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재일('기생충' 음악감독)

'소주 한 잔' 작사가는 봉준호
영화 편집 과정 지켜보며 작업
관통하는 소리, 현악기에 집중
영화에 음악이란? "드라마 담당"
이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9일이니까요. 우리 시각으로는 10일 월요일 아침 10시부터 시작이 되는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죠. 우리 영화 사상 최초의 기록입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는 바로 그 영화 <기생충>의 음악을 만든 분. 음악 감독 정재일 감독을 초대했습니다. 영화음악의 세계로 같이 들어가 보죠. 정재일 음악 감독님, 어서 오십시오.
◆ 정재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 정재일> 정재일입니다.
◇ 김현정> 먼저 <기생충>의 관계자로서. 미국도 다녀오셨다고 제가 들었어요.
◆ 정재일> 공연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영화도 상영하고 분위기도 다 보고 오셨다고 제가 들어서 아카데미 수상의 가능성은 얼마나 보세요?
◆ 정재일> 생각 잘 안 해봤는데 일단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사실 기록이고.
◇ 김현정> 사실 대단하죠, 그것도.
◆ 정재일> 그리고 작품 전반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편집상, 미술상까지. 미술상은 정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국 영화가 굉장히 뭔가 다른 단계로 올라섰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수상을 하긴 할 것 같고.
◆ 정재일> 지금까지 행보로 보면, 하긴 하겠죠.
◇ 김현정> 저도 하긴 할 것 같아요. 다만 1개냐, 2개냐. 여기까지 욕심을 낼 수 있는 단계까지도 올라선. 한 단계 수준이 올라간 느낌을 받으셨어요?
◆ 정재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앞서서 아카데미 예비 후보 발표 때는 <기생충>의 ‘소주 한 잔’이 주제가상 부문에 올랐었어요.
◆ 정재일> 네.
◇ 김현정> 그랬다가 왜 최종 발표 때에는 그게 후보에서 떨어진 거예요?
◆ 정재일>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셨던 거죠.
◇ 김현정> 왜 그렇게 생각을 하셨나. 참 서운하던데요. 감독님은 얼마나 서운하셨어요?
◆ 정재일> 일단 올랐다는 게 의아했고요. 그 노래가 화제가 되지도 않았는데, ‘이게 왜 올랐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이것도 대단한 겁니다. ‘소주 한 잔’이 우리말로 부른 거거든요. 영어로 불러서 어떤 가사의 감동이 전해지거나 이런 게 아닌데. 우리말로 부른 소주 한 잔이 후보, 예비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정재일> 그 가사 작사도 봉준호 작품이거든요.
◇ 김현정> 봉준호 감독 작품입니까? 멜로디는 정재일 감독님이 쓰신 거고.
◆ 정재일> 네. 그 극중에 기우의 심정을 담아서 부른 노래입니다.
◇ 김현정> 최종 후보에서 빠져서 조금은 서운하지만. 지금 끄떡끄떡하셨어요. 하지만 예비 후보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적이었다. 그런데 영화 음악 만들 때는 촬영 다 한 걸 보면서 이렇게 음악을 작업하시는 겁니까?
◆ 정재일> 그렇죠. 어느 정도 편집이 된 상태에서. 물론 그 전에도 스크립트만 보고 상상을 하긴 하지만요. 본격적으로 딱 화면에 걸맞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편집본이 필요합니다.
◇ 김현정> 편집본을 보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콘셉트 잡고, 또 장면마다 맞는 음악 찾고 이렇게 가시는 거예요? 어떻게 만드세요?
◆ 정재일> 맞습니다. 일단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감독님 생각이 어떠한 건지 파악하려고 애를 쓰고 촬영장을 가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촬영이 다 끝나면 편집본이 나오면 편집본도 계속 수정을 하는데요. 음악 제작과 같이 그게 가는 거죠.
◇ 김현정> 이번 <기생충>의 경우에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콘셉트, 스타일은 뭐였습니까?
◆ 정재일> 일단 감독님께서 “전체를 관통하는 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주 집중된 이 영화 자체도 로케이션이 딱 두 군데가 거의 전부인데 굉장히 집중력 있는 소리를 찾아보자 하셔서 현악기를 많이 말씀하셨어요. 현악기 하면 일단 우리가 흔히 알 수 있는 서양 오케스트라 소리.
◇ 김현정> 바이올린이라든지 첼로라든지.
◆ 정재일> 바이올린, 첼로 그것들이 굉장히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도 있고 아주 작은 음에서 큰 음까지 큰 다이내믹을 낼 수도 있는. 그래서 이 영화에 적합한 재료가 아닐까 생각을 했고요. 또 감독님께서 이 스크립트를 쓰시면서 유럽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많이 생각하셨다고요.
◇ 김현정> 아니, 봉준호 감독이 음악에도 조예가 깊습니까?
◆ 정재일> 어마어마합니다.
◇ 김현정> 어마어마합니까?
◆ 정재일> 일단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실 수 있고요.
◇ 김현정> 그래요? 자유자재로 할 정도로?
◆ 정재일> 자유자재는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수준급, 이렇게. (웃음)
◆ 정재일> 일단 음악을 너무 사랑하시는 분이고. 훌륭한 연출가들의 공통점이기는 한데, 음악을, 음악적인 호흡과 리듬과 이런 것을 다 파악하고 있으세요.
◇ 김현정> 맞아요. 훌륭한 연출가는 음악적인 소양이 있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 정재일>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봉준호 감독하고 거의 같이 작업을 하신 거나 마찬가지네요.
◆ 정재일> 거의 봉준호 감독님의 퍼펫이었다고 할까. 도구, 음악 도구.
◇ 김현정> 그렇게까지 표현할 정도로. 여러분, <기생충>의 한 장면을 들으면서, 우리가 음악을 들으면서 얘기를 풀어보면 좋겠는데. 가장 정재일 음악 감독이 공들인 장면은 뭡니까?
◆ 정재일> ‘믿음의 벨트’라는 영화 안에서 8분 정도 되는 시퀀스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건 어느 부분 말씀하시는 거죠?
◆ 정재일> 가족들이 작전을 다 짜서 마지막으로 가정부를 해고당하게 하는 그 시퀀스인데요. 8분 동안 계속 음악이 흐릅니다.
◇ 김현정> 지금 음악 흐르고 있어요. 여기가 왜 가장 공들인 장면이었습니까?
◆ 정재일> 일단 길이가 길었고요. 감독님께서 퇴짜를 많이 주셨습니다.
◇ 김현정> 일곱 번 퇴짜 당하셨다는 게 이 장면이에요?
◆ 정재일> 맞습니다. 감독님도 굉장히 중요한 시퀀스로 생각하시고. 영화가 한 단계 확 넘어가는 시퀀스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신경을 썼다기보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가 하면 그 짜파구리 장면 있잖아요. 가족들이 다 놀러가서 송강호 씨네 가족이 다 대저택에서 놀고 있는데 다시 돌아온다고 하면서 주인집 가족이 짜파구리 해 놓으라고 하는 그 장면. 그것도 굉장히 공들인 음악 설정이었다면서요?
◆ 정재일> 그건 의외로 그냥 금방 오케이가 났는데요.
◇ 김현정> 나오기는 금방 나왔어요. 지금 음악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정재일> 이 곡은 톰과 제리 음악을 만들 듯이 배우들 하나하나 그 액션을 보면서 만들었습니다.
◇ 김현정> 이야, 우왕좌왕 분주한 톰과 제리. 이 장면도 굉장히 재미있던데, 조금만 들어볼까요. 음악을 들으니까 그 장면이 그냥 딱 떠오르네요.
그러니까 영화에서 음악이 없다면, 사실 ‘영화 음악이 뭐가 그렇게?’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 계실지도 모르지만 영화에서 음악의 존재라는 건 굉장한 거죠? 어떤 존재입니까?
◆ 정재일>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고 불필요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정재일> 저는 음악이 너무 많은 영화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아주 적재적소에 잘 쓰인 음악. 그래서 감독에 의해서 선곡된 음악들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그런데 어쨌든 화면에 드라마를 만들어주는 게 음악이 가장 많이 기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일단 2시간짜리 편집본을 받으면 음악이 없으니까 굉장히 지루할 때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바로 그런 역할. 그런데 또 과하면 안 되고.
◆ 정재일> 맞습니다.
◇ 김현정> 적재적소에 딱 맞게 쓰는 그 선을 지키는 게 실력이군요.
◆ 정재일>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국내외 통틀어서 우리 정재일 감독님 본인 작품 빼고 가장 영화 음악이 잘 쓰였구나 하는 영화는 뭘로 뽑으시겠어요?
◆ 정재일> 저는 선곡된 음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음악가가 만든 것과 다른 어프로치가 느껴지거든요. 감독이 직접 그 작품을 이해하면서 선곡한. 예를 들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맨 마지막에 바하의 ‘마테 수난곡’이 단 한 번만 흐릅니다.
◇ 김현정> 영화 전체에서 음악이 딱 한 번 나와요?
◆ 정재일> 네, 맨 마지막에. 거기서 눈물이 팍 나옵니다.
◇ 김현정> 저는 잘 모르는 영화기는 한데, 영화 전체가 음악이 하나도 없다가 마지막에 딱 한 번.
◆ 정재일> 네.
◇ 김현정> 그걸 최고로 꼽으세요?
◆ 정재일> 일단 지금 생각난 게 그겁니다. 제 것을 뽑지 말라고 하셔서.
◇ 김현정> 그러면 뽑으세요. 정재일 감독님 거 뽑으시면 뭡니까? 기생충입니까?
◆ 정재일> <기생충>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아주 훌륭한.
◇ 김현정> 조용조용한데 굉장히 유머러스한 분이신 것 같아요. 재미있는 분이세요, 재치 있는. 사실은 정 감독은 싱어송라이터 출신이세요. 1집, 2집을 낸 가수입니다. 그러다가 영화 음악을 시작하면서 봉준호 감독과 <옥자>도 함께하고, <기생충>까지 두 편을 함께하신 거죠?
◆ 정재일>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아주 실력 있는, 아주 촉망받는 영화 음악 감독인데. 그리고 판문점에서 피아노 치면서 연주하셨던 하나의 봄. 그분이시기도 하잖아요.
◆ 정재일> 네.
◇ 김현정> 정재일 감독의 꿈이라 할까요, 계획이랄까요. 지금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방송을 보고, 굉장히 젊은 감독이어서 놀랐다고 하는 청취자분도 계시는데, 실례지만 지금...
◆ 정재일> 지금 39살 됐습니다.
◇ 김현정> 동안이시네요. 지금 더 어리게, 더 청년으로 보고 계시는 분조차 계실 정도로. 정재일 감독의 앞으로의 계획, 꿈은요?
◆ 정재일> 일단 잘사는 게 꿈이고요.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 김현정> 너무 정답이어서. 음악적인 계획은 어떠세요?
◆ 정재일> 음악적으로는 사실 기생충을 하면서 더 영화 음악이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게도 됐고요. 또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음악들, 생음악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 김현정> 라이브 음악에요?
◆ 정재일> 원래 기록이 되는 음악들을 더 좋아하고 그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 김현정> 영화 음악도 그런 셈이잖아요.
◆ 정재일> 그렇습니다. 최근에 생음악만이 주는 힘이 너무 있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 무대 작업도 많이 하고 싶고요.
◇ 김현정> 2월 15일에 개인 콘서트, 단독 콘서트를 하신다고 해서 제가 좀 홍보를 드릴까, 했더니 전석 매진이에요. 그 콘서트도 정말 잘되기를 바라고요. 정말 짧은 시간 인터뷰했습니다마는 정재일 감독이 보여줄 역량이라는 거, 아직도 숨겨져 있는 역량이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음악을, 그 역량을, 잠재력을 마구마구 펼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정재일> 잘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대단히 고맙습니다.
◆ 정재일> 고맙습니다, 불러주셔서.
◇ 김현정> <기생충>의 영화 음악 감독, 정재일 감독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