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는 무언가
그리운 일이라도 있다는 듯 살 일이다
지나온 여름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떠나간 사랑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11월에는 누군가
사랑할 사람이라도 있다는 듯 살 일이다
사랑은 종종 이별로 지고
단풍은 언제나 낙엽으로 지지만
11월에는 어디선가
따뜻한 커피라도 끓고 있다는 듯 살 일이다
양광모 시인의 <11월의 기도>
점점 길어지는 밤과 함께
모든 것이 차갑게 식어가는 11월.
하지만 대지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단풍잎 하나에
땅속 저 깊은 곳엔 온기가 가득합니다.
그러니 걱정 말아요.
차가운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마음의 온도를 떨어뜨리려 애써도,
어디선가 그댈 그리는 이 있다면,
그 단 한 사람의 온기만으로도
그대의 겨울은 춥지 않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