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첫사랑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꿈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새벽잠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눈물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심장도 굉장히 강한 줄 알았습니다.
정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양주는 마실 줄 모르고 소주만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친구는 고민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연봉이 아주 높은 줄 알았습니다.
바쁜 스케줄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알았습니다.
그들은 나를 위해 인내하고, 얇은 지갑을 열고,
소중한 것을 내주었고,
나를 위해 슬픔을 감추고 애써 웃어 주었다는 것을
참 뒤늦게 알았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꺼이 자세를 낮추는 사람들,
우리를 위해 기꺼이 주인공의 자리를 양보하고
조명이 되어 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랑 부자인 동시에 사랑 채무자입니다.
송정림 시인의 <사랑 채무자>
누군가 나의 이름으로
꼬박꼬박 넣었을 사랑 적금.
만기일이 지나 차고 넘치는데
너무 늦게 알아버린 탓에
돌려줄 사람도,
방법도 찾을 수가 없네요.
사랑의 깨달음은
왜 늘 늦게 오는지...
남은 시간은
사랑에 빚진 날들을 갚는 마음으로
내가 더 사랑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