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8 (목) 갓난이
저녁스케치
2025.05.08
조회 158
그냥 갓난이라 불렀습니다
면서기가 간난이라 이름을 올렸지요
땅에 엎드려 땅만 파며 살다가
짧은 세상을 살고 하늘로 갔습니다
가는 날 엄동의 겨울 한가운데
흰 눈이 무릎까지 쌓이고
겨울바람 무척이나 맵게 불던 날
꽁꽁 얼어붙은 강을 건너
앞산으로 갔습니다
남기고 간 어린 자식들이 이제는
희끗희끗한 중년이 되었습니다
오늘이 간난이 마지막 가던 그날
그 길을 따라 찾아갑니다
오늘도 그날처럼 찬바람이 맵게
불어옵니다
수 세월 지나도 늘 그립습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진달래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무덤가를 둘러 피고
가을이면 간난이 닮은
하얀 구절초 소박하게 피는 풍경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간난이가 곱게 살다 간 때문이겠지요
날씨는 맵지만 봉분에 볕이라도
따뜻하게 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꽃 한 송이 술 한 병 들고 찾아갑니다
내 어머니 간난이 이야기입니다
최수경 시인의 <갓난이>
자식이 나고부터
평생 달고 살아가야 하는
어머니의 이름표, 엄마.
분명 당신에게도
좋은 뜻의 고운 이름이 있었고,
이름처럼 아름답게
당신의 삶을 살아가고 싶으셨겠지요.
그래도 엄마, 이 못난 자식은
엄마라는 이름이 세상에서 제일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