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서 있네
그 옆에 한 사람이 다가서네
이윽고 11이 되네
서로가 기댈 수 있고 의탁이 되네
직립의 뿌리를 깊게 내린 채
나란히 나란히 걸어가시네
북풍한설이 몰아쳐도
끔쩍하지 않을 곧은 보행을 하고 싶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만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올곧은 모습으로
어기여차 어기여차
장단에 맞춰 풍악에 맞춰
사뿐히 사뿐히 걸어가시네
삭풍이 후려쳐도
평형감각 잃지 않을
온전한 11자로 자리매김하고 싶네
반기룡 시인의 <11월이 전하는 말>
11월에는 우리, 나란히 걸어요.
마음이 식지 않을 정도의 틈을 두고서
함께 바람을 맞으면서 말예요.
힘들 땐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끌어주고 밀어주며 나란히 나란히.
마음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지 않게.
삶을 뒤흔드는 삭풍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