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0 (토) 의류함
저녁스케치
202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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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정리를 하였다
내가 벗어놓은 허물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내 살과 맞닿았던 껍질
아까워 버리지 못한 미련
의류함 입에 하나하나 넣어주었다

남의 허물도 받아먹다니
참 무던한 넌
착한 매직 상자

내 낡은 부스러기가
너를 통하여
새롭게 피어나기를

의류함 옆에는
장미 나무가 연초록 잎새를
내밀고 있다

강시연 시인의 <의류함>

때가 되면 정리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옷 하나, 물건 하나 버리는 일이 왜 그리도 어려운지.

추억이 있다, 정이 들었다,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하지만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려면
단호하게 이별할 줄 알아야 해요.

무언가를 비워낼 수 있다는 건,
다시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됐다는 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