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4 (수) 남겨 두는 하루
저녁스케치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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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앞에 서면
하루는 조용히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접시에 남아 있는 것은
음식의 흔적이 아니라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이다.
미지근한 물이 손을 적시고
거품은 기억처럼 불쑥 불어난다.
쉽게 생긴 것들은
대체로 쉽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접시에 붙은 기름은
하루의 밀도를 닮았다.
한 번의 성의로는 떨어지지 않고
반복된 손길 속에서
서서히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나는 행주를 세게 문지르지 않는다.
마음을 다루듯
결을 따라 흘려보낸다.
밀어내는 힘보다
보내주는 방향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깨끗해진다는 것은
지워내는 일이 아니라
붙잡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배수구로 스며드는 물소리 속에서
나는 오늘을 놓아주는 법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물을 잠그면
하루는 접힌 종이처럼 정리되고,
나는 아무 말 없이
다음 날을 담을 빈 그릇을 남겨 둔다.
김단 시인의 <남겨 두는 하루>
고집 부리면 아무래도
더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지요.
힘을 빼고 마음이 흐르는 대로,
하루 끝엔 모든 감정을 비워내기로 해요.
새 마음으로 새날을 맞기 위해
오늘을 놓아주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