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칠두(시니어 모델)

전직 순댓국집 사장..수염은 그때부터
산전수전 겪어보니, 표현의 깊이 달라져
모델? "새로운 길 찾던 와중 딸이 제안"
"누구나 재능 있다. 일단 저지르고 봅시다"
‘꽃보다 할배’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제가 이분을 직접 뵈니까 꽃보다 할배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지금 제 옆에는 마법사 같은 은발의 긴 머리와 수염이 굉장히 인상적인 분이 앉아계세요. 올해 나이 예순다섯의 패션모델, 요즘 정말 떠오르는 스타입니다. 김칠두 씨가 나와 계십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대의 패션쇼죠. 서울패션위크 무대에서 젊은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당당히 프로로 데뷔를 했고요. 그 후로는 패션쇼뿐만 아니라 여러 무대를 종횡무진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여러분, 전직 순댓국집 사장님이시래요. 진짜세요?
◆ 김칠두> 맞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순댓국집 사장에서 프로 모델이 된 사나이. 시니어 모델 김칠두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김 선생님, 어서 오세요.
◆ 김칠두> 반갑습니다.
◇ 김현정> 어서 오세요. 사실 제 원고에는 김칠두 할아버님. 이렇게 써 있는데 제가 얼굴 뵈니까 할아버님이라고는 도저히 못 부르겠어요.
◆ 김칠두>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패션모델이라서 그러신지 일단 의상부터 굉장히 남다르신데. 직접 코디해서 입으신 거예요?
◆ 김칠두>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오늘 패션의 포인트는 뭡니까?
◆ 김칠두> 오늘 별다른 거 없습니다. 제가 바쁜 관계로 봄에 꽃놀이도 못 가고 그래서 오늘 또 김현정 PD를 보러, 인상을 심어드리기 위해서 오늘 하얀색으로 콘셉트를 맞춰봤습니다.
◇ 김현정> 구두까지 흰색이세요? 제가 구두까지는 못 봤는데. 맞네요. (웃음) 정말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쫙 멋지게 차려입고 오신 김칠두 씨. 지금 긴 헤어스타일하고 긴 수염은 모델 하려고 일부러 기르신 겁니까?
◆ 김칠두> 그건 아닙니다. 기른 지가 한 20년이 넘었죠.
◇ 김현정> 그러셨어요? 그러면 제가 듣기로는 전직 순댓국집 사장님이라고 들었는데 그때부터 그러면 기르고 계셨던 거예요?
◆ 김칠두> 그렇죠. 그전에는 정갈하게 좀 묶고 수염도 좀 다듬고 장사는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때도 좀 남다른 별명 같은 거 있으셨겠는데요.
◆ 김칠두> 별명이라는 게 수없이 많아요.
◇ 김현정> 수없이 많아요? 어떤 별명.
◆ 김칠두> 수식어들이 많은데 우선 쉬운 얘기로 제가 좀 멍하고 있으면 예수님을 닮았다든가. (웃음)
◇ 김현정> 와, 네. 약간 예수님 느낌이 있으세요. 그리고 테리우스 이런 얘기도 들으실 것 같고.
◆ 김칠두> 그렇죠. 요즘 그거는 제가 모델을 하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 김현정> (웃음) 순댓국집 하실 때는 ‘털보 아저씨’ 이런 별명도 있었을 수 있겠고. 털이 지금 또 수염이.
◆ 김칠두> 사실 제가 순댓국 장사하면서 굉장히 좀 바빴어요.
◇ 김현정> 잘됐어요, 장사가?
◆ 김칠두> 잘되다 보니까 면도할 시간도 없고 이래서 어떻게 기르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이렇게 털보가 됐습니다.
◇ 김현정> 아주 잘하셨어요. 아주 모델하고 잘 어울리는 외모신데. 순댓국집은 어디서 하셨어요?
◆ 김칠두> 순댓국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이라는 데예요.
◇ 김현정> 시흥에서. 그런데 순댓국집이 잘됐다고 하셨는데 그 잘되던 순댓국집을 그만두고 어떻게 전혀 다른. 그러니까 옷장사를 하시다가 패션 일을 하게 됐다. 이러면 제가 이해가 되는데 순대하고 패션은 전혀...
◆ 김칠두> 사실 그건 순댓국 장사를 하기 이전에 남대문시장에서 여성 의류 도매를 했어요. 제가 직접 디자인해가며 그걸 하다가 그것도 좀 안 돼서 그만뒀겠죠. 그래서 순댓국을 시작하게 된 거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인생이 깊이가 있으시네. 그러면 옷 장사 말고 또 해 보신 것도 있으세요?
◆ 김칠두> 저는 안 해 본 장사가 없겠죠. 생선, 과일, 야채.
◇ 김현정> 생선도 팔아보시고.
◆ 김칠두> 연탄, 쌀. 여러 가지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여러분, 저는 갑자기 그 생각이 드네요. 이 패션도 사실은 표현인 거잖아요. 그냥 겉모습만 아름답고 멋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패션 모델은 뭔가 연기를 해야 되고 내면에서 우러나는 감정 표현이 있어야 되는 건데 우리 김칠두 선생은 안 해본 게 없어요. 산전수전 다 겪어보시고 나니까 젊은 모델보다 더 깊이가 있는 감정 표현이 가능한 게 아닌가.
◆ 김칠두> 그런 게 많이 적용이 됐겠죠.
◇ 김현정> 그렇죠. 도움이 되죠. 인생살이 이것저것 해 본 것이.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그런데 순댓국집을 그렇게 하시다가 어떻게 모델 일을?
◆ 김칠두> 그러니까 제가 순댓국을 하면서 좀 잘되다 보니까 사람이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같은 요식업이지만 큰 뷔페를 한다든가 큰 복집을 차린다든가 이래가지고 그것이 전체적으로 한 군데서 (손해가) 크다 보니까... 좀 안 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안 좋아지더라고요.
◇ 김현정> 장사가 점점점 기울기 시작했어요, 사업이?
◆ 김칠두> 그래서 다 정리가 됐죠.
◇ 김현정> 한마디로 망하셨군요?
◆ 김칠두> 하하하하!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가 뭐한데. 감사합니다, 대신해 주셔서. (웃음)
◇ 김현정> 그런데 그러면 절망하기 마련인데 거기서 어떻게 모델이?
◆ 김칠두> 저는 절망을 몰라요. 사업 그동안에 쭉 하면서 사업하면서 절망도 많이 해 보고 흥도 많이 해 봤지만 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또 새로운 걸 찾기 때문에. 그래서 정리를 하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전 식구가. 부채도 있고 이래서. 또 막상 제가 한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수입이 있어야 되니까 생활이 돼야 되겠고.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다니다가 녹록치가 않더라고요. 결국은 건설 현장도 보름 다니다 보니까.
◇ 김현정> 막노동도 해 보셨어요?
◆ 김칠두> 네. 그런데 제가 좀 힘이 달려서 좀 못하게 되더라고요. 고민하는 그때 딸하고 이야기 좀 하다 보니까, 그전에 아빠가 잘했던 걸 한번 해 보자. 딸이 우선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아빠가 잘할 수 있는 걸 해 보자’ 하면서 모델을 딸이 추천하신거에요?
◆ 김칠두> 제가 20대 때 모델 도전도 한번 해 봤던 거고 그런 경력이 있어서 딸이 그걸 수면 밑에 있는 걸 끄집어내준 거죠.
◇ 김현정> 소싯적에는 잠깐 모델의 꿈을 꿨던, 산전수전 겪은 것 중에 그것도 있으셨던 건데요. 그때 바로 접었던 그 일을 ‘아빠 지금 다시 해 보세요.’ 이렇게... 여러분, 지금 장안의 화제 시니어 모델 65세 김칠두 씨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김칠두 선생의 외모도 멋있으시지만 삶의 마인드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도전으로 모델을 시작한다는 게 그 나이에 쉬운 일은 아닌데. 잊혀졌던 그 꿈에 도전하고 나서 전의 삶과 후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습니까?
◆ 김칠두> 전의 삶과 별로 바뀐 게 아직은 모르겠습니다마는 조금 나아졌다면 자유롭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제가 장사할 때는 하루종일 붙어 있었던, 제가 직접 음식을 했으니까. 그런 게 조금 여유롭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 그리고 사람들이 좀 알아보죠?
◆ 김칠두> 요즘 좀 많이 알아보십니다.
◇ 김현정> 많이 알아보세요? 제일 기억나는 팬은?
◆ 김칠두> 제일 기억나는 팬은 따로 없지만 (웃음) 오늘도 전철 타고 오는데도 전철 안에서 좁은 데서도 사진 한번 찍자 그래가지고. 그러고 왔습니다.
◇ 김현정> 전철 타고 다니세요?
◆ 김칠두> 저는 대중교통. 아직 차가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너무 많이 알아보셔갖고 이제는 뭐 좀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요?
◆ 김칠두> 글쎄요. 그럴 날이 있겠죠. (웃음)
◇ 김현정> 지금 이제 연세 드신 분들도 저희 뉴스쇼 많이 들으시는데 ‘대단하다, 멋있으시다, 저도 꿈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런 문자들 많이 보내주세요. 그런데 김칠두 선생, 김칠두 씨. CF가 들어온다라고 하면 표정 연습도 가끔 하세요, 그럴 날을 대비해서?
◆ 김칠두> 그렇죠. (웃음) 많이 그러고 있죠.
◇ 김현정> 그러면 무슨 모델을 한번 해 보고 싶으세요?
◆ 김칠두> 저는 사막에 모래가 쫙 날리는 데서 SUV 멋있는 자동차 광고 한번 딱 찍고 싶어요.
◇ 김현정> 지프차 같은 거, 이런 거 딱 몰고 가서 사막에서?
◆ 김칠두> 네.
◇ 김현정> 그럼 여기가 사막은 아닙니다마는 사우디의 사막 한가운데라고 생각하시고 SUV 쭉 몰고 와서 마지막 표정 연기 있잖아요, 그 마지막 장면. 그 강렬한 표정 한번 가능하십니까?
◆ 김칠두> 글쎄, 될까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카메라 보면서 한번 표정 연기 들어갑니다. 제가 감독이에요. 큐 드릴게요. 자, 큐! (웃음)
◆ 김칠두>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
◇ 김현정> 지금 라디오로 들으시는 분들한테 제가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너무 안타까운데 눈빛이, 눈빛이 살아 있네요. 연습을 좀 하시는군요, 정말.
◆ 김칠두> 많이 연습합니다.
◇ 김현정>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으세요?
◆ 김칠두> 아직은 모르고 있어요. 재미있어서 그런지 요즘 계속 흥이 나고 아주 삶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렇게 표정 연기하고 또 무대 위에 워킹하면 사람들이 막 쳐다보고 이러면 좀 떨리거나 그렇지는 않으십니까?
◆ 김칠두> 글쎄요, 저는 아직까지. 처음에 런웨이 할 때도 떤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 그냥 즐거움이고 내가 즐긴다 또 즐겁고. 그런 생각뿐이 없었어요.
◇ 김현정> 천상 모델이시네요.
◆ 김칠두>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까지 어떻게 보면 삶을 위해서 그 끼를 누르고 사셨다가 제2의 인생을 활짝 펴고 계신다는 느낌이 드는데.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 이제 뭐 사실은 65세면 이제는 할아버지라고, 할머니라고 할 수도 없어요, 요새 같은 때는.
◆ 김칠두> 네, 그렇다고들 하시데요.
◇ 김현정> 일을 내려놓고 은퇴하고 나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데 도전에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계신 분들, 집에 그냥 계신 분들, 뭘 할지 모르는 그분들을 위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분으로서 조언을 해 주신다면. 망설이지 말아라?
◆ 김칠두> 제가 그분들한테 조언이라면 건방지고요. 사실 제가 큰 인물도 아닌데 괜히 시건방진 얘기 같고 그래서 말씀 조금 드린다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어떤 재질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재능, 숨겨진 재능.
◆ 김칠두> 저는 그러한 얘기를 하고 싶어요. 재능이 있는 어떤 진짜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재능, 끼를 좀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 김현정> 일단 숨겨져 있는 게 뭔지 잘 생각해 보고. 발견을 했어요. 했어도 도전이라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러다 망가지면 어떡해요. 실패하면 어떻게 해요.
◆ 김칠두> 이 나이에 망가질 게 뭐가 있습니까. 다 내려놓고 세상 사는데.
◇ 김현정> 망가져봤자 망가지기밖에 더 하겠느냐?
◆ 김칠두> 그렇죠. 그렇지 않습니까?
◇ 김현정> 안 해서 후회하나 하고 실패해서 후회하나 마찬가지다?
◆ 김칠두> 그렇죠. 일단은 우리 딸이 이야기했듯이 ‘아빠, 저지르고 봅시다.’라는 말같이 그렇게 저지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 김현정> 멋집니다. 일단 저질러보자. 망설이지 말아라. 안 하고 후회하는 게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더 큰 후회다.
◆ 김칠두> 맞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외모만 멋있는 게 아니라 삶의 태도, 마인드까지도 멋있는 화제의 패션모델, 시니어 모델 오늘 김칠두 씨와 함께했고요. 저희가 오늘의 노래라는 시간이 있어요. 오늘의 노래가 나가는 동안 지금 보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서 스튜디오가 좁긴 합니다마는 모델이라면 워킹이잖아요. 워킹을 잠깐만 맛보기로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 김칠두> 어렵지 않죠. 직업이니까요.
◇ 김현정> 그러면 저희가 어떤 노래가 좋을까요 하고 밖에서 여쭸더니 아모르파티 고르셨어요?
◆ 김칠두> 워킹하기도 좋은 곡이라기보단 연휴 끝나고 출근하시는 분들, 즐거운 마음으로 또 활기차게 들으시라고. (웃음)
◇ 김현정> 오케이. 이미 노래 나가고 있습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워킹 보면서 김칠두 씨 보내드리죠. 고맙습니다.
◆ 김칠두>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