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6(화) 황석정 "내가 모창가수로 변신한 이유는..."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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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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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석정 (뮤지컬 배우)



타계 50주기 맞은 불멸의 가객, 배호의 이야기 뮤지컬 <천변카바레>
배호 모창가수 '배춘식' 역, 1인 다역 맡았다
국악과 나왔지만…연기 배우러 한예종 재입학
배호처럼 길었던 무명시절, 이제 못할 게 없다


좋네요. 지금 흐르는 이 곡 불멸의 가객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수죠. 배호 씨가 부른 돌아가는 삼각지입니다. 배호 씨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50년. 이 기일에 맞춰서 뮤지컬 한 편이 무대에 올려집니다. 베테랑 배우 황석정 씨가 주인공인데 가수 배호 씨는 남성인데 황석정 씨는 여성. 어떻게 된 거지? 이런 분들 계실 거예요. 뭔가 심상치 않다 싶으시죠. 심상치 않은 뮤지컬. 천변카바레의 황석정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초대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 황석정> 반갑습니다.

◇ 김현정> 라디오에서는 좀처럼 이렇게 만나기 어려운 분이신데.

◆ 황석정>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 김현정> 유쾌한 웃음소리. 우선 그러면 화면 보시면서 우리 청취자들께 인사부터.

◆ 황석정> 김현정의 뉴스쇼.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사실은.

◇ 김현정> 진짜요?

◆ 황석정> 최근에는 공연 연습하느라고 잘 듣지를 못하고 있는데 늦게 자다 보니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가 나와서 앉아서 인사를 한다는 게 꿈같이 느껴져요. 좀 이상하고. 그래서 너무 기분이 좋고요. 이른 아침에 인사드리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 김현정> 저도 황석정 씨와 가까이 앉아 있으니까 꿈 같은데 서로 꿈 같은 거예요?

◆ 황석정> 이상해요. 되게 안개가 낀 것 같고요. 기분이 이상해요.

◇ 김현정> 아니, 이 옆에서 느껴지는 기운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유쾌한 에너지, 기운. 정말 느낌 좋은 배우 황석정 씨인데.

◆ 황석정> 고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번에 맡으신 역할이 배호 씨 역할이 맞아요?

◆ 황석정> 그렇죠. 배호님의 역할이라기보다는 배호 님의 가짜 모창가수인 배춘식이라는 사람의 역할이에요. 그래서 배호 님 노래를 많이 부르고요. 또 실제 배호님의 모습을 제가 직접 연기를 하죠.

◇ 김현정> 작품설명을 좀 해 주시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저는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1인 다역을 하신다는 거예요. 거기서 무슨 밤무대 여가수역, 시골처녀역, 음반사 사장역, 노동사역, 어떻게 되는 작품입니까?

◆ 황석정> 그때가 배호님께서 활동하시던 때가 1963년도부터 71년도 11월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 시대가 우리나라가 좀 현대화, 산업화,이거 때문에 농촌에서 시골에서 청년들이 많이 올라와서 공장에서 갖은 노동에 시달리고 급속히 변화해 가는 사회상의 그 배경이 있었잖아요. 그 중에 한 명인 배춘식이라는 깡촌의 청년이 주인공이고 그때 그 배호 님의 노래가 많은 그런 분들의 위로를 줬던, 심금을 울린 노래들을 많이 발표했어요. 그래서 그런 음악적 배경이 되는 시대에 그 배춘식이라는 깡촌 청년이 올라와서 웨이터에서 배호님의 배호 님의 모창 가수를 하면서 인생의 고단한 것을 꺾어가는 성숙해가는 성장드라마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거기에서 1인 다역을 하신 거예요.

◆ 황석정> 그래서 거기에서 배호 님도 하고 또 배춘식이라는 청년의 첫사랑도 하고 또 뭐라 그래야 되지. 배신당하는 여자분 역할도 하고 또 음반사 사장 역할에, MC에 누구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 김현정> 1인 다역이라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도전하시게 된 거예요? 어디에 끌려서.

◆ 황석정> 제가 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요. 이게 이렇게 된 거예요. 저는 분명히 이 뮤지컬이 여러 명이 나오는 그렇게 생각을 했고 그러니까 이제 사실 이 직전에 또 1인극을 했어요. 두 시간이 넘는 서사시를 해서. 1인극은 안 해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1인 극인지 모르고 했더니 그 여러 명이 나오는 뮤지컬이 1인극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무슨 팔자지. 그러면서 또 1인극을 하게 된 겁니다. 저는 1인극을 위해서 사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 김현정> 그게 보통 고된 일이 아닌데. 대단하십니다. 황석정 씨.

◆ 황석정> 안에 그분이 여러 분이 계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제 황석정 씨 혼자 나오신 게 아니라 곽경묵 음악감독이 같이 오셨어요. 기타 하나를 들고 오셨어요.

◆ 곽경묵>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십니까? 오늘 그 뮤지컬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라이브를 이 자리에서 들려주시겠다고 두 분이 같이 오신 건데. 너무 귀한 것이 사실 아침에 목도 안 풀리잖아요.

◆ 황석정> 말도 마세요. 수도관이 터져서 지금 이틀 째 잠도 못 자고 (웃음).

◇ 김현정> 세상에 잠도 못 주무신 분한테 아침부터 노래를 부탁드린 거예요?

◆ 황석정> 괜찮습니다.

◇ 김현정> 천변카바레의 무대에 올려질 그 곡 한 곡을 청해듣겠습니다. 준비해 오신 곡은? 그 유명한 배호 씨의 안개낀 장충단 공원. 청해 듣죠.

◆ 황석정> (노래)

◆ 황석정> 죄송합니다. 음악감독님, 실수했어요.

◆ 곽경묵> 잘하셨습니다.

◇ 김현정> 아니, 수도관이 터졌는데 어떻게 이런 목소리가 (웃음).

◆ 황석정> 그게 터져서 그런가 봐요. 잠도 못 자고.

◇ 김현정> 뭐라고 표현해야 되냐면 매혹적이다라는 표현 있잖아요.

◆ 황석정> 그래요? 그게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아침이라서.

◇ 김현정> 정말 매력적인 목소리를 여러분 아침부터 들으셨습니다. 우리 청취자들 반응이 폭발하고 있어요. 폭발하고 있어요. 아침부터 막걸리에 파전 생각 난다는 분도 계시고 (웃음).

◆ 황석정> 제가 술 안 먹고 왔습니다.

◇ 김현정> 황석정 씨 진짜 프로다. 너무 멋있다라는 지금 응원 문자가 쏟아지는데. 아니, 솔직히 저는 노래를 잘하실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뮤지컬 하시니까. 이 정도로 잘하실 줄은 몰랐는데 찾아봤더니 음대를 나오셨어요. 서울대 국악과.

◆ 황석정> 네. 89학번이에요. 우리 김현정 씨도.

◇ 김현정> 저는 아닙니다.

◆ 황석정> 누구지? 우리 대표님 진짜.

◇ 김현정> 누구랑 헷갈리셨어요?

◆ 황석정> 죄송합니다.

◇ 김현정> 아니, 국악과를 나오셨는데 다시 연기를 제대로 배우겠다고 한예종을 가셨어요?

◆ 황석정> 네.

◇ 김현정> 독특한 이력이네. 국악과를 나왔어도 연기에 이미 발을 들였으면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대학을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 황석정> 그게 외로워서 갔어요.

◇ 김현정> 외로워서?

◆ 황석정> 그러니까 제가 국악과를 나와서, 나오기 전부터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아갈 것인가. 제가 좀 독선적이기도 하고 모나기도 하고 이래서 뭘 하면 내가 성숙한 인간이 될까 한 1년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제가 제일 못하는 게 제일 하기 힘들어하는 게 남들하고 어울리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연극을 하거나 이쪽 계통에서 사람들하고 같이 작업하는 걸 하면 좀 이렇게 둥글둥글해지고 내 자신 많이 발전을 하겠구나라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음악보다는 습성은 약간 악기를 하는 게 맞아요. 혼자서.

◇ 김현정> 피리를 전공하셨어요.

◆ 황석정> 네. 그래서 우연히 공연을 보게 돼서 이렇게 연기과를 간 게 아니고 한양레퍼토리라는 극단이 있었는데 거기는 다 한양대 배우들이 계세요.

◇ 김현정> 한양대 출신 배우들의 극단?

◆ 황석정> 그러니까 제가 뭐라 그래야 되지 어떻게 사람하고 잘 지내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들 특유의 끈끈함이 있잖아요.

◇ 김현정> 그런 게 좀 있죠.

◆ 황석정> 저는 물론 다 잘 지내긴 했지만. 그래서 아니다, 내가 전문적으로 배워야 되겠다. 선생님도 권유를 해 주셨고 그래서 가게 된 건데.

◇ 김현정> 다시 연기를.

◆ 황석정>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제가 학교 두 군데 다니면서 너무 열심히 공부한 줄 알지만 저는 주로 공부를 어떤 술자리, MT, 상담, 이런 걸로.

◇ 김현정> 무슨 마음만 먹으면 서울대 툭 들어가고 마음만 먹으면 한예종 툭 들어가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 황석정> 아니죠. 열심히 했죠, 들어갈 때만.

◇ 김현정> 타고난 분입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도 무명 시간이 굉장히 기셨어요. 마치 배호님이 그러셨듯이.

◆ 황석정> 엄청 길었죠. 그런데 그게 무명인지도 모르겠고요. 잘 몰랐어요. 그냥 제가 좀 어리숙해요. 닥치는 대로 하고. 단지 가난했다 뿐이죠. 그리고 식구들한테 면목이 없고. 그거 빼고는 제가 무명인지도 모르고 그냥 살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사람이 아닌 역할을 그렇게 많으셨다면 그게 무명이에요.

◆ 황석정> 그래서 제가 배호 님의 이 작품까지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 황석정> 저는 이상하게 자꾸 제가 이상한 분위기를 풍겨서 그런지 학교를 들어갈 때도 수위가 맞고 수위님께서 학교 학생이 아닌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 김현정> 경비하시는 분께서?

◆ 황석정> 국립극단에 3년을 연극하러 갔는데 수위 분이 항상 저를 막았어요. 3년 내내.

◇ 김현정> 그럼 뭘로 본 거예요? 학생이 아니라.

◆ 황석정> 모르겠어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이 배우를 할 때도 제가 아무도 배우라고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좀 사람이 하기 힘든 역 있잖아요.

◇ 김현정> 예를 들면.

◆ 황석정> 외계인, 신. 그리고 되게 막 괴물? 그리고 제가 힘이 세 보였는지 남자역도 많이 시켰어요. 그래서 제가 그게 불만이었지만 닥치는 대로 하는 게 제 인생의 모토다 보니까.

◇ 김현정> 그것들이 쌓여서 지금은 못 할 거 없는.

◆ 황석정> 진짜 진심이에요. 안 그랬으면 이거 제가 못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 것들이 다 삶의 내공이 되고 지금의 결과물을 만든 게 아닌가 싶은데 일단은 황석정 씨와는 우리 댓꿀쇼로 넘어가야 될 것 같아요. 음악감독님과 다 함께 댓꿀쇼로 넘어가고 마지막 질문은 황석정의 꿈, 이 다음은 뭡니까?

◆ 황석정> 사실 이런 꿈을 얘기하면 저를 이상하게 보실 것 같아요. 저는 저를 알고 싶어요. 저를 완전히 알고 싶어요. 이게 진짜 제 꿈이에요. 제가 왜 태어났는지, 제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되는지 뭘 하고 살아야 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인류에 공헌하는 것인지 이런 거.

◇ 김현정> 음악감독님 원래 이런 스타일이세요? 우리 황 선생님이.

◆ 곽경묵> 저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웃음).

◇ 김현정> 이게 꿈인지는 처음 알았다는.

◆ 황석정> 정말 죄송하지만 진짜 진짜 제 꿈은 그거예요. 제가 저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 김현정> 황석정 씨 여러분, 오늘 짧은 시간 함께했지만 참 매력적인 배우 천상 배우라는 생각이 이 답을 들어도 느껴지시죠? 이분과 함께 오늘 댓꿀쇼 넘어가겠습니다. 라디오는 여기서 인사드리죠.

◆ 황석정> 죄송해요. 아침부터 너무.

◇ 김현정> 이제 무대에 곧 올려지는 작품 천상카바레의 황석정 배우...

◆ 황석정> 천변카바레입니다 (웃음).

◇ 김현정> 천변카바레의 황석정 배우(웃음), 음악감독님, 두 분 고맙습니다.

◆ 황석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