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허리를 굽히는 건
바람에 밀려서가 아니고
가을볕이 따가워서도 아니야
네가 오는 방향으로
마음이 출렁이기 때문이지
봄, 여름
꽃피울 때부터 너만 생각했지
머리 허옇고
등 굽어지면
우리 만나도 몰라볼 텐데
황량한 산등성이
가을이 깊었다
너는 어디쯤에서
내 생각 하기나 할까
서숙지 시인의 <억새가 눕는 방향>
바람길을 따라 억새가 눕듯
그리움은 마음길을 따라 기울지요.
더는 만남을 기약할 수 없고,
그 사람에겐 이미 까마득히
흐려졌을지도 모를 인연 하나.
못내 아쉬운 마음이
그리움이 되어 일렁이다
그만, 가을에 누워버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