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쪼그린 그늘에
무릎이 허옇게 시린
할머니가 호박잎을 내놓았다
이슬 떨치고 일어난 자리마다
어머니의 말간 눈매가
선한 그리움으로 포개진다
빽빽한 강된장이 끊어 넘치는
흙 마당 평상 위로
분주하게 불러들이는 품속 사랑
한소끔 쪄낸 호박잎에
보리밥 쌈을 싸서
풋고추 된장에 찍어 건네던 여름날
저무는 당신 뒤로 하늘가는 붉게 물들어가고
등에 밴 땀은 부채 바람에 식어갔다
그랬다
고운 웃음은 묵은 사진첩 한켠으로 밀려나고
잘 있냐는 안부에
목마른 딸꾹질만 나던 여름 저녁
엄마를 닮아버린 세월이 내게 와 안겼다
발목으로 무릎으로
가벼운 바람 소리가 지나간다
이미영 시인의 <호박잎쌈을 먹다>
푸성귀 가득한 소박한 밥상도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지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던 여름 밥상.
호박잎이며 상추에다 밥 한술 올려놓고
붉은 노을 한 점 찍어 예쁘게 싸서 먹으면
세상 부럽지 않은 행복의 맛이 났었죠.
그런 우리를 보며 짓던 은은한 어머니의 미소가
별처럼 반짝이던 어린 날의 저녁 풍경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