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2 (목) 낡은 의자에 앉아
저녁스케치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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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놓인 늙은 의자 등받이에
햇살이 기댄다
비스듬한 걸음이 내 몸처럼 익숙하다

의자는
앉는 사람보다 먼저 낡는다
기다림이 더 오래 머문 탓이다

나는 멀리 간 적이 없다
늘 같은 자리를 맴돌며
다른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삶은
가지런한 실타래보다는
얽혀 매듭으로 엮이는 일이 많고
하루는 어제에 짓눌리고
마음은 묶인 고삐에 매였다

평형을 잃은 낡은 의자의 삐걱거림 속에서
기울어진 균형을 내 몸으로 수평계 삼아
삶의 기포가 한가운데 머무를 때까지
오래 버티는 법을 배웠다

의자는
고인 시간을 밀어내지 못하고
나는
세월이 조각한 둥근 모서리에 기댄다

인내한 나무의 결이 등을 따라 오른다

정기성 시인의 <낡은 의자에 앉아>

시간이 저절로 의자를 약해지게 한 건지...
우리 삶의 무게까지 더해져서 빨리 마모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보다 몸에 딱 맞는 편한 의자가 없지요.

힘들 땐 살아가는 일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기로 해요.
삐걱거리고... 상처 받고... 흔들리면서...
낡은 의자처럼 내게 꼭 맞는 인생이 될 거라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