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이권 (야외생물학자)

동물도 사회유지, 문제해결 위한 리더 뽑아
순록 리더는 수천km 앞장서 이동하는 경험자
신체 약한 침팬지는 동맹 결성해 리더 등극
여왕벌, 조화와 통합으로 무리를 번성시켜
참 우리 사회에 갈등의 양상이 복잡하죠. 이런 갈등, 저런 갈등, 이런 분열, 저런 분열. 그러다 보니까 리더의 역할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선 앞두고 우리나라를 이끌 리더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는 요즘인데요. ‘동물의 리더십에서 배우자’ 이렇게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동물들의 다양한 소리와 행동을 연구하고 계신 분인데 분야 이름이 조금 어려워요. 행동생태학 그리고 생물음향학 분야의 권위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장이권>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교수님, 소개를 제가 쭉 찾아보다 보니까 ‘야외생물학자’ 이렇게 쓰여 있더라고요. 생물학자면 그냥 생물학자지, 야외생물학자는 뭡니까?
◆ 장이권> 최근에 생물학 연구의 대부분이 실험실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그렇지만 생명 현상에 아직도 많은 부분이 야외에서 진행되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특히 생태, 보전, 환경 분야가 그래요. 그래서 저는 야외에서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별칭이 붙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제가 보니까 야외에 나가서 동물의 소리를 채집을 쭉 하시는 걸로 아주 권위자시던데요. 왜 동물의 소리에 주목하게 되셨어요?
◆ 장이권> 소리는 동물이 의사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이거든요. 우리 사람도 대표적으로 소리를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동물이고요. 이 소리가 동물이 아주 잘 사용하는 의사소통의 채널 중 하나예요.
◇ 김현정> 아니, 우리는 이렇게 말을 하잖아요. 언어가 있잖아요. 그러면 그 동물들도 진짜로 말하듯이 이렇게 의사소통을 한다고요?
◆ 장이권>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물론 그 정도가 우리 사람보다는 훨씬 더 단순하지만 필요한 내용, 주로 배우자를 찾는다거나 아니면 부모와 자식 간에 ‘어디에 포식자라든지 먹이가 있다. 아니면 어떻게 무리를 유지를 할 수 있을까? 이럴 때에 필수적인 그런 내용을 소리를 이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어요.
◇ 김현정> 와, 되게 재미있는데요. 그래서 그게 재미있으셔서 교수님도 소리를 연구하기 시작하신 거군요.
◆ 장이권> 밖에 나가서 소리를 듣다 보면 그냥 거기에 푹 빠지게 돼요.
◇ 김현정> 그래서 오늘 ‘교수님이 지금까지 채집해오신 소리 중에 몇 가지를 좀 들려주십시오’ 저희가 부탁을 드렸어요. 한번 들으면서 우리가 어떤 의미들을 담고 있는지 연구를 해보죠. 먼저 첫 번째 소리, 들려주십시오.
★ 새소리> 찌르르르르.
◇ 김현정> 와! 누구에요?
◆ 장이권> 이것은 울새의 노래인데요. 저는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중간고사가 다가왔구나’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장이권> 보통 이 새는 우리나라에서 나그네새예요. 이게 철새인데 우리나라는 한 5월 중순쯤 지나가거든요. 그러면서 이 소리를 잠시 한 2주 정도 소리를 내는데 그때 하필이면 저 같은 경우에는 중간고사 시기예요. (웃음) 그래서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중간고사가 시작되는구나! 그렇게 알 수가 있어요.
◇ 김현정> 딱 우리나라에서 2주 동안 들을 수 있군요.
◆ 장이권> 보통 2~3주? 1~2주.
◇ 김현정> 2~3주 들을 수 있는 소리군요. 5월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울새소리.
◆ 장이권> 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 휴일에 오늘 나가는 분도 많으실 텐데 어디쯤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 장이권> 그리 멀지 않은 도심 공원? 숲이 있는 도심 공원에 가면 잘 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어요.
◇ 김현정> 그러면 오늘 숲 근처 지나다가 잘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소리 하나 더 추천해 주신다면요?
◆ 장이권> 최근에는 박새라든가 아니면 곤줄박이, 이러한 숲새들이 굉장히 지금 번식을 하고 있고 얘네들이 많은 의사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중에서 휘파람새 가지고 오셨네요?
◆ 장이권> 휘파람새 한번 들어볼까요?
★ 휘파람새 소리
◆ 장이권> 너무 아름다운 소리 아니에요?
◇ 김현정>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 제가 익숙한 게 뭐냐면 라디오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시보라는 게 있잖아요. 이렇게 새가 울고 나서 ‘CBS에서 몇 시를 알려드립니다’라고 방송하거든요.
◆ 장이권> 맞아요. 바로 그 소리입니다.
◇ 김현정> (웃음) 그 소리죠?
◆ 장이권> 맞습니다. 주로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 흔해요. 전국에 살고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점점 북쪽 지방, 파주 지역에서도 이 소리가 들려요. 점점 이렇게 확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이거에도 의미가 있어요? 이 소리에도?
◆ 장이권> 이 소리는 지금 현재가 번식하는 시기예요. 그래서 번식기에는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고, 그리고 배우자를 유인하는 데 주로 이 노래를 사용합니다.
◇ 김현정> 번식기에 쓰는 그런 노래군요. 지금부터 이제 들려드릴 소리는 여러분이 한번 맞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퀴즈를 내겠습니다. 라디오로 듣는 분들, 한 번 맞춰보세요. 어떤 동물의 소리인지요.
★ 동물 소리> 꾸에엑.
◇ 김현정> 멧돼지 소리 아니에요?
◆ 장이권> 제가 힌트를 드릴게요. 지금 이 소리의 주인공은 호주의 상징과도 같은 동물이에요.
◇ 김현정> 설마요? 다시 한 번만 들어볼게요. 약간 황소가 속이 불편할 때 트림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뭐예요, 이거? (웃음)
◆ 장이권> 이 소리는 코알라의 소리인데요.
◇ 김현정> 어머나 세상에!
◆ 장이권> 사실 코알라라고 하면 주로 낮에 동물원에 가서 보잖아요. 그런데 코알라는 이 밤에 활동하고 낮에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주로 자는 코알라만 봐요. 그런데 제가 한번 밤에 활동하는 코알라를 본 적이 있는데 나무 위에서 서로 영역을 두고 다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얘네들 싸우는 거예요?
◆ 장이권> 맞습니다.
◇ 김현정> 싸우는 것 치고는 너무 고상하게 싸우는데요?
◆ 장이권> 제가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코알라에 대한 귀여운 이미지가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어요.
◇ 김현정> 저는 처음에 멧돼지 소리인 줄 알았거든요.
◆ 장이권> 많이 비슷해요.
◇ 김현정> 코 고는 소리 같기도 하고. 코알라 소리.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 소리는 어디서 채집하신 거예요?
◆ 장이권> 호주에서요.
◇ 김현정> 호주에 가서 채집하신 거예요? 지구촌을 다 다니시는군요. 그럼 이 소리를 들어보시죠. 지금 이 소리는 저희가 영상으로 바로 보여드리고 있거든요?
★ 동물 소리> 깨굴 깨굴 깨굴 깨굴
◇ 김현정> 개구리네요.
◆ 장이권> 맞습니다.
◇ 김현정> 개구리가 어떻게 이렇게 울어요?
◆ 장이권> 이 개구리는 최근에 신종으로 기록되었어요. 작년인데요. 노랑배청개구리라고 하는데 그전에는 수원청개구리로 알고 있었는데요. 이런 노래의 특징이라든가 아니면 배의 색깔을 이용해서 지금 새로운 종으로, 노랑배청개구리라고 기록되었어요.
◇ 김현정> 여러분, 이거는 멸종위기종이라고 합니다.
◆ 장이권> 우리나라에는 전북 지역에만 주로 있고 아마 그 숫자가 몇 백 마리에 지나지 않아요. 그래서 아마 바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야 하는 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아주 귀한 소리네요.
◆ 장이권>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멸종위기종, 노랑배청개구리. 노랑배를 가진 청개구리의 소리였는데요. 교수님, 그러면 이 소리를 하나 따기 위해서는 예약하고 가서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 장이권> 맞습니다. 소리를 제대로 녹음하기 위해서는 사실 동물의 스케줄에 제가 맞춰야 돼요. 그때가 한밤중일 수도 있고 정말 오지일 수도 있어요. 그거를 알아야만 그 동물의 소리를 잘 녹음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채집하기까지 제일 오래 걸렸던 소리는 무엇인가요?
◆ 장이권> 아주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사실은 그렇게 녹음하기 쉽지는 않아요. 우리 주변에 있는 소리가 아닌 이상. 그리고 제때를 놓치면 굉장히 녹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래서 어느 동물의 소리이든지 간에 그 동물이 활동하는 시간이 아니면 정말 어려워요.
◇ 김현정> 몇 개월 기다려야 될 때도 있어요?
◆ 장이권> 물론 제가 어느 정도 그 동물이 언제 활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어떤 동물이든 간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갔다. 그러면 굉장히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재미있습니다. 동물의 소리를 연구하는 야외생물학자 장이권 교수를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이런 동물들의 소리와 행동을 통해서 인간들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중에서도 ‘동물들의 리더십을 우리가 한번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셨더라고요. 저는 궁금한 게 동물들도 두 마리 이상 모이면 리더가 탄생합니까? 존재합니까?
◆ 장이권> 동물들도 같이 모여 있으면 서로의 행동을 조종할 필요가 있어요.
◇ 김현정> 심지어 동물도요?
◆ 장이권> 맞습니다. 우리 사람도 한 몇 명이 모이면 ‘야, 우리 오늘 어디 갈까?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이렇게 리더가 생기거든요. 동물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동물들은 사회를 유지한다거나 아니면 문제를 해결한다든가, 뭐 먹어야 되지? 아니면 외부의 위협을 어떻게 대처할까? 이럴 때 무리의 행동을 주도하는 그런 개체가 등장하는데요. 그게 바로 리더입니다.
◇ 김현정> 그럼 어떤 식으로 리더가 만들어집니까? 리더가 뽑힙니까?
◆ 장이권> 여러 가지 동물의 사회라든가 크기에 따라서 아주 다양한 종류의 리더십이 등장하는데요. 우리가 보통 리더라고 하면 아주 약한 리더십부터 시작해서 아주 강력한 리더십까지 다양해요. 그래서 아주 약한 리더십의 예를 들어보면 아프리카의 초원을 보면 대형 초식동물들이 수천km 이동하기도 하죠.
◇ 김현정> 그렇죠.
◆ 장이권> 또 북극지역에서 보면 순록떼가 있죠. 순록떼를 카리부라고 하는데 이 카리부가 정말 수천 수 만 마리가 몇 천 km 이동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무리를 보면 뚜렷한 리더가 없어 보여요. 그런데 그 이주경로를 알고 있는 동물은 있어요. 그 개체가 리더가 되는 것이고요.
나머지 동물들은 길을 모르기 때문에 단지 그 리더를 따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무리의 중간쯤 있는 동물들은 누가 리더인지도 모르고 아마 따라갈 거예요. 우리가 이것을 군중심리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군중심리는 일종의 팔로워십이라고도 해요. 그래서 길을 아는 몇몇 리더가 나머지 무리들을 군중심리를 이용하면 수만, 수천마리의 무리가 아주 먼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가 있어요.
◇ 김현정> 길을 아는 그 동물이 동물 사회에서 리더가 되고 그 많은 무리를 데리고 먼 길을 헤쳐 나간다?
◆ 장이권> 정보가 있는 몇몇 리더죠.
◇ 김현정> 그런데 그 리더가 실수할 때는 없어요?
◆ 장이권> 실수할 때 많이 있죠. 예를 들어서 침팬지 같은 경우를 보면 리더가 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사실 침팬지 사회는 우리 사람 사회와 아주 비슷하거든요. 보통의 경우 동물사회에서 신체적으로 우월한 경우에 리더가 돼요. 그런데 이 침팬지 사회에서는 이런 신체적 우월 외에도 지능이 뛰어나거나, 그리고 마지막 방법이 또 있는데요. 이것은 동맹이라고 해요. 나를 지지해 주는 그런 구성원들이 있으면 신체적으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동맹이 될 수 있고, 리더가 될 수 있어요.
◇ 김현정> 사람하고 비슷하네요. 내가 약하더라도 주변에 참모들이 좋고 지지자들이 좋으면 리더가 되기도 하잖아요.
◆ 장이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리더가 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재위 기간이에요.
◇ 김현정> 재위 기간도 정해져 있습니까?
◆ 장이권> 다 달라요. 보통 힘으로 리더가 되면 재위 기간이 한 1~2년 정도인데 동맹으로 리더가 되면 거의 한 10년 정도예요. 힘으로 리더가 되면 사회조직이 좀 불안정해요. 내가 힘으로 구성원들을 누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어요. 그러면 구성원 사이에 불만이 생기고 새로운 반란이 일어날 수 있고 그러한 폭력적인 리더를 내쫓고 새로운 리더를 영입할 수 있죠.
◇ 김현정> 재미있네요. 동물의 세계도 힘으로 우위에 서려고 하면 그거 오래 못 간다.
◆ 장이권> 맞습니다.
◇ 김현정> 배울 게 많은데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동물의 소리와 행동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이거는 좀 배워야 한다. 탐욕스러운 인간들이여! 동물에게 이 리더십을 배운다’라고 정리해 주신다면?
◆ 장이권> 이 동물의 리더십을 보면 사실 한 스타일의 리더가 모든 사회에 다 적용될 수 있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 이 사회의 크기라든가 구성원이라든가 성장단계에 따라서 다른 리더십 스타일이 필요해요. 우리 인간과 같은 커다란 사회를 운영하는 그런 조직을 보면 사실 힘이라든가 지식보다는 이 사회를 통합하는 능력, 구성원들이 이 사회조직의 목표를 위해서 일을 하게끔 하는 능력이 사실 가장 중요합니다.
◇ 김현정> 조화, 통합의 리더십. 그걸 제일 잘 하는 동물이 누구예요?
◆ 장이권> 여왕벌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여왕벌입니까?
◆ 장이권> 여왕벌 보면 사실 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그렇지만 무리를 번성하게 하는 능력? 성공적인 리더의 특징은 이 무리가 번성을 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부터 한번 벌의 세계를 연구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장이권>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장이권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