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8(목) "DJ 대통령이 손편지를 건넸어요" 44년 도어맨 권문현 씨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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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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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문현 (콘래드서울호텔 객실팀 지배인)



고객 차 번호 350개까지 외워
고객 취향과 동선 기억해서 서비스
차 문을 여는 타이밍도 고객에 맞게
진상손님? 경청 시정하면 애정손님돼
젊은 직원 존대하고 다양성 인정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전문가 한 분을 만납니다. 저희가 무슨 전문가, 무슨 전문가 참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왔습니다만 이 분야의 전문가는 처음이에요. 무려 44년 동안 호텔 도어맨으로 일해 오신 분이 계십니다. 일하면서 단 한 번의 지각도 없었고요. 모범사원상부터 총지배인상까지. 심지어 정년퇴직 후에도 다른 호텔에 스카우트가 됐습니다. 여전히 현역입니다. 아니, 어떤 도어맨이면 스카우트까지 되시나 하실 텐데요. 호텔 업계의 전설의 도어맨으로 통하는 분 콘래드서울호텔의 권문현 지배인 오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권문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벌써 들어오시면서 인사하는 각이 다릅니다. 도어맨. 그러니까 호텔에 가면 저희가 제일 먼저 마주치는 정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해 주시는 그분이신 거죠?

◆ 권문현>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차문도 열어주고 짐도 이렇게 들어주고 길도 안내해 주고. 그럼 하루에 만나는 손님 수가 어마어마하시겠어요.

◆ 권문현> 코로나 이전에는 객실이 많이 차고 행사가 많을 때는 상당히 많은 고객님들을 만났고 그랬는데 요즘 조금 주말이면 바빠서 바쁘고. 주중에는 조금 덜하고 그래요.

◇ 김현정> 많을 때는 그러면 하루에 몇 번이나 인사해 보셨어요?

◆ 권문현> 1000번 했겠죠. 모든 고객이 지나가는 분들에게는 다 인사해야 되니까.

◇ 김현정> 무조건 다하는 거예요?

◆ 권문현> 아기고 어른이고 저희 고객 아닙니까?

◇ 김현정> 아기가 어른이고. 제가 계산을 해보니까 이 일을 시작하신 게 1977년이더라고요.

◆ 권문현> 맞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처음 시작하셨어요?

◆ 권문현> 처음에 제가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농사 일을 안 해 본 게 없는데 하는 것마다 잘 안 되고 먹고 살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시골을 떠나서 대구에서 주물공장이라는 곳에서 일을 했는데 거기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손에 들 것을 너무 많이 들어서 손에 피가 항상 흐르고 그 정도로 들 것을 많이 들었는데. 그러고 있는 중에 친구의 친구가 있었는데 서울에서 조선호텔에서 사람을 모집한다 그래서 면접 보러 올라오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웨스틴조선호텔 도어맨으로 입성하신 거예요.

◆ 권문현>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정년을 다 채우고 나서 지금 근무하시는 콘래드서울호텔, 역시 5성급 호텔로 어떻게 스카우트가 됩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서 있을 텐데 굉장히 드문 경우 아닌가요?

◆ 권문현> 글쎄요. 직장 구하기 다 힘든데 저는 운 좋게 어떻게 그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아니, 어떻게 이분은 이렇게 스카우트가 정년퇴직 후에 다시 될 정도로 전설이 되셨는가 제가 조사를 해 보니까, 서비스의 클래스가 다릅니다.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의 차번호, 이름, 성향, 이런 거를 다 외우신다면서요?

◆ 권문현> 네, 그래야 다음에 실수도 하지 않고 그분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 먼저 갖다드리는 감동서비스라고 하거든요. 그걸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차번호를 외우시는 거 그러면 그 차가 들어올 때부터 알아야 되니까.

◆ 권문현> 그렇죠. 어떤 분이 오신다는 걸 알고 어떤 대사님이 오시는지 먼저 알고 뒤에 가서 맞이해야죠.

◇ 김현정> 그러면 최대 몇 개까지 외우세요? 차 번호를?

◆ 권문현> 한참 많이 외울 때는 350개 정도 외웠습니다.

◇ 김현정> 그냥 외우는 게 아니라 2785 프랑스 대사, 이런 식으로 외우신다고요?

◆ 권문현> 네.

◇ 김현정> 350개를?

◆ 권문현> 네, 차종하고 차들은 보통 검정색깔이니까 검정색깔인 걸 다 외워야 돼요.

◇ 김현정> 차종하고 색깔까지?

◆ 권문현> 네.

◇ 김현정> 그러면 차번호와 성향을 외워서 거기에 맞는 응대를 해야 되잖아요.

◆ 권문현> 그렇죠.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식의 응대가 도어맨들이 가능합니까?

◆ 권문현> 어떤 분들은 예를 들어서 어떤 항상 식당을 좋아하신다, 어떤 분들은 헬스로 가신다. 어떤 회장님들은. 알고 동선을 먼저 안내해 드릴 수 있게.

◇ 김현정> 오늘 어디 가십니까? 하기 전에 그냥 묻지 않고.

◆ 권문현> 묻지 않고 그쪽으로 가시니까.

◇ 김현정> 차 문도 여시잖아요. 그것도 혹시 다르게 해야 되나요?

◆ 권문현> 네, 다릅니다.

◇ 김현정> 어떻게요?

◆ 권문현> 나이 드신 분은 천천히 내리시는 분, 신발을 벗고 있다가 천천히 신는데, 만약 더운 날씨거나 추운 날씨인데 문을 빨리 열면 그분들이 불편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문 열고 신발 신어야 되니까.

◆ 권문현> 네. 그러니까 보고 안쪽으로 요즘 썬팅을 해서 잘 안 보이지만 옆으로 슬쩍 봐서 신발 다 신으셨구나. 그때 열고 택시도 택시 탔을 때 카드하고 영수증을 받으려고 하는 순간에 열어야 바로 내리실 수 있으니까 타이밍을 맞춰주셔야 되고.

◇ 김현정> 신발을. 어느 나라 대사. 저분은 늘 차에서 신발을 벗고 계시지, 그러면 한 템포 늦게 열어야지, 이런 것까지 다.

◆ 권문현> 네.

◇ 김현정> 대단하시네요.

◆ 권문현> 그리고 요즘 코로나 시대가 돼서 지금도 우리 회사에 오시는 한 두 분이 도어맨이나 직원들이 못 열게 하는 차량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아, 아예 못 열게 하는 성향도 있는가 보네요.

◆ 권문현> 세균이나 이런 게 있는 것 같으니.. 나이 좀 든 회장님.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그런 분은 접근 안 하고.

◆ 권문현> 멀리서 인사만 목례로 하고.

◇ 김현정> 그렇게 많은 분들을 만나시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우리가 알 만한 분, 우리 청취자들이 알 만한 분이 누가 있을까요.

◆ 권문현> 일반인.

◇ 김현정> 좋았던 기억 있는 분 얘기해 주시면 돼요.

◆ 권문현> 조선호텔 다닐 때 탤런트 김자옥 선배님.

◇ 김현정> 돌아가신 김자옥 선생님.

◆ 권문현> 헬스클럽 오셔서 항상 오시면 하얀 벤츠 타고 오셨는데 멀리서도 인사하시면 반갑게 미소 지으시면서 따뜻한 말 많이 해 주셨죠.

◇ 김현정> 그랬던 기억이 있고. 가끔 음료수나 이런 거 주시는 손님들도 계세요?

◆ 권문현> 네, 가끔 다른 손님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무슨 손편지를 적어서 주셨던 분들도 제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누가 있었어요?

◆ 권문현> 네, 최근에 여의도에 계시는 분 최기준 회장님이라고 조선호텔에서 한 2,30년 동안 제가 모셨던 분인데, 여의도에 지금 살고 계시고 부부가 오시면서 너무 반가워서 편지를 써서 지금도 저녁 때 되면 꼭 저희 호텔을 한 번 들리시고.

◇ 김현정> 그런 손님도 계시고. 혹시 대통령들도 호텔들 업무상 이용하시잖아요. 기억에 남는 분 있으세요?

◆ 권문현> 제일 기억에 남는 분들은 김영삼 대통령님하고 김대중 대통령님 자주 오셨던 것 같고. 행사, 국빈들 만날 때도 그렇고 자주 오셨던, 그 당시에는 조선호텔밖에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주 오셔서.

◇ 김현정> 김대중 대통령도 손편지로 고맙다라고 전해 주셨다고. 참 따뜻한 분들이네요. 그렇네요. 반면에 사소한 걸로 트집 잡는 이른바 진상손님도 없을 수가 없죠.

◆ 권문현> 있죠, 당연히.

◇ 김현정> 그런데 우리 권문현 지배인님은 진상처리반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상손님, 화난 손님도 온화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시답니다. 그래서 사실은 그 부분이 높이 평가가 돼서 스카우트도 되고 그러셨다고 제가 들었거든요. 비법이 뭐예요?

◆ 권문현> 우선 화난 손님, 컴플레인을 많이 하시는 손님은 다혈질이라고 해서 소리도 막 지르고 그럽니다.

◇ 김현정> 그렇겠죠.

◆ 권문현> 그러면 우선 공개적인 로비 같은 데서 소리 지르면 다른 손님이 보면 안 좋잖아요. 호텔이 이렇게 서비스하기 때문에 고객님이 소리를 지를까 하기 때문에 빨리 다가가서 고객님의 말을 청취를 먼저 많이 하고 조용한 데로 한쪽 구석으로 모셔서 차라도 대접하면서 앉으시라고 해서 슬슬 이야기하고 제일 먼저 고객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줘야 됩니다.

◇ 김현정> 들어야 된다, 일단.

◆ 권문현> 그래야 고객님이 빨리 가라앉습니다.

◇ 김현정> 억지를 써도 들어주고.

◆ 권문현> 네.

◇ 김현정> 얼마나 속이 터지세요.

◆ 권문현> 직업이니까 그렇게 해서 가까이 해서 좀 낮은 자세로 가서 가까이 붙어서 이야기하니까 다 조금 수그러들고 인정을 해 주시고.

◇ 김현정> 그리고 명함을 꼭 챙기신다면서요?

◆ 권문현> 네, 마지막에는 명함을 챙겨서 그분이 다음에 오실 때는 직업에 따라 고객님 다루는 방법도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교수님인지 정치하는 분인지 회사 CEO인지에 따라서 성격도 그렇기 때문에 명함을 받으면 우선 전화번호도 있고 이메일 주소도 있고.

◇ 김현정> 외우세요, 그거?

◆ 권문현> 메모 다 해 놓죠. 그래서 다음에 오실 때는 그런 실수를 안 해야 되겠죠.

◇ 김현정> 진상손님을 아예 애정손님이다 이렇게 부르신다면서요. 더 애정을 쏟아야 된다?

◆ 권문현>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컴플레인을 하고 직원들에게 야단을 치는 고객님은 분명히 시정이 되면 저희 회사로 이용하시려고 시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분명히 진상고객이 아니고 애정고객입니다. 다음에 분명히 돌아오십니다, 그분들은.

◇ 김현정> 대단한 분입니다. 이런 분이 정말 장인입니다. 장인. 그런데 가끔은 지긋지긋하실 때는 없으세요?

◆ 권문현> 오래 하다 보니까 지금은 좀 지겹다. 힘들다, 항상 반복되는 일이니까요 그런 생각도 들지만 제 나이에 직업을 가지고 있다. 제 친구들은 다 정년퇴직한 지도 오래 되고 해서 다 놀고 있을 텐데 저는 나가서 움직이고 하는 게 너무 좋고 또 많이 움직임으로 해서 건강 같은 것도 좋고 집에서 집사람도 많이 좋아하고요. 아직까지 직장 가졌으니까 여러 점이 좋더라고요.

◇ 김현정> 세상에. 아니, 이분이 이제 44년 일하신 거잖아요. 한 분야에서. 그러면 어느 분야든 이른바 꼰대소리 듣게 되거든요. 젊은 후배들은 꺼려하고 멀리하고. 그런데 우리 권 지배인님은 후배들이 그렇게 잘 따른대요. 많이 듣고 있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꼰대되지 않는 법.

◆ 권문현> 우선 제가 같은 동료일 때는 그런 게 없고 잘 어울리면서 생활을 했는데 지금 나이가 먹다 보니까 자녀들보다도 적은 나이에 있는 직원들이 우리 직원인데 그래도 모든 일에 차를 한 잔 한다든지 코로나 이전에도 회식을 해도 저는 꼭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그리고 좀 주의할 점은 저 혼자서 항상 다짐을 하는데 언어 같은 거, 젊은 사람이라고 언어 같은 거 존중해 주고 평등하게 똑같이 해 주고 힘들다는 부분을 들어주고 하니까 좋아하더라고요.

◇ 김현정> 스타일. 누구에게나 스타일이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준다.

◆ 권문현> 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굉장히 기본인데 그 기본을 지키는 게 쉽지 않거든요.

◆ 권문현> 꼭 지켜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참 저도 이 일을 20년 했는데 이렇게 한 분야에서 44년 일하신 분을 보니까 절로 존경의 마음이 생깁니다. 진짜 전문가, 진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장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권 지배인님 건강하시고요. 오늘도 출근하시죠?

◆ 권문현> 지금 2시에 출근해야 됩니다.

◇ 김현정> 잘하십시오. 고맙습니다.

◆ 권문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