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0 (목) 오늘이 아픈 그대에게
저녁스케치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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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르는 곳에서 홀로이 아픈 사람이여
이 밤 그대 안에 들어찬
세상 고된 시간이 곪아 터질 때
소리조차 억눌린 이야기, 떨리는 심장 가누며
아무도 모르게 견디고 있을 여린 당신

모두가 그까짓 것 무슨 대수냐 손가락질하며
그대 탓으로 돌려 견딜 것을 조장한대도
그대 잘못 아님을 나는 안다
그대와 나 모르는 사람으로 살다 죽어도
내 가슴 그대 곁에 같이 아파
우리 오늘은 슬픔의 잔 한 순배 돌려 마시며
지긋한 눈으로 하늘 올려보다가
고통의 강물에 몸을 씻고 나아서
햇살 맑은 어느 날 바람결에 스쳐 만나자
줄 수 있는 위로가 마음뿐이어도
내 모르는 그대 지나고 있을 어두운 시간
쓰다듬노니
불온한 세상에 너무 오래 아프지 마시라

그 무슨 섣부른 충고나 가르치는 말이
위안이 되리란 생각, 얼마나 가당찮은지 알기에
삶에 인연 닿지 않아 실감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가슴으로 전해지는 그 아픔에 어깨 들썩이며
그저 조용히 그대와 같이하노니
부디 고통과 사이좋게 지내다가 이별하시라
힘든 날 떠나보내고 환해진 내일의 얼굴로
나 언제나 그대 편에 서 있으리다

안미숙 시인의 <오늘이 아픈 그대에게>

누가 긴 한숨을 쉬거든 가만히 손을 잡아줘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으면 밥 먹으러 가자고 해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찾아오면 말없이 안아줘요.
넌 혼자가 아니라는 무언의 위로,
그것만으로도 내일은 아프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