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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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수현(여성학 박사)

"강의 빨리 끝내라" "왜 들어야 하나"
여성 범죄 대응 중요하다하니.."근거 대라"
"참관했던 분들도 당혹..강의 진행 어려워"
관리자로서의 고민보단 권위의식 느껴
“솔직히 토할 것 같습니다. 경찰 수뇌부의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수요일 경찰 대학에서는 승진을 앞둔 총경 51명과 공공 기관 임원 14명을 상대로 한 성평등 교육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교육을 진행한 강사가 한 말이 바로 이런 말이었습니다. 교육에 참석했던 60여 명이 강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수업 진행을 방해했다고 하는데요. 이 사안에 대해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어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마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 수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당시 교육을 진행했던 강사 권수현 박사 직접 연결을 해 보죠. 권 박사님, 안녕하세요?
◆ 권수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진행하셨던 강의가 어떤 강의인가요?
◆ 권수현> 이 강의는 성평등과 관련된 관리자 역량 강화 교육 총 7시간 중에 후반부 교육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관리자들이 갖춰야 할 어떤 성평등에 대한 지식. 이런 걸 가르치는.
◆ 권수현> 역량, 지식과 역량이죠.
◇ 김현정> 지식과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 이렇게 보면 되는 거예요?
◆ 권수현> 네.
◇ 김현정> 이게 새로 신설된 강의라면서요?
◆ 권수현> 그렇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전체 경찰 관리자 대상 교육이 지금 이제 이뤄지고 있고요. 총경은 승진 예정자 대상으로 한 번에 7시간 받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총경 승진을 앞둔 분들이라면, 어떻게 되냐 하면 경찰서장. 어디 경찰서 서장, 어디 경찰서 서장. 이분들이 총경인 거예요. 그분들을 모아놓고 하는 강의. 시작이 됐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토할 것 같다는 말씀까지 하신 거예요?
◆ 권수현> 오전에는 성인지 역량 강화 교육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받으셨고 오후에는 성평등한 조직 만들기 수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워크숍이었기 때문에 강의장을 워크숍 대형으로 앉을 수 있는 강의장으로 옮겼는데 아마도 평소에 듣던 강의장에서 다른 강의장으로 옮긴 거에 불만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시작부터 좀 집중이 안 되는 모습이었고 어쨌든 강의는 시작이 됐는데 어떻게 이 조직을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각자 갖고 있는 고민을 좀 나누자, 공유하자. 이런 시간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이 토론을 안내하자마자 이렇게 토론하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빨리 끝내라.
◇ 김현정> 강사한테요?
◆ 권수현> 이런 불만이 큰 목소리로 나왔습니다.
◇ 김현정> 큰 목소리로요?
◆ 권수현> 네. 다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가.
◇ 김현정> 도대체 누가 그런 예의 없는. 이건 다른 걸 떠나서 예의의 문제인데. 빨리빨리하고 그냥 끝내자.
◆ 권수현> 네.
◇ 김현정> 누구예요?
◆ 권수현> 공공 기관 관리자 승진 예정자인 걸로 제가 들었습니다. 이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문제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요, 처음부터 끝까지?
◆ 권수현> 뒷부분에 가서도 ‘여경 비율이 11%다’ 라는 통계 화면에서 여러 가지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우리 조직은 여성이 반이나 되는데 왜 내가 저런 강의를 듣고 있어야 되냐. 우리 조직과 맞지 않는 강의다.
◇ 김현정> 우리 조직과 맞지 않는 강의다. 이분이 그러니까 아까 처음에 문제 제기 큰소리를 냈던 그분이에요?
◆ 권수현> 그분이라고 담당자한테 들었습니다.
◇ 김현정> 누구인지도 알고 계시는 거죠?
◆ 권수현> 네.
◇ 김현정> 지금 보도가 일부 되고 있는 걸 보니까 건강보험공단의 정 모 부장. 이렇게 나오네요. '우리 조직은 11% 아니고 여성이 50%니까 안 들어도 된다. 왜 들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큰소리로 얘기한 겁니까?
◆ 권수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진짜 기본 예의가 없는 분인데 이 사람 하나만의 일이었으면 이렇게 말씀 안 하셨을 테고. 또 다른 어떤 일들이 있었어요?
◆ 권수현> 그다음에 많은 분들이 빠져나갔습니다.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요, 많은 분이라 하면?
◆ 권수현> 제가 전체 빈자리를 세어보니까 한 15명 내외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 김현정> 60명인데 15명이 나갔으면 4분의 1이 나간 거예요?
◆ 권수현> 네. 문도 열어놓고 나가셨고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고. 그래서 굉장히 저는 놀랐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면서 온갖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들을 접했지만 이렇게 조별 토론 시간에 바로 일어나서 자리를 이렇게 많이 비운 건 이런 경험은 처음이거든요.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제가) '증가하는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은 경찰의 치안 유지에 중요한 활동입니다' 라고 했는데 ‘적절한 대응은 치안 유지의 중요한 활동입니다.’ 이 부분보다는 ‘증가하는 여성 범죄.’ 이 부분에 대해서 근거가 있는지, 어느 통계인지, 통계 출처가 어디인지,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말씀을 하셨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물론 그런 게 주고받고 토론이야 가능해요. 강사한테도 이거 맞아요 확인하고 그런 거 가능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 부분이 아니라 뒷부분. 그래서 어떤 성평등에 대한 의식을 높여야 된다. 그래서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직을 그 부분에 대해서 소양을 가지고 조직을 이끄셔야 됩니다라는 토론을 하라 그러는데 앞부분을 가지고 딴죽을 걸기 시작했다는 거군요.
◆ 권수현> 그러니까 관리자가 지금 뭘 고민해야 되는지에 대한 공유 자체가 거의 주어진 시간에 진행이 안 됐던 거예요.
◇ 김현정> 이게 그러니까 불만만 열심히 토로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그러니까 수업 들어오기 전부터 좀 대충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들어온 듯한 그런 분위기를 느끼신 거예요?
◆ 권수현> 그렇죠. 강의를 들을 준비가 안 돼 있는 분들이었죠.
◇ 김현정> 그러면 사실은 얘기하고자 했던 게 경찰 조직의 성인지 감수성. 그간에 문제가 많이 됐잖아요. 예를 들어서 성범죄 피해자한테 그 상황을 재연해 보라고 얘기를 한다든지 동료한테 성폭행 당한 여자 경찰한테 쟤는 뭐 꽃뱀이 분명해. 이런 얘기를 해서 문제가 된 적도 있고. 이런 거 바꿔보자고 하는 교육인데 정작 이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거예요, 하나도?
◆ 권수현> 네.
◇ 김현정> 결국 그냥 그 토론하다 끝나버린 거예요?
◆ 권수현> 중간에 중단이 됐습니다. 도저히 아까 그 장면에서 멈춰서 이런 반발 속에서는 사실 한마디도 계속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은...
◇ 김현정> 나와버리셨어요?
◆ 권수현> 아니요. 나온 건 아니고 수업이 중단이 됐습니다. 중단이 됐고 계속 이런 식의 갑론을박이 계속 있었고 반발이 있고 문제 제기가 있으니까 이런 것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강의라는 것이 진행이 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도 사실 어이가 없었어요. 여러 가지 이런 태도들이 상당히 제가 느끼기에는 거만했고 강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중단이 되고 나서 결국은 재개가 안 된 겁니까? 못 된 건가요?
◆ 권수현> 그래서 진행 측과 논의 하에 진행 측은 강의장을 옮기는 게 낫겠다. 여기서는 이분들이 조별 토론을 안 하려고 하니 원래 진행했던 계단식 강의실로 옮기도록 안내하겠다. 그래서 안내를 하셨고 저는 바깥에 일단 나왔습니다. 참관한 분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으신 거예요. (이 분들이) 중단됐을 때 설득을 하셨다. 선배님들 이러시면 안 된다.
◇ 김현정> 해 보라고.
◆ 권수현> 분위기를 정돈한 거예요. 정돈을 하고 강의장을 옮기고 이런 조치를 취한 분이 간곡하게 저한테 강의를 계속 이어갈 것을 저에게 당부를 하셨죠.
◇ 김현정> 그래서 다시 들어가시기는 하셨어요?
◆ 권수현> 미안해하면서. 그런데 이제 제가 그 지점이 사실 굉장히 후회가 되는 거예요. 강의가 중단됐을 때 사실 바로 짐 싸서 나갔어야 된다.
◇ 김현정> 그렇게 못 하신 이유는 어떻게 보면 첫 신설된 강의고.
◆ 권수현> 그리고 제가 (강의) 준비를 오래했잖아요. 준비를 오래했고 또 하나는 제가 현직 경찰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조직에 대해서 갖고 있는 그분들의 문제 의식, 그다음에 관리자에게 바라는 것. 이런 것들을 다 수집했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그때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다시) 들어가신 건데.
◆ 권수현> 그런데 결국은 그 얘기를 많이 하지는 못했어요.
◇ 김현정> 사실 기본적인 예의를 안 지킨 거라고 보이거든요. 왜 이렇게 하셨을까, 경찰 수뇌부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고.
◆ 권수현> 제가 받은 느낌은 일단 (그분들은) 알고 싶은 게 없었어요. 관리자로서의 책임과 권한이라는 게 있고 그리고 조직을 통솔하는 입장에서 사실 굉장한 부담이 있는 자리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 김현정> 물론이죠.
◆ 권수현> 그러면 사실 굉장히 저 같으면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이 전혀 읽히지 않았고 강사에게 보이는 태도를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분들은 자기가 오른 위치를, ‘갑질 패스포트’ 이 정도로 생각하는 거 아닌가.
◇ 김현정> 갑질 여권이요?
◆ 권수현> 네. 그렇지 않으면 이런 태도를 시종일관 보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 김현정> 여러분 이게 조직 내 성평등에 관한 교육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저는 다른 강의에서는 어땠는가도 좀 궁금해져요. 사실 이분들이 이런 태도로 다른 강의도 임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어 보인다라는 생각이 들고.
◆ 권수현> 유독 제가 봤을 때는 이게 관리자의 성평등 역량 강화 교과목이었기 때문에 더 이런 태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났다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거기에 대한 부정적인 게 있었을 것이다. 느낌을 받으신 거죠, 강사로서?
◆ 권수현> 네.
◇ 김현정> 우리 세금으로 교육받는 건데 이 50여 명의 경찰 승진자들과 14명의 공공 기관 임원들 다 우리 돈으로 이런 교육, 프로그램 마련되고 뭔가 교육시켜서 조직 잘 이끌어보라고 하는 건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참 어처구니없는 정말 엉망진창이 된 교육. 민갑룡 경찰청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교육생들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린다고 했습니다마는 과연 어떤 주의 조치가 내려질지. 그리고 이분들이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상당히 궁금해지네요. 권수현 박사님 고생 많이 하셨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권수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경찰 성평등 교육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고 문제 제기를 하신 권수현 박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