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날 때마다
그리움을 마구 풀어놓으면
봄에는
꽃으로 피어나고
여름에는
비가 되어 쏟아져 내리고
가을에는
오색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겨울에는
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 내리며
내게로 오는 그대
그대 다시 만나면
개구쟁이같이
속없는 짓 하지 않고
좋은 일들만 우리에게 있을 것만 같다.
그대의 청순한 얼굴
초롱초롱한 눈이 보고 싶다
그 무엇으로 씻고 닦아내고
우리의 사랑을 지울 수는 없다.
사사로운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
남은 삶을 멋지게 살기 위하여
뜨거운 포옹부터 하고 싶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그대 내 앞에 걸어올 것만 같다.
용혜원 시인의 <계절이 지날 때마다>
한 계절의 끝에 다다르면
늘 조바심이 납니다.
바라던 일이 끝내
미완으로 남게 될까 봐...
전하지 못한 보고픔이
먹먹한 그리움이 될까 봐...
긴 침묵의 계절인
겨울 앞에 선 지금.
마지막 잎새가 지기 전에
기다리던 소식 하나,
반가운 마음 하나,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