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4 (토) 흑백 사진
저녁스케치
2025.10.04
조회 216
한가위 고향 집
대문 열면
감나무가 환하게 반겨준다
뛰어놀다가 평상에 누우면
홍시도 던져 주고
대봉감 홍시 한입 베어 물면
홍시 향기 속으로
동무들이 담 너머로
흑백 사진처럼 스쳐 지나간다
광에 홍시 광주리는 보물 창고였지
철들지 않은 세월 속
언덕 너머로 태풍이 지나가면서
숱하게 넘어지곤 했지
김봉용 시인의 <흑백 사진>
들판을 수놓은 코스모스 길을 지나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가던 길.
감이 익어가는 푸근한 전경에
수다와 고소한 냄새가 어우러진 골목을 지나면
타향살이 설움이 조금씩 사라지곤 했었지요.
설익은 감처럼 떫었지만
시간의 항아리 속에서 달큰해진 추억들이
흑백 사진처럼 스치는 저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