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셔서
다 바라보지 못한 낙조는
오이도 해변을
붉게 물들이고
내 그리움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침묵하고 맙니다
갯내음 쥐고 서서
안타까운 마음을 바다에 두나
여전히 낙조는 말이 없고
해변을 간지럽히는 바다만
가슴까지 차오릅니다
돌아서지 않는 발길
하나둘 옮기면
물새 울음
내 울음이 됩니다
영혼의 깊이까지
침묵할 그리움이던가
낙조를 삼킨 바다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정정민 시인의 <낙조>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또 하루가 의미 없이 지나가고
여전히 매듭짓지 못한 아픔들이
붉어진 서쪽 하늘에서 어른거릴 때면,
하루의 마침표를 찍고 저무는 해가
부디 이 모든 근심을 다 가져가기를...
어둔 밤이 지나고 내일이 찾아오면
아침 햇살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가만히... 혼잣말을 하곤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