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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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0(금) "여고생이 돼 울면서 썼어요" 시인 원태연의 작사 비결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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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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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원태연(시인 겸 작사가)




95년 김현철 만나 작사 시작, 군 말년휴가 때
'내 입술...따뜻한 커피처럼' 곡 듣자마자 달라
작사할 땐 화자로 완전히 빙의 돼
작사할 시간 현실적으로 약 일주일 주어져

◇ 김현정> 오늘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금요일 화제의 인터뷰는 지금부터 들려드릴 노래들의 주옥같은 가사를 쓴 분입니다. 저 (이 노래들) 다 따라 부를 수 있어요. (웃음)

 

◆ 원태연> 고맙습니다. 

 

◇ 김현정> 이 주옥같은 곡들, 제목만 들어도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이 곡들. 샵, 백지영, 김현철, 성시경, 신승훈, 장나라, 박명수 등등 이 모든 가수들의 노래 작사가가요. 얼마 전 실제로 작사법 책을 내서 화제입니다. <원태연의 작사법>이란 책을 낸 시인이자 작사가이자 영화감독. 원태연 작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원태연> 안녕하세요. 

 

◇ 김현정> 반갑습니다. 뉴스 쇼 첫 출연이시잖아요. 

 

◆ 원태연> 예. 

 

◇ 김현정> 카메라 보면서 한번 우리 청취자들께 인사하시겠어요? 

 

◆ 원태연> 안녕하세요. 한국난독증협회 홍보대사 시인이자 작사가이자 영화감독 원태연입니다. 

 

◇ 김현정> 제가 하나 빠뜨렸는데. 우리 작가님이 난독증협회의 홍보대사도, 그러니까 난독증을 또 가지고 계신 거예요? 

 

◆ 원태연> 예. 

 

◇ 김현정> 그러니까 이분이 시를 쓰시고 글을 쓰시는 분인데 난독증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특이합니까? 게다가 체육학과 사격 선수 출신이시잖아요. 

 

◆ 원태연> 예. 

 

◇ 김현정> 이런 모든 것이 너무나 특이해서 하실 이야기가 아마 1시간도 모자를 거예요. 정말 많은 분이어서요. 제가 미리 말씀드릴 건 오늘 라디오 본 방송 하는 데까지 하고 유튜브로 가겠습니다, 선생님. 

 

◆ 원태연> 예. 

 

◇ 김현정> 하는 데까지 이야기를 풀어가 보죠. 사실은 원태연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노래가 아니고 시죠. <넌 가끔 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가다 딴생각을 해>. 1993년 정말 젊은 남녀의 마음을 심하게 흔들었던 그 시, 그 유명한 시를 쓴 작가시잖아요. 그건 제가 잘 알고 있었는데 근데 언제 노래 작사까지 하게 되신 거예요? 

 

◆ 원태연> 작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제가 제대를 95년도에 했는데 김현철 씨가 그때 밤에 디스크쇼 하실 땐데 방송으로 저를 찾으셨대요, 작사를 같이하고 싶다고. 

 

◇ 김현정>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 원태연> 예, 근데 그 옆 방송에 있던 제가 아는 작가 누나가 만남을 주선한 거죠, 말년 휴가 나왔을 때. 

 

◇ 김현정> 태연아, 태연아. 김현철 씨가 너를 좀 찾아. 이렇게? 

 

◆ 원태연> 예. 

 

◇ 김현정> 어머. 

 

◆ 원태연> 그래서 만나봐. 해서 말년 휴가 나와서 만나고 제가 9월 27일에 제대했거든요. 9월 27일 3시부터 같이 작사했어요. 

 

◇ 김현정> 진짜로? 

 

◆ 원태연> 예.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나온 첫 곡이 뭐예요? 

 

◆ 원태연> 왜 그래. 

 

◇ 김현정> 세상에, 첫 작사 데뷔가 왜 그래에서 시작했습니까? 

 

◆ 원태연> 예. 

 

◇ 김현정> 저 이 노래 진짜 좋아하는데 그 앨범에 왜 그래 말고 하나 더 작사하신 거죠? 

 

◆ 원태연> 4곡을 총 작사했죠. 

 

◇ 김현정> 4곡이나 하셨어요? 또 뭐 있습니까? 

 

◆ 원태연> 나를. 

 

◇ 김현정> 나를. 

 

◆ 원태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 김현정> 저 그 노래 너무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원 작가님 곡이에요? 근데 이 시를 쓰는 것과 작사를 하는 거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멜로디를 따라서 가사를 붙이는 일은 또 다른 장르였을 수도 있는데 처음에 좀 힘들진 않으셨어요? 

 

◆ 원태연> 제가 처음에 파트너 겸 스승을 잘 만났어요. 김현철 씨를. 

 

◇ 김현정> 김현철 씨를. 

 

◆ 원태연> 김현철 씨 가사가 좀 자유롭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 원태연> 그분은 많은 경험이 있으니까 아무 경험 없는 나를 앞에 앉혀두고 큰 가두리 양식장처럼 큰 테두리를 쳐주고 이 안에서 한번 놀아봐. 

 

◇ 김현정> 마음껏 놀아봐. 

 

◆ 원태연> 그래서 이렇게 해도 돼요? 저렇게 해도 돼요? 이거 너무 좋아. 왜 안 돼? 

 

◇ 김현정> 왜 안 돼, 와이 낫. 

 

◆ 원태연> 예.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노래의 가사는 굉장히 저는 그 당시로서도 좀 놀랐던 것이 노래 가사에서 그 당시만 해도 잘 안 쓰던 가사들 네가 남의 여자가 된다는 게. 이런 것들. 

 

◆ 원태연> 그거를 아세요? 

 

◇ 김현정> 저 좋아한다니까요. (웃음) 이런 거 잘 안 쓰는 가사인데 이런 걸 썼네. 저는 솔직히 김현철 씨가 쓴 건 줄 알았거든요. 

 

◆ 원태연> 같이 썼습니다. 

 

◇ 김현정> 그게 이제 원태연 작가, 그러니까 마음껏 해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 거군요. 

 

◆ 원태연> 정확히 기억나는 게 지금 정말 딱 그 부분, 남의 여자가 됐다는 게 써도 돼요? 와이 낫. 

 

◇ 김현정> 김현철 씨가 그래요? 왜 안 돼, 노래 가사 얼마든지 쓸 수 있어. 

 

◆ 원태연> 예. 

 

◇ 김현정> 그렇군요. 그 샵의 노래, 조금 전에 들려드렸습니다만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이 곡도 진짜 명곡이죠. 

 

◆ 원태연> 그건 정말로 겸손질이 아니고 곡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곡은 좀 다르다. 그때는 그런 곡이 없었어요. 

 

◇ 김현정> 이 멜로디를 먼저 받으셨어요? 

 

◆ 원태연> 예. 

 

◇ 김현정> 가사를 좀 써달라. 원태연 시인 시처럼 써주세요. 이렇게 부탁이 왔다면서요. 

 

◆ 원태연> 예. 

 

◇ 김현정> 당신의 시처럼 이 노래 가사를 붙여주세요. 

 

◆ 원태연> 예. 

 

◇ 김현정> 근데 제가 지금 말씀드렸지만 굉장히 우리 선생님 뵈면은 정말 운동 잘하게 생기셨고 소녀 소녀한 이지혜 씨의 이 감성하고는 좀 다른 느낌인데 좀 어렵진 않으셨어요? 

 

◆ 원태연> 그 제가 시크릿가든 OST를 작업을 하고 하지원 씨랑 사석에서 이제 소주를 한잔 마실 일이 있었는데. 

 

◇ 김현정> 배우 하지원 씨랑. 

 

◆ 원태연> 예. 

 

◇ 김현정> 하지원 씨가 물어보시더라고요. 

 

◇ 김현정> 뭐라고. 

 

◆ 원태연> 그 여자는 여자 노래인데 어떻게 그렇게 여자 마음처럼 쓰였어요? 그래서 제가 혹시 연기하실 때 접신하지 않으세요? 그랬더니 바로 알아들으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사람으로 완전 빙의해서, 몰입해서 그러면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쓰실 때는 그 여자의 감정, 여성의 감성으로 들어가시는 거예요? 

 

◆ 원태연> 그때 제가 그걸 쓸 때 제 머릿속에서는 아마 교복 입고 있었을 거예요. 

 

◇ 김현정> 교복 입은 여고생이 되는 거예요? 

 

◆ 원태연> 지금도 쓸 때 생각하면 얼굴이 빨개져요. 

 

◇ 김현정> 그러면 혹시 가사 쓰다가 울기도 하고 막 그러세요? 

 

◆ 원태연> 예. 

 

◇ 김현정> 제일 많이 운 노래는? 

 

◆ 원태연> 백지영 그 여자 쓸 때. 

 

◇ 김현정> 그 여자. 얼마나 얼마나 이거 쓸 때? 

 

◆ 원태연> 예. 그거 2절 쓰다가 많이 울었어요. 

 

◇ 김현정> 2절이 뭐지? 2절이? 

 

◆ 원태연> 그 여자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그 여자의 마음은 눈물투성이 쓰다가 제 성격 이렇게 툭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몰입해서 이렇게 한 줄 한 줄 이어가다 보면 제가 말하는 화자가 내가 될 때 그 순간이 있어요. 

 

◇ 김현정> 와, 화자가 내가 되는 순간. 딱 그 여자가 되는 순간. 

 

◆ 원태연> 예. 

 

◇ 김현정> 세상에, 어머. 이 감정 어떻게 하면 좋아, 정말. 저는 이렇게 얘기만 듣는데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이런 한 곡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세요? 그냥 쭉 막 5분이면 쓰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막 1년을 잡고 있는 분들도 있고 다양하던데. 

 

◆ 원태연> 일단 현실적으로 작사가한테 주어지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예요. 

 

◇ 김현정> 일주일 정도예요? 

 

◆ 원태연> 예. 

 

◇ 김현정> 먼저 멜로디가 주어지고 거기에 가사를 붙이는 겁니까? 스타일은? 

 

◆ 원태연> 예. 

 

◇ 김현정> 다 그렇게들 하세요? 

 

◆ 원태연> 100%

 

◇ 김현정> 100% 그렇게들 하시는군요. 일주일, 선생님도 그럼 일주일 안에? 

 

◆ 원태연> 그게 8일 걸렸어요. 

 

◇ 김현정> 그 여자는 8일? 

 

◆ 원태연> 예. 

 

◇ 김현정> 제일 오래 걸린 건 뭐예요? 

 

◆ 원태연> 그 여자 작업을 하기 전에 제가 영화를 찍고 영화가 잘 안 되고 일이 없어진 거예요. 

 

◇ 김현정> 일이 없어진 거예요? 

 

◆ 원태연> 근데 저희들은 이제 곡 의뢰가 들어오면 알아요. 이 판의 사이즈를. 

 

◇ 김현정> 사이즈를 알아요? 

 

◆ 원태연> 이거는 굉장히 좋은 사이즈구나. 

 

◇ 김현정> 이거 너무 재밌다. 

 

◆ 원태연> 근데 작사를 한 지 한 2, 3년 됐고 제가 나이를 또 많이 먹었고 이게 너무 올드한 표현 아닌가 하고 일주일 동안 끙끙대다가 8일째 되는 날 이제는 안 보내면 안 돼요. 

 

◇ 김현정> 그렇죠. 

 

◆ 원태연> 그래서 툭 썼어요. 

 

◇ 김현정> 툭. 

 

◆ 원태연> 아까 5분 말씀하셨잖아요. 진짜로 물리적인 펜 잡고 쓰는 시간은 거의 한 1시간 남짓이에요. 

 

◇ 김현정> 8일을 고민하다가 1시간 만에 툭 하고 쓰신 그 곡. 

 

◆ 원태연> 8일을 죽고 싶다가. 

 

◇ 김현정> 참 재밌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이 자체가 너무나 이 감성이 촉촉해지는 느낌인데요. 선생님, 시간이 굉장히 좀 본 방송이 부족해서 우리가 유튜브로 넘어가기 전에 사실은 요즘 젊은 세대들 너무너무 살기가 팍팍해서 이 촉촉한 감성이라는 거를 느낄 여유도 없다고들 말해요. 우리 선생님 71년생이시거든요, 저 77년생. 그러니까 8090 때만 해도 그래도 취업도 좀 잘 되고 문화적 르네상스였다면 지금 너무너무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뭔가 위로가 되는 시인의 한마디, 작가의 한마디 주신다면요. 

 

◆ 원태연> 울지 마, 모두 지난 일이야. 삶의 반직선이 전일 뿐이야. 

 

◇ 김현정> 울지 마, 이미 지난 일이야. 삶의 반칙선 위에 점일 뿐이야. 

 

◆ 원태연> 원래 반직선. 

 

◇ 김현정> 원래 반직선인데. 

 

◆ 원태연> 그때 그 래퍼가 교포분이셨어요. 

 

◇ 김현정> 맞아요. 

 

◆ 원태연> 그래서 발음이 반칙선으로 나왔는데 반칙선이란 말은 없거든요. 

 

◇ 김현정> 없죠. 

 

◆ 원태연> 근데 들어보니까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 김현정> 삶의 반직선 위에 점일 뿐이야인데 교포가 부르는 그 반칙선이라는 말도 삶이 반칙 같지만. 

 

◆ 원태연> 예, 맞아요. 

 

◇ 김현정> 그 반칙 같은 삶에 그냥 한 점일 뿐이야. 너무 실망하지 마. 이거 얼마나 좋은 이야기입니까? 이렇게 시는 또 노래는 우리에게 힘이 돼 주는 게 참 좋고요. 위로가 돼 주는 게 너무나 좋습니다. 어떻게 작사가가 작사하는지가 사실은 이 책 안에 굉장히 재미있게 담겨 있는데 이 짧은 시간 안에 다 할 수가 없어서요. 우리 이 책 들고 그러면은 유튜브로 좀 넘어갈까요? 선생님. 

 

◆ 원태연> 그러시죠.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원태연> 반갑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원태연 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