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붉게 번질 때면 마당 구석에 기대어 놓은 녹슨 자전거 바퀴가 생각납니다.
자전거 굴렁쇠를 같이 가지고 놀던 용욱아 보고 싶다. 잘 지내니~...
입 밖으로 내어 부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가난했지만, 골목길을 굴러가던 쇠붙이 소리 하나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었지요.
지독한 가난 속에서 굴렁쇠는 우리에게 해방구였습니다.
매끄러운 막대기 하나로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달려가던 둥근 원은, 소외된 우리 삶이 끝내 버텨내길 바랐던 간절한 소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손이 새빨갛게 터져도, 네가 밀어주던 따스한 온기 덕분에 아픈 줄도 모르고 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네가 갑자기 이사를 가던 날이 기억납니다.
다 부서진 트럭 뒤편에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던 너는, 네 분신과도 같던 닳고 닳은 굴렁쇠를 내 손에 쥐여주었지요.
"금방 돌아올게"라던 짧은 속삭임이 우리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 저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른이 되었고, 세상의 거친 파도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삶이 고달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마다, 제 귓가에는 네가 외치던 골목길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맴돕니다.
지금 너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니. 차가운 세상에 치여 혹시 예쁜 미소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마음이 아파온다.
내 간절한 그리움이 네가 있는 곳까지 닿을 수만 있다면 참 좋겠어.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우리 다시 만나 그 시절처럼 활짝 웃어보고 싶다.
내 소중한 친구 용욱아, 정말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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