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7 (수) 구두 수선집
저녁스케치
2025.12.17
조회 151
수선집 아저씨는
면접관이다
척 보면 안다
밑창을 갈아야 한다느니
뒤축을 갈아야 한다느니
밟고 걸어온 이력을
눈 감고도 알고 있다
수북이 쌓여있는
이력서들
나도 슬쩍 이력서를 내민다
얼굴 한번 올려다보시더니
툭 던지는 말씀
먼 길을 걸어오셨군
삼 일 뒤에 오라고 했다
면접관에게 통보를 받았으니
이쯤 되면 합격이다
밑창을 갈고
뒷굽을 갈아준다고 하였으니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이력을 쌓으며 살아갈까?
유영서 시인의 <구두 수선집>
신발 뒤축은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신발 뒤축만 봐도 얼마나 고생했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금방 알 수 있죠.
때론 빼곡한 이력서 한 장보다
삶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해주는 신발 뒤축.
지금 나의 건강은 또,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신고 있는 신발 뒤축을 한 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