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7 (목) 비탈에 선 나무들
저녁스케치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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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서 있는 나무들
몸의 중심을 잡아가며 크느라
얼마나 안간힘을 다 썼는지
일제히 몸이 굽어 서 있다

참으로 반듯하다!

기름진 평지에 곧게 선
아름드리 나무들보다 더
반듯하고 올곧고 균형잡힌
굽어 아름다운 비탈에 선 나무들

박노해 시인의 <비탈에 선 나무들>

더는 견딜 힘이 없어 휘청거릴 때면
가족들을 떠올리며 다시 균형을 잡아갑니다.
저녁이면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럼에도 다음 날 아침이면 훌훌 털고 일어나지요.
평탄함도 잠시, 가시밭, 돌밭, 가파른 비탈이
끝없이 반복되는 험한 인생길 위에서
마음을 반듯하게 세우고 자신의 길을 가는 우리.
우리 삶이 아름다운 건 그래서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