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버티는
겨울은 거리에서 굴뚝에서
모진 찬바람으로 지나갑니다
파랗게 질린 느티나무 꼭대기에
길을 가다 목을 맨
검은 비닐봉지가 펄럭이고
실외 공동화장실도 얼어버렸습니다
사시사철 찬바람에 갇힌 길들은
늘 동지(冬至) 아니었는지요
저 멀리 도토리를 다 떨어낸
상수리나무 끝 까치집이 휘청입니다만
붉은 팥죽 위로 새알이
별처럼 떠오릅니다
내일부터는 낮이 더 길어집니다
송광근 시인의 <동지(冬至)>
지금껏 나쁘기만 했다면
이젠 좋아질 일만 남은 거예요.
동지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
천천히 길어질 태양의 빛만큼씩
희망이 우리에게 오길 바라며,
기나긴 오늘 밤엔 어느 때보다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