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동창생 다섯 명이 카페를 데우고 있었다
무심코 쳐다본 친구의 휴대폰에
‘속 터져’ 문구가 떴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남편이란다
대화할 때마다 속이 터진다고 했다
“남편인데 너무한 것 아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너는?
“나는 불량 감자. 강원도 토박이인데 성질부리면 고약하거든”
오십보백보라며 모두 따라 웃었다
남편 휴대폰에 아내를 어떻게 저장했을까
와이프, 반쪽, 로또, 마누라, 레몬향기가 뽑기처럼 뽑혀 나왔다
우리는 로또와 레몬향기에 꽂혔다
로또는 부부가 하나도 안 맞는다는 거였고
레몬향기는 처음에 만났을 때 레몬향기가 나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남편이 저장했단다
아! 나도 그 소리 듣고 싶다
아니 그런 사람하고 살고 싶다
그런 소리 들으려면 너부터 남편을 좋게 저장해
친구의 일침에
나는 슬그머니 핸드폰을 꺼내
‘불량 감자’에서 ‘따스한 감자’로 바꾸어 놓았다
송영희 시인의 <속 터져>
살면 살수록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이 맞나 싶지만
그래도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옆지기.
혹여 서로를 로또라고 부르려거든
지지리도 안 맞아서가 아니라
가장 큰 선물이어서라고 말해줘요.
가끔 속 터지게 해도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사람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