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5 (수) 잔소리 밥상
저녁스케치
2026.02.25
조회 188


뒤늦게 공부하겠다는 아들이
볼 때마다 게임만 한다

공부하다 잠깐씩 하는 거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만 하다 공부는 잠깐씩 하는 것 같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을 귀 따갑게 들었지만
나를 보면 아들의 DNA에 공부가 들어있을 리 만무했다

공부 DNA는 못 물려줬어도
DHA는 듬뿍 줄 생각으로 고등어 애타게 굽고
회초리 같은 머윗대 분질러 들기름 아끼지 않고 들들 볶고
시금치나물은 내 염장으로 간하고
도토리묵에 애간장 뿌려 간을 맞추고

간절한 밥상 차려 냈더니

한 상 거하게 먹고는
잠시 머리 식히고 오겠다며
나간 지 한나절

아들 방에선
곰 인형이 말똥말똥 눈뜬 채 자고
컴퓨터는 아예 책상에 엎드려 주무신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데
아들은 지금,
열애 중

최현숙 시인의 <잔소리 밥상>

머리 조금 컸다고 따박따박 말대꾸에
모든 말을 들은 척 만 척 제 멋대로인
아이들을 보면 천불이 나지만, 어째요.
아이를 평생 외사랑 하는 게 부모의 운명인걸.
모든 게 다 때가 있지만,
때는 사람마다 다르니 좀 더 기다려 주자고요.
머잖아 어쩜 이렇게 멋지게 자랐을까...
감탄하는 날이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