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23 (화) 마음을 얻는다는 것
저녁스케치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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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을 넘은 공부 끝에야
암컷의 마음을 얻어 교미할 수 있는 새가 있다
코스타리카의 긴꼬리매너킨은 탱고 스텝의 달인들
그들의 일생은 가무(歌舞)에 바쳐진 셈
소년 매너킨은 생후 오 년째부터 스스로 연마하여 몸을 만들고
육 년째도 여전히 독학으로 노래와 춤 연습에 전념하다가
칠 년째, 마침내 갈고 닦은 노래로 스승의 마음을 얻어
문하생 생활을 시작한다면 그건 대체로 운이 좋은 편,
이렇게 해서 사부를 모시고 또다시 십 년 공부
드디어 새침한 암컷 앞에 서면
사부가 먼저 절로 예를 갖추고
듀엣 노래와 솔로 나비춤으로 몸을 달군다
결정적 순간이 오면 등넘기 탱고가 시작되는데,
등넘기춤은 여느 탱고처럼 절묘한 타이밍과 박자가 생명이다
암컷이 필생의 수십 분짜리 이인조 춤 공연에 매혹되면
사부는 마침내 암컷의 마음을 얻게 되고,
제자는 비로소 조용히 물러나 독립하여
자신의 제자를 구하러 정처 없이 십 년 공부 스승의 길을 떠난다
마음 얻기란 그런 것
적어도 십 년 공부는 기본이다
엄원태 시인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해야 하는 일.
붙잡고 싶어도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가게 둘 줄 알아야 하는 일.
언제든 그 사람이 머무를 수 있게
마음 한켠을 비워두고 기다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