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고추처럼 가는 초승달 아래
별들이 졸린 눈을 비비는
밤하늘
정다운 외할머니의 옛이야기 보따리는
엄마 어릴 적 이야기로
밤하늘을 수놓는다
달그락달그락
할머니의 입김 돌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솔바람
머리카락 사이로
할머니의 거친 손이 토닥토닥
북극성을 재우고
어둠을 돌돌 말아
새우잠을 청하는 이 밤에
배고픈 초승달도 함께 잠들어 간다
전경자 시인의 <외할머니의 여름방학>
꾹꾹 눌러 담은 할머니표 고봉밥을 먹고서
까맣게 그을릴 때까지 뛰놀았던 여름방학.
저녁노을 속에서 짭조름한 옥수수 한 입
달콤한 수박 한 입 번갈아 베어 물고 있으면
할머니는 살랑살랑 부채 바람을 일으키며
예쁜 꿈을 꿀 수 있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셨죠.
할머니의 깊은 사랑에 여름이면 늘
포동포동 마음에 살이 올랐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