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2 (화) 슬픔도 배달되나요
저녁스케치
20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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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걸 맛보고 싶어요 기쁨이나 괴로움은 너무 먹어서 이번에는 피하고 싶어요
메뉴에 슬픔도 있던데 그것도 배달이 되나요
기왕이면 커다란 슬픔으로 배달해 주세요 인공조미료는 싫어요 꼭 같은 맛의 슬픔은 슬픔의 가면일 뿐이지요
익숙한 맛이 나는 슬픔은 사양합니다 아주 맵게는 말고요
슬픔이 가장 슬픔다운 맛이 나도록 양념은 거의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요 문은 열어놓겠습니다
살아 있는 걸 보낸다고요?
어휴 그건 좀 부담이 되는데요 그래도 귀한 것이니까 배달해 주세요 뭐 경험했지요
지금 바로 당신의 슬픔을 배달해 주세요 힘들면 슬픔의 재료라도 보내주세요
나는 지금 슬픔에 허기져 있거든요 몇 그릇의 슬픔도 문제없어요
보내만 주세요 고맙습니다 지금 바로 오실 거죠?
이대흠 시인의 <슬픔도 배달되나요>
슬플 땐 그냥 울라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슬퍼해야 나아질 때가 있으니까요.
슬픈 노래, 슬픈 이야기를 듣고,
슬픈 영화를 봐도 소용없을 땐
누군가 슬픔을 배달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는 아닌,
답답한 마음이 가실 정도의 눈물이 흐르는
적당히 매운 그런 슬픔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