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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7(목) [친절한 법조기자] “판사님 재량껏... 작량감경이 기가막혀”
2021.06.17
조회 84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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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다운 (CBS 사회부 기자)
친절한 대기자 대신 오늘은 친절한 평기자입니다. 정다운 기자 어서 오세요.
◆ 정다운>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가져오신 이야기 보니까 작량감경이라는 말이 보여요. 조금 어려운데 쉽게 예를 들자면 어떤 범죄자가 징역 10년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판사 재량으로 징역 5년까지 낮춰줄 수도 있다, 이런 얘기인 거예요.
◆ 정다운> 네, 맞습니다. 이게 참 발음하기도 어려운데요. 작량이 무슨 뜻인가 하면 짐작하여 헤아린다라는 뜻입니다. 판사가 범죄자의 사정을 짐작하고 헤아려서 감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드릴 텐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을 보면 횡령 액수가 86억 원으로 대법원에서 확정이 됐는데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이 나왔어요.
◇ 김현정> 원래 법정형은 얼마예요?
◆ 정다운> 법에는 50억 원이 넘는 횡령배임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라, 이렇게 나와 있는데 그런데 5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2년 6개월 형을 받았습니다. 이게 뭐 때문인가 하니 작량감경 때문이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면 법 자체는 엄격한데 판사들이 작량감경을 통해서 형을 낮춰주고 있다, 봐주고 있다, 이런 얘기예요?
◆ 정다운> 그렇습니다. 작량감경 규정을 보면 이렇게 돼 있어요. 범죄 정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딱 한 줄인 규정인데 일단 적용되면 법정형을 반토막냅니다. 5년이면 2년 6월로 반토막이 나죠. 여기서 2년 6월이 왜 중요한가 하면 집행유예 받으려면 징역형이 3년 넘어가면 안 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정다운> 그러니까 국회에서 집행유예하지 말라고 5년 이상으로 형을 높여봤자 작량감경 적용되면 집행유예를 할 수 있는 거예요.
◇ 김현정> 50억 이상 횡령 배임을 했으면 사실은 중범죄인데 그러니까 법으로 징역 5년 이상은 꼭 처해야 된다. 집행유예 안 된다라고 해 놨는데 이렇게 정해놔도 판사가 작량감경 하면 집행유예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네요?
◆ 정다운>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유가 뭔가요? 그런 규정을 만들어놓은.
◆ 정다운> 이게 역사적인 맥락이 있습니다. 독재정권 시절에 보면 공포정치 하면서 정치적 반대파나 일반 국민에 대해서도 굉장히 가혹하게 형사처벌하고 또 특별법을 막 만들면서 법정형을 굉장히 높이 올렸던 때가 있었어요.
◇ 김현정> 있죠.
◆ 정다운> 그때는 판사들이 이 작량감경을 사용해서 너무 과중하고 불합리한 형벌에 제동을 걸어온 그런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 김현정> 그때는 군사정부 때였고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이유는 뭡니까?
◆ 정다운> 지금도 사실 LH사태가 최근에 터졌을 때 공무원이 미공개 정보로 투기하면 무기징역 하겠다고 법정형 높였잖아요. 또 스쿨존 교통사고 터졌을 때는 민식이법 만들어서 형량을 확 높였습니다. 이렇게 투기한 공무원의 죄질이 지금 살인한 것이랑 버금가는 그런 상황이랑 같다 보니 작량감경으로 균형을 맞춰줄 수밖에 없다 정말로 불가피하다, 판사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사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는 장치로써 작량감경이 있다, 그런 얘기네요.
◆ 정다운> 그렇습니다.
◇ 김현정> 불가피하다면 그러면 정말 필요할 때만 쓰면 될 텐데 이런 작량감경 사례가 극히 일부입니까? 아니면 자주 벌어집니까?
◆ 정다운> 저희 CBS 법조팀에서 지난 6개월 동안 판결문 조사를 했는데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중범죄 사건의 50%, 다 작량감경 적용 받았더라고요.
◇ 김현정> 50%가요?
◆ 정다운>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중범죄 중에 50%가요?
◆ 정다운> 네.
◇ 김현정> 이거는 극히 일부는 전혀 아니네요.
◆ 정다운> 그렇죠.
◇ 김현정> 어떤 근거로 다 작량감경들이 이루어졌습니까?
◆ 정다운> 놀라운 것은 이유가 명확히 안 쓰여 있습니다.
◇ 김현정> 이유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무슨 이유 때문에 이 법에 정해진 형은 이거지만 낮춰서 선고하겠습니다. 이렇게 안 쓰여 있어요?
◆ 정다운> 작량감경의 사유가 뭐다, 이렇게 딱 명시한 판결이 저희가 조사한 1020명의 피고인 중에서 6. 4%뿐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나머지는 어떻게 표시돼 있어요?
◆ 정다운> 나머지는 어떻게 표시하냐면 아래 유리한 양형 이유를 참작한다. 그냥 이렇게만 쓰고 그걸로 저희는 이래서 작량감경의 근거가 됐겠구나 하고 추정을 해보는 거죠.
◇ 김현정> 아래 유리한 양형 이유를 참작한다 할 때 그 유리한 양형 이유들을 분석해 보셨다고요?
◆ 정다운>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떤 이유들이 쓰여 있던가요?
◆ 정다운> 대표적인 거 몇 가지 읽겠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이미 세 번 처벌받은 적이 있는 사람인데 이런 이유로 감량받았습니다. 벌금형보다 중한 형으로 처벌받은 정황이 없다. 그리고 이지 이미 한 번... 사람이 또 중강간 저지른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초과하는 형사처벌 받은 전과가 없다.
◇ 김현정> 아니, 과거에 집행유예 이상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집행유예 이상을 줄 수 없다, 이거는 좀 논리적으로 이게 상관이 있나 싶은데요.
◆ 정다운> 그렇죠. 다른 사례들은 사실 더 기막힌 게 있어요. 또 다른 한 사건에서는 피고인을 대신해서 어머니가 피해자에게 사죄했다.
◇ 김현정> 어머니가요?
◆ 정다운> 네. 그리고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사유 아무것도 안 쓰고요. 그냥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딱 한 줄. 그리고 피고인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회사 잘 운영해서 지역사회와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 피고인이 공무원으로서 오랜 기간 국가에 봉사해왔다. 피고인이 성실히 대학생활해 왔다. 이런 게 작량감경의 이유였습니다.
◇ 김현정> 아니, 범죄자 자신이 아니라 그 어머니가 반성했다. 그걸로 죗값이 가벼워진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이런 단순한 이유들이 형을 반토막 내는 사유로 쓰여 왔다고요?
◆ 정다운> 그렇습니다. 총 1020명의 피고인 저희가 조사했는데 그중에 541명에 대해서 판사가 이 사람 진지한 반성 하고 있다라고 인정을 하고 작량감경을 했습니다. 그런데 뭘로 그 진정성을 평가한 건지 하나도 쓰여 있지가 않아요.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저희가 감경 사유로 형사처벌 전력 없음이나 진지한 반성, 이거 다 하지 말자. 이거 다 빼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어쩌다마 처음 범죄 저질렀고 또 정말 진지하게 반성하는 피고인이라면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는 낮다고 봐야 하잖아요. 이런 사람은 양형에서 고려를 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문제는 예를 들어서 정말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해온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수사기관에는 처음 걸린 거예요.
◇ 김현정> 초범이에요.
◆ 정다운> 네, 그럼 이 사람 초범 맞냐, 진짜로? 휴대폰에 불법촬영물이 수천 장이 있는데 정말 초범인가. 또 반성은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하고 있는지 이런 거를 판사가 정말로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따져 묻고 있나, 또 그거를 판결문에 적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거죠.
◇ 김현정> 피고인이 회사를 잘 운행해왔다. 공무원으로서 봉사했다, 대학생활 잘했다. 이런 것도 범죄랑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 정다운> 그렇죠. 피고인이 일용직 노동자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건지 좀 차별적이죠. 또 대학생활 성실히 하고 있다, 이런 것도 초중고 중퇴했거나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분들을 차별하는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러게요. 지금 들어보면 기준도 모호하고 판결문에다 근거를 제대로 써놓지도 않았고 혼란스러운데 몇 달 간 취재를 해 본 입장에서, 정 기자. 작량감경의 제일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 정다운> 결국은 기승전 전관예우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여기서 전관예우가 왜 튀어나옵니까?
◆ 정다운> 어떻게 이 작량감경이 전관예우,이 사법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 가게 되는 건지는 우리 전문가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승재현 박사입니다.
-작량감경이 판사가 마음에 들면 작량감경을 해 주는 거니까 그러면 나와 친한 사람, 어제 같이 일했던 사람이 맡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작량감경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열려 있다 보니까 이게 결국 전관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면 그럼 이 사람이 작량감경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시를 하면 작량감경을 해 주더라도 누가 봐도 문제가 없구나 적어주면 되는데, 판결문에. 사실 그게 판결문에 적힐 이유가 없는 거거든요. 대법원에서도 굳이 적시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 김현정> 이게 완벽히 법관 재량에 맡겨지는 거다 보니까 청탁도 쉽다는 얘기고 실제로 사유를 잘 쓰지도 않고 이렇게 되면 판사 마음대로 작량감경 해줘도 그냥 땡이네요?
◆ 정다운> 그렇습니다. 그래서 또 저희가 분석을 한 게 작량감경 받은 피고인들의 변호사를 봤어요. 1020명 중에 511명, 딱 절반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더라고요. 보통 형사사건 착수금이 적어도 수백 만원은 해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전국 법원에서 재판받는 피고인 평균 사선 변호인 선임률을 보면 20% 정도밖에 안 됩니다. 보통은 선임 안 하고 나홀로 소송하거나 국선변호인 쓰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이 얘기는 그러면 사선 변호인 선임했을 때는 작량감경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는 얘기예요?
◆ 정다운> 네, 그렇게 저희가 추정해볼 수 있고 이 통계 냈을 때 검증 같이 해 주신 전문가 계신데요. 한번 분석 내용도 들어보겠습니다. 법과인간행동연구소의 홍성범 전문위원입니다. -특히 단독 재판부에서 다뤄진 사건을 보면 국선보다 사선 변호인을 썼을 때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고 이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습니다. 중범죄가 배당되는 합의부에서도 사선변호인을 쓴 피고인들이 집행유예를 조금 더 많이 받았는데 아무래도 사안 자체가 중하다 보니까 사선 변호인을 쓴다고 해서 단독 사건만큼 집행유예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 정다운> 재판받는 피고인들 입장에서 가장 첨예한 게 뭐냐 했을 때 감옥에 가느냐, 안 가느냐 이거거든요. 예전에는 사법부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한다고 비판 많이 했는데 이제는 무죄인 것을 유죄로 바꾸거나 유죄인 걸 무죄인 걸 유죄로 하거나 이런 건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형사사건 1심 무죄율이 1%가 채 안 되거든요. 기소되면 대부분 유죄받으니까 이제는 대신 유전집유 무전실형 이게 키워드가 됐습니다. 돈 있고 지위 있으면 집행유예로 기울고 아니면 비슷한 사안인데도 실형을 살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작량감경에서 시작해서 전관예우 얘기까지 나왔는데 이게 사법부 신뢰에도 아주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뭔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자, 개정해보자, 이런 움직임은 없어요?
◆ 정다운> 2011년에 법무부에서 한 번 개정 추진한 적이 있긴 했습니다. 작량감경의 사유를 법에 몇 가지 규정을 해서 판사의 재량을 좀 제한하는 방향으로 하자,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때 대법원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거든요. 그 이유가 뭐냐 하면 그렇게 제한하려면 일단 우리 법정형 하한, 이거 두 배 가까이 먼저 낮춰야 한다. 지금 법정형이 다 너무 높아서 판사에게 작량감경 마저 허용하지 않으면 많은 피고인들이 정말로 큰 피해 본다.
◇ 김현정> 그래서 아직도 그대로군요.
◆ 정다운> 네. 지금 1953년에 우리 형법이 제정된 이후로 지금까지 68년 동안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 김현정> 여러분, 대법원 양형위원회 아시죠? 거기 김영란 전 대법관이 있는데 정다운 기자가 대법원 양형위원회 입장 또 판사출신 국회의원들 생각까지 다 취재해서 기획 기사를 더 낼 거라고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늘 잘 몰랐던 문제 잘 캐주셨어요. 정다운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정다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