에 가사가 있고 그 노래 뒷부분에 항상 뭐가 나오냐 하면 후렴구가 나와요.
◇ 김현정> 예를 들면.
◆ 한성우>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런 후렴구들이 나오게 되고 그다음에 실제 가시리의 후렴구는 ‘위증즐가 태평성대’ 이런 것들이 나오게 되거든요. 실제로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담지는 않아요. 그런데 반복적으로 그걸 넣으면서 운율도 맞추게 되고 그다음에 잠깐 쉬어가는 느낌도 주게 되고. 그런데 이 후렴이 아이돌 노래 속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네요, 진짜. 다른 건 기억 못해도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거는 다 기억하거든요.
◆ 한성우> 그러니까 거기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싫어하다가 나중에는 그거 자체를 즐기면 그것도 결국에는 우리 언어로 되어 있는 거니까 굳이 뭐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것도 그 시대에 어떤 유행이고 흐름이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되는 어떤 문화다 이런 말씀이세요. 예를 들면 ‘텔미’ 같은 게 대표적인 후크송. 후크송이 여기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더걸스의 ‘텔미’ 이런 거 있었고 샤이니의 ‘링딩동’, 티아라의 ‘보핍보핍’ 여러분, 아세요? 이런 것도 있었고. 요즘 다 후크송이에요, 그러고 보면. 트와이스 노래들도 그렇고. 심지어 요즘 빌보드에서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상어 가족’이라는 동요.
◆ 한성우> ‘뚜루뚜뚜뚜’ 나오는 거 그거죠? (웃음)
◇ 김현정> 교수님 잘 아시네요. (웃음) ‘아빠 상어 뚜루루뚜루’ 그런 거 있어요. 이런 것도 다 후크송인 거죠.
◆ 한성우> 그렇죠. 그런데 후크송이라기보다는 더 전통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후렴이거든요. 과거에 있었던 후렴들을 시대에 맞게 변형시켜나가면서 계속 되살려 나가는 거여서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저는 ‘언어파괴다’ 이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볼 일은 아니라 말씀이시네요. 그러면 영어가 많이 쓰이는 풍토는 어떻게 보세요? 가사 중에, 노래 가사 중에 영어 엄청나게 쓰여요.
◆ 한성우> 네, 당연히 귀에 거슬릴 텐데요. 그런데 막상 분석을 해 보니까 귀에 거슬리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가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들을 분석을 해 보면 가사는 의미 전달을 해야 되는데 영어 가사가 의미 전달도 하지도 못해요. 그러니? 일단 영어가 모두 다 소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담고 있는 내용 자체가 그냥 ‘오 마이 베이비’ 뭐 이 정도의 수준인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는 정도 수준.
◆ 한성우> 그러니까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이 습관적으로 정말 후렴구처럼 집어넣는 거지 거기에 깊은 어떤 의미를 담지 않거든요. 그래서 분석을 해 보니까 100개 단어 가지고 그 영어 가사의 60%를 다 해결할 수 있어요.
◇ 김현정> 영어 단어 100개만 알면 대한민국 가요의 영어 가사 60%를 안다?
◆ 한성우> 그 영어 단어라는 것도 요새 초등생도 영어를 배우는데 초등생 영어 수준밖에 안 됩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 My boy, My Girl.
◆ 한성우> Oh My baby, I Love , My Love . 이런 것밖에 사실은 없어서.
◇ 김현정> I Want You , I Need You, I Love You.
◆ 한성우> 그러니까 거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습관적으로 들어가는 거고 이거를 놔둬도 된다는 거는 의미 없는 가사가 요소, 요소에 들어가 있는데 그게 기억에 남을 가능성은 전혀 없죠. 사실 그래서 그건 놔둬도 스스로가 도태되는 거여서 그거를 안다면 사실은 부르는 사람들이나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겠죠.
◇ 김현정> 재미있는 분석이네요. 그러니까 언어 파괴다, 나쁜 말. 뭐 욕 비슷하게 들어가는 노래들도 있잖아요. 금지까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저런 거친 단어들 써도 돼? 이런 거라든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영어 단어가 남발되듯 사용된다든지 이런 건 알아서 도태가 될 것이다, 그 노래도.
◆ 한성우> 그렇죠.
◇ 김현정> 그런 말씀. 그러면 반면에 언어학자로서 기발하다, 이 노래. 이 노래 가사 진짜 무릎 팍 치게 만든다 했던 이런 노래 있을까요?
◆ 한성우> 가사로만 치면 세종대학교에서 정말 상을 줄 만한 가사가 또 제가 이제 나이 인증을 하게 되는데 ‘도로남’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 김현정> ‘도로남’ 점 하나를 찍으면…
◆ 한성우>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고’ 이런…
◇ 김현정> 누구 노래죠, 이게?
◆ 한성우> 김명애 씨가 부른 노래입니다.
◇ 김현정> 도로남.
◆ 한성우> 그런데 그 가사를 지은 분이 아마 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분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왜요?
◆ 한성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원리를 다 이해하고 그걸 노래 가사 속에 그대로 다 넣었어요.
◇ 김현정>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이 인생사.’ 이렇게 되는 거죠.
◆ 한성우> 그렇죠. 뒤에는 돌과 돈 이렇게 해서 받침이 하나 가면 또 글자가 달라지고.
◇ 김현정> 돈이라는 글자의 받침 하나 바꾸면 돌이 돼버리는 인생사. 정을 주던 사람도 그 마음이 변해서 멍을 주고 가는 장난 같은 인생사. 우와, 재미있다.
◆ 한성우> 그게 그러니까 한글의 창제 원리 그다음에 한글의 조합의 원리를 그대로 다 적용해서 말장난 같지만 사실은 또 거기에 이제 좋은 의미를 담고 멜로디를 붙여서 멋진 노래라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래요. 옛날 노래 중에 도로남이 있고 또, 또?
◆ 한성우> 그다음에 방탄소년단은 제가 이 노래 때문에 만나게 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방탄소년단의 어떤 곡이요?
◆ 한성우> 제가 사투리 전공이다 보니까 사투리 노래를 찾았었는데 하다 보니까 ‘팔도강산’이라는 노래가 있는 거예요.
◇ 김현정> 방탄소년단의 팔도강산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 한성우> 아니죠. 당연히 그 이전에 최희준 씨가 부른 ‘팔도강산’이겠거니 하고 봤어요. 그랬더니 방탄소년단이… 저는 이 친구들이 이름도 좀 이상해서 듣지도 않고 그랬었거든요. (웃음)
◇ 김현정> 어른들 시각에서 보기에는 방탄소년단 좀 어색하죠. (웃음)
◆ 한성우> 그런데 제가 책을 새벽에 썼는데 그때 유투브를 통해서 이걸 보면서 정말 무릎을 탁 쳤어요. 이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있을까!
◇ 김현정> 최희준의 팔도강산이 아닙니까?
◆ 한성우> 아니고요.
◇ 김현정> 전혀 다른 노래입니까?
◆ 한성우> 전혀 다른 노래죠. 앞부분에는 전라도 친구도 있고 그다음에 경상도 친구도 있어서 각 지역의 사투리로 랩을 하거든요. 그 랩도 정말 잘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우리가 그럴 게 아니라 듣고 오죠. 저도 이 노래 모르겠거든요. 방탄소년단의 팔도강산. 한성호 교수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든 그 노래 듣고 오죠.
(팔도강산 - 방탄소년단).
‘우리가 와불따고 전하랑께. 우리는 멋져부러 허벌나게. 가스나 신경 쓰지 말고 한번 놀아봅시더. 거시기, 여러분 모두 막 다…’
◆ 한성우> 기본적으로는 전라도 사투리하고 경상도 사투리가 교차하면서 가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그 부분만 있었다면 그냥 이전에 있었던 사투리 노래하고 큰 차이가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뒷부분에 가다 보면 이제 서울말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그 뒤부터 뭐라고 나오냐 하면 ‘그렇지만 다 똑같잖아. 우리 모두가 서로가 통하잖아’, 이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이거는 이전 사람들이 사투리는 늘 서로가 달라. 그리고 또 지역감정도 있고 언어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이런 건데 젊은 친구들의 인식 속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한국어 아니냐. 제가 늘 방언 얘기할 때마다 하는 얘기들이거든요. 아무리 지역적인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그건 한국어라는 큰 테두리 하나에 담길 수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걸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서 그쳤으면 또 내가 또 그냥 더 얘기를 안 했을 텐데.
◇ 김현정> 더 나갑니까?
◆ 한성우> 그러면서 아쉬웠던 게 ‘문산부터 마라도’, 이 구절이 나와요.
◇ 김현정> 잠깐만요. 제가 한번 가사를 지금 보고 있는데. ‘문산부터 마라도.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마마 머라카노 What. 마마 머라카노 What.’ 뭐 이렇게.
◆ 한성우> 이걸 들여다보면서 가슴이 아팠던 게 이전 세대들은 문산부터 마라도가 아니라 백두에서 한라거든요. 그런데 이 젊은 친구들이 겨우 한반도의 남쪽만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것들이 애들의 한계겠구나.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거예요.
◇ 김현정> 거기서는 아쉬움이.
◆ 한성우>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중에 다시 보니까 이것조차도 결국은 젊은 친구들이 오히려 현실 인식을 분명히 한다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거는 통일과 관련된 문제여서 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런 인식들이 나중에 통일을 하면서는 언어의 통일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좋은 기여를 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재미있네요. 우리 가요를 통해서, 저도 가요를 굉장히 많이 듣는 사람인데 가요에 나오는 가사를 통해서 시대를 읽을 수 있다는 거는 짐작은 했었습니다만 실제로 분석해 놓고 나니까 참 재미있어요. 특히 제일 많이 나오는 계절은 가을이 아닌 겨울. 많이 나오는 단어는 사랑, 음식은 술. 이런 분석 너무 재미있는데 쭉 이 2만 6000여 곡을 오랜 시간 동안 분석하고 연구하시면서 교수님이 마지막으로 정리하시게 된, 뭐랄까, 공통점? 불변의 원칙? 뭘 느끼셨어요?
◆ 한성우> 아무래도 노래로부터 시작을 했으니까 노래에서 답을 찾아야 될 것 같은데 제가 그 가사를 들여다 볼 때마다 놀라는 건 바로 현실에서 찾지 못한 답들을 노래 가사에서 찾은 것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면 우리의 노랫말이 도대체 뭐냐. 이거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리하려면 찾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이미 어떤 분이 노랫말을 쓰고 불렀더라고요.
◇ 김현정> 뭐입니까?
◆ 한성우> 송대관 씨의 ‘네 박자’라는 노래가 바로 그런 노래인데요.
◇ 김현정> ‘네 박자. 네가 기쁠 때 내가 슬플 때 누구나 부르는 노래.’ 그 노래요?
◆ 한성우> 네.
◇ 김현정> 쿵짝 쿵짝 쿵짜라 이거요?
◆ 한성우> 그 쿵짝 쿵짝 그 부분에서 나중에 뽕짝의 기원을 찾으면서 쓰기는 썼는데 바로 노랫말이 뭐냐. ‘내가 기쁠 때 내가 슬플 때 부르는 노래 그다음에 우리의 삶이 담긴 노래.’ 그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결국은 모든 것이 거기에 다 들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노래를 통해서 제가 다시 배운 계기가 됐습니다.
◇ 김현정>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누구나 노래를 부른다. 노래 안에는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고 기쁨도 있고. 이게 다 담겨 있는 게 노래다. 그러네요, 희노애락이. 사실은 뭐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다 가요 부르면서 슬픔도 달래고 기쁨도 표현하고 이런 거니까 결국은 우리네 남녀노소, 부자, 가난한 사람, 권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삶이 담겨 있는 게 바로 우리의 노래다, 가사다. 재미있네요, 재미있네요. 교수님,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요.
◆ 한성우> 벌써 그렇게 됐나요?
◇ 김현정> 노래 듣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오늘 어떠셨어요, 함께하시면서?
◆ 한성우> 저는 늘 노래 얘기할 때마다 즐겁습니다. 또 노래 얘기가 아니라 언어 얘기까지 할 수 있으니까 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김현정> 언제 가사 한번 써보세요, 직접. (웃음)
◆ 한성우> 그렇게 해서 저도 저작권협회에 등록이 되고 싶은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웃음)
◇ 김현정> 언젠가는 교수님이 이제 만드신 노래 있음 연락 주세요. 저희가 한번 틀어보겠습니다. (웃음)
◆ 한성우>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기대하면서 설 아침에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다음에 또 좋은 기회에 만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성우> 고맙습니다.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설 특집으로 함께했습니다. 인하대학교 한성우 교수와 함께한 우리 노래 가사 연구, 어떻게 들으셨어요? 송대관의 ‘네 박자’ 이 곡 들으면서 저도 인사드리죠. 김현정의 뉴스쇼 설 특집으로 오늘 함께하셨습니다. 내일 다시 찾아뵙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