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4 (금) 그리움에도 향기가 있다
저녁스케치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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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양념 넣어 백김치 담근 날

아쉬운 것 딱 한 가지
어머니처럼 유자 향을 넣지 못한 것이다

친정집 울안에 있던 유자나무 몇 그루
좋은 건 내다 팔고 잔챙이는 우리들 차지였다

새콤하고 쌉싸래한 그 맛
눈 질끈 감고 가으내 우물거리곤 했는데

김장배추 속에 넣어 버무리면
향긋한 감칠맛이 혀끝에서 오래 맴돌던
어머니만의 비법이었다

인적 끊긴 빈집에
홀로 한기 견디지 못해
유자 향은 사라졌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계절의 안부처럼
수런수런 깨어나는 어머니의 향기는
내 핏줄을 타고 여전히 흐르고 있다

박상하 시인의 <그리움에도 향기가 있다>

가장 오래가는 향기는 사람의 향기라지요.
비누처럼 산뜻한 첫사랑의 향기
고엽처럼 쓸쓸한 이별의 향기
짭조름한 땀 내음이 밴 아버지의 외투 향기
일상 곳곳에 묻어 있는 달큰한 엄마의 향기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선명히 남아있는 향기들.
하루하루 그리움의 향기가 짙어지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