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5 (수) 바둑돌
저녁스케치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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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끝은 절벽이라는 듯
오늘도 아버지는 바둑판 모서리에
첫 돌을 놓으며
무너지지 않을 집을 짓고 계신다

돌이 둥근 이유는
바닥에 맞설 힘이 필요해서야
삶의 무게로 휘청일 때도
중심만 내주지 않으면 가라앉지 않는대

바둑판 위 아버지를 버티게 한 건
바둑돌의 부력인 걸까
없는 살림에 팔남매 맏이로 태어나
한평생 바둑돌처럼 살아오신 아버지

흰돌처럼 눈부신 청춘은 사라지고
바둑돌 쥔 손에
이제는 검버섯이 흑돌처럼 내려앉았다

김정화 시인의 <바둑돌>

뒤뚱이면서 중심을 잡고 서서
제 집을 만들어가는 바둑돌처럼,
우리도 있는 힘을 다해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삽니다.
노력만큼 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
행운은 나만 비켜 가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견딜 수 있는 건
중심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세상은
내 편이 되어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